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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부끄러움이나 후회의 순간 그리고 힘든 시간이 없었던 유년 시절이나 과거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현재의 삶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삶도 분명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 허덕이면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유년시절이나 과거를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일까? 사회가 발전할수록 많은 첨단기술 출현하고 다양한 문화 열풍이 형성되고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만은 오히려 냉담해지는 것을 느낀다. 고립되어 가는 인간관계, 심화되어 가는 개인주의 그리고 자본화 된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의 삶은 날로 지쳐만 간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지치고 고립되고 힘들게 만드는가? 우리의 지나친 욕망 때문인가?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가?

여하튼 날이 갈수록 지치고 힘들어지는 현실의 삶 속에 별 생각없고 계산없이 살았던 유년 시절이나 과거를 우리는 자연스럽게 추억하게 된다.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던 인간 관계, 경제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천진난만한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 시절에도 분명히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을 테지만 기억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 대부분의 일들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러한 따뜻한 그리움들이 얼어붙어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녹이면서 인간적인 향수가 진했던 어머니 품 같던 시절을 더욱 절실하게 찾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옷을 찾게 되는 것처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가 자꾸만 얼어붙어 가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개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줄 옷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응답하라 1994 공식 포스터
응답하라 1994공식 포스터 ⓒ tvN

최근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30~40대들의 90년대 중반의 경험과 향수를 자극하여 그 때의 감성을 다시 한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분명 1990년대 중반에 모든 사람들이 좋은 경험만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었던 서태지,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농구대잔치, 갑자기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지금과 이름이 달랐던 프로야구 구단의 명칭 등은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과거의 사회적인 사건들과 더불어 자신에게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일들과 연관되었던 개인적인 희노애락을 이제는 대부분 편안한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출연진들의 구수한 지방사투리도 복고적인 감성과 잘 어울어지면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건축학 개론 공식 포스터
건축학 개론공식 포스터 ⓒ 건축학 개론

영화계에서 복고적인 감성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작품은 <건축학 개론>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서투른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는데, 과거 인기 있었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와 장면들이 잘 어울어지면서 관객들이 아련한 과거의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

이렇게 서툴렀던 과거의 경험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것은 하얀 백지 위에 처음 그려본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백지 위에 처음 그렸던 그림 위에 자꾸만 덧칠을 해 가고, 어느 순간 처음 그렸던 그림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삶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복고의 향수 속에서 찾으려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날처럼 과학과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차가운 자본의 힘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도 인간의 감성은 항상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차갑게 변해가면서 겉은 딱딱해지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여리고 따뜻한 감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이다.

과거의 삶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그리움이 되었던 것처럼 현재의 삶도 미래의 삶에 그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군가의 그리움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의 그리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삶에서 현재 우리의 삶을 그리움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들을 진심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복고#응답하라 1994#건축학개론#복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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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자본주의 생산자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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