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느 부분이 어떻게 좋은지 딱 꼬집어 설명하기엔 참 어려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설명이 안 돼!", "그냥 좋으니까!" 식의 다소 무성의해 보이는 답변이 전부이리라. 그러나 설명이 안 될 만큼, 이유를 찾기도 어려울 만큼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게 살아보니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행히도 많은 관객들은 그 '무엇'을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찾아낸 듯 보였다. 울고 웃는 관객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 무엇은 다름 아닌, 어느 계절에 만나더라도 반갑기 만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다.

명불허전

꿈을 향한 거침없는 여정에 오르는 돈키호테 역으로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 조승우와 정성화가 선봉에 선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여정에 오르는 돈키호테 역으로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 조승우와 정성화가 선봉에 선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명실상부 최고의 작품으로 기록된 바 있다.

특히, 2013년 올해 공연은 신구 캐스트의 적절한 조합으로 이른바 '드림 캐스트'로 불릴 만큼 티켓 오픈 당시부터 눈길을 끌었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여정에 오르는 돈키호테 역의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 조승우와 정성화를 필두로 김선영과 이영미, 이훈진과 서영주, 정상훈 등이 그들이다.

지난 시즌을 통해 <맨 오브 라만차>의 자자한 명성을 이미 눈으로 확인한 이들도, 이제껏 기회가 닿지 않아 풍문으로만 들어온 이들에게도 드림 캐스트의 이번 무대는 꽤나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명불허전'의 진정한 힘이랄까.

조지양익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명실상부 최고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명실상부 최고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새가 한쪽 날개론 날 수 없듯이, 산초가 빠진 돈키호테의 여정은 어쩐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혹자는 <맨 오브 라만차>를 보며 잊고 지낸 꿈의 불씨를 살려냈다지만, 개인적으론 돈키호테와 산초 사이의 두터운 우정이 내내 부러웠다.

겉보기엔 거북이마냥 느린 데다 행동은 굼뜨고, 기억력도 별로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산초는 이 모든 단점을 뒤덮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주인님인 돈키호테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줄 만큼의 무한신뢰를 베이스 삼은 충성스러움이다.

역대 산초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유쾌한 산초로 ‘이훈진’을 꼽는데 이견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역대 산초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유쾌한 산초로 ‘이훈진’을 꼽는데 이견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역대 산초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유쾌한 산초로 '이훈진'을 꼽는 데 이견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훈진은 2007년부터 네 차례의 시즌 동안 산초로 분해 국내의 내로라하는 돈키호테들과 호흡을 맞추며 그만의 산초 캐릭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의 내공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넘버 '좋으니까(I like him)'에서는 알돈자로부터 돈키호테가 왜 좋은지 묻는 질문에 몸을 이리저리 배배꼬며 "음…그러니까…"를 연발하다 "어쩔 수 없으니까"라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데, 객석에서 "꺄악"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올 만큼 산초의 사랑스러움이 절정에 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우이신

당신의 눈에 돈키호테가 어리석은 미치광이로 보이는가?
 당신의 눈에 돈키호테가 어리석은 미치광이로 보이는가?
ⓒ 오디뮤지컬컴퍼니

관련사진보기


형편없고 비루한 삶에 지친 알돈자에게 돈키호테와 실낱 같은 희망은 그녀를 탐하려 수작을 걸어오는 보통의 뭇남성들보다도 더 잔인한 존재로 비춰진다. 희망을 품으면 품을수록 자신의 지금 모습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기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어떤가. 창을 들고 싸우기는커녕 서있는 것조차 힘에 부치고, 풍차를 괴수 거인으로 착각해 달려들 만큼 정신은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울의 기사들과의 결투를 통해 자신이 그저 한 늙은이의 지나지 않음을 깨달은 이후에도 그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를 뿐, 그 꿈 이룰 수 없어도"라며 꿈을 노래한다.

당신의 눈에 돈키호테가 어리석은 미치광이로 보이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알아두길 바란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꿈꾸는 미치광이들의 몫이란 것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조승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