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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람 할머니가 주어 온 박스와 버려야 할 과일 사오기 6.25의 굶주림을 잊지 못함일까? 돈이된다고 밧스를 주어오고, 버려야할 과일을 잔뜩 사 놓고 싸다고 웃음짓는 곳
우리집 사람 할머니가 주어 온 박스와 버려야 할 과일 사오기6.25의 굶주림을 잊지 못함일까? 돈이된다고 밧스를 주어오고, 버려야할 과일을 잔뜩 사 놓고 싸다고 웃음짓는 곳 ⓒ 이월성

우리집 안사람, 할머니는 오전 11시 30분이면 미소를 지으며 30분 걸어 천주교 수녀님들이 만들어 주는 맛깔스런 점심밥을 먹으러 간다.

"점심 얻어 먹으러 다니지 말고 나와 같이 집에서 라면이라도 끓여먹자."고 내가 말하면 웃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밥과 반찬도 좋고, 30분 걸어서 운동이 되고, 영정사진도 찍어주고, 파마도 공짜로 해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낸다.

77살 할머니가 "허리 아프다. 어깨 아프다"하는 바람에 연신 안마를 해주고 부황도 매일 떠주는 처지여서 운동이 된다는 말에 그냥 점심 먹으러 다니도록 했다.

"여보 수레 가지고 신한은행 앞 채소 가게로 오세요."

핸드폰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수레를 끌고 할머니에게로 가면 상품가치를 잃어, 버려야 할 과일들(흠집이 있고 깨진 감, 지금은 먹지도 않는 홍옥사과, 껍질이 꺼멓게 변한 바나나)을 잔뜩 사놓고 수레에 싣고 짐으로 가잔다. 내가 얼굴을 찡그려도 할머니는 횡재라도 맞은 듯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운다. "이렇게 생겼어도 꿀맛이야!"하며 입맛을 다신다.

지하도를 지나려면 지하상가 TRY 가게 아가씨가 밖에 나와서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를 깍듯이 한다. 수레에 버려야 할 과일들을 한 짐 싣고 지하도로 들어가 TRY 가게 앞을 지나면, 이 가계 아가씨가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 숨어버린다. 내가 뒤를 돌아보면 할머니는 어디서 주었는지 빈 박스를 잔뜩 머리에 이고 뒤를 따라온다.

"제발 박스만큼은 주어오지 말라"고 하면 "돈이 되는데..."한다.

박스를 머리에 이고 따라오는 할머니가 측은히 보여 얼른 박스를 받아 수레에 짐을 합쳐
묶고 끌고 온다. 할머니 얼굴을 다시 쳐다보면 6 25한국동란 때 먹을 것이 없어서 호박에 물을 잔뜩 넣어 호박죽을 끓여먹던 때가 회상된다.


#돈 되는 박스 주어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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