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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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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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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고려대 08학번 주현우 학생이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현우 학생은 지난 10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 2장을 손수 써 학내에 붙였고 이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응답하는 대자보가 다른 대학 그리고 직장인과 여고생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등장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페이지가 만들어저 26만여 명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응답 대자보'를 붙인 사람 중 고려대 출신인 언론인 이경호 기자의 응답 대자보가 눈에 뛴다. 그는 KBS 기자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자가 기사가 아닌 대자보를 왜 썼을지 궁금했다. 지난 23일 프레스센터에 있는 언론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언론노조 사무처에 있는 한 기자의 권유로 대자보를 쓰게 되었다는 이 기자는 "방송사나 신문사 기자들이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줬다면 그들이 대자보를 쓸 생각을 했을까"라면서 "현재의 언론은 과거 군부독재 때 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군부독재 때는 정보기관 직원들이 언론사에 상주해 검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쓰지 못했지만 분노를 느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검열하고 기득권 집단이 되어 분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은 언론인이 아니라 직장인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대자보에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다"라는 글을 썼다. 많은 사람들은 정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언론인의 책임은 없을까? 이 기자는 "물론 정권과 언론인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공정한 보도가 힘든 그런 시스템을 먼저 탓하지 않고 언론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언론환경을 왜곡하는 시스템의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된다"고 주장했다.

KBS 기자인지라 수신료 인상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기자는 "수신료는 KBS가 받는 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재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올려야 한다"면서 "단 전제조건은 KBS가 먼저 정치나 재벌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있다는 자세와 의지를 먼저 보여줘 한다. 장사꾼이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고 값을 올려달라고 해야지 비싸게 사 주면 좋은 물건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윈장인 이경호 KBS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예전엔 권력이 억압했다면 지금 언론인들은 분노 안 느껴"

KBS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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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 대자보를 붙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대자보가 12일 정도부터 화제가 됐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자보를 붙이기 전, 일요일에 저의 모교니까 가서 보고 싶었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대자보를 봐도 뜻을 모르겠지만 데리고 갔어요. '선배가 얼마나 못났으면 후배가 이런 대자보까지 붙여야 하나' 생각하고 돌아왔는데 18일쯤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언론노조 사무처에서 언론노보를 만드는 최유리 기자가 있어요. 최 기자가 '대자보를 하나 쓰면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대자보냐고 했더니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쓰라는데, 거기다 싫다고 못하겠어서 쓴다고 했죠.

즉흥적으로 결정한 건데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은 아니고 '졸업한 선배들 중에도 바꾸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 시간 만에 써서 고대에 가서 바로 붙인거예요. 언론에 알릴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닌데 붙이니까 페이스북에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페이스북을 하지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페이지가 있는걸 몰랐어요. 그걸 보고 기자들이 전화했고 그것을 인터넷에 기사화하니까 계속 연락 와서 알려진 것 같아요."

- 주위 반응이 궁금해요.
"이게 반응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고대 졸업생이고 일개 개인자격으로 올린 것이에요. 고대 선배고 안녕하지 못한 국민으로서 올린 것인데 반응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해 처음 물어보시니까 '잘 썼다'거나 '고맙다' 등의 좋은 평가는 있었으나 나쁜 평가는 없었어요."

- 시작을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하다"고 하셨는데 무엇이 이 기자를 부끄럽게 했습니까?
"부끄럽잖아요. 학교 선배로서나 언론인의 길을 걷는 인생의 선배로서나 모두 부끄럽죠.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언론인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에 만약 저처럼 부끄럽지 않다면 언론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론은 자본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을 비판해야죠. 대한민국이 상식이 통하고 잘 살 수 있는 사회, 합리적인 결정이 존중되는 사회로 가야하는데 언론이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대자보란 수단을 사용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거잖아요.  합리적인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언론인이라면 이념을 떠나 당연히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또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닌 독이 된 지 오래다"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된 것은 정권만의 책임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다시 말해 언론인의 책임은 없을까요?
"먼저 KBS를 말씀 드리면 KBS 뉴스를 통해서는 대한민국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잖아요. 어느 순간 우리 뉴스엔 아시다시피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겨울엔 멧돼지가 등장하고 멧돼지가 CCTV에 찍힌 그림만 있으면 매일 뉴스에 나와요.

처음 한두 건이면 괜찮죠. 그런데 언제까지 멧돼지가 나타나기만 하면 9시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주말에 가족들이 나들이 나가는 것은 당연한데 주말만 되면 메인 뉴스 첫 아이템으로 봄에는 '봄나들이 상춘객 북적', 여름에는 '해수욕장, 피서객 붐벼' 뭐 이런 기사가 매번 주말 메인 뉴스를 차지하죠. 연성화된 뉴스죠. 정말 국민들이 알아야할 뉴스라기보다는 알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뉴스들이죠. 전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KBS가 정말 전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뉴스를 하고 있느냐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런 책임은 정권과 언론인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정권의 책임이 크죠. 자본권력도 있지만 저는 집권을 한 정치권력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언론인 개개인의 책임도 있죠. KBS나 MBC 내부에서도 평기자들이 열심히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간부나 임원이 보도의 방향이나 편집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죠. 또 저는 양측이 다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공동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보도가 힘든 그런 시스템을 먼저 탓하지 않고 언론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자가 기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 물론  내부에서도 싸우지만 외부에서 언론환경을 왜곡하는 시스템의 구조가 먼저 바뀌어야죠."

- 89학번이더라고요. 주현우 학생이 08학번이니까 거의 20년 차이가 나요. 이 기자께서 대학생활을 하실 때만 해도 학내 대자보는 익숙한 풍경이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디지털 시대인 2013년 현재에 대자보 등장은 무척이나 낯섭니다. 대자보의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방송사나 신문사의 기자들이 먼저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들고 와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면 대자보가 등장할 이유가 없잖아요.  학생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언론이 대신 전해줬다면,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 일어난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을 하는데, 그 얘기를 언론이 먼저 들어줬다면 학생들이 굳이 대자보까지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현재의 언론은 과거 군부 독재 때보다 못하다는 것인가요?
"과거 군사정권 당시에는 정보기관 직원들이 언론사에 상주했죠, 그래서 신문사의 경우 정보기관원들이 기자가 쓴 기사에 수정을 가하기도 하고, 방송사 역시 정보기관에서 수시로 전화를 해서 압력을 넣었죠. 그러나 지금은 안 그래요. 지금은 언론인들 스스로 검열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권력의 억압에 의해 검열을 당하면서 언론인들도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은 언론인이 기득권 집단이 되어서 분노를 느끼지 않죠. 조중동 기자들은 아마 행복할 거예요.  공영방송의 간부들도 권력에 잘 보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니까 이제는 권력에 눈치를 보고 때로는 굴종하면서도 안 그런 것처럼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거죠. 언론인이 아니라 직장인이죠."

- 언론인과 직장인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일반적인 기업에서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그런 목표는 없잖아요. 직장인은 직장 내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거기에서 나오든 소득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죠. 그러나 언론인은 아니죠. 국민이 언론인에게 준 마이크와 펜, 카메라는 그 사람이 잘 나서 준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라고 준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국민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쓰고 보도를 하는 것이 맞죠."

"KBS 수신료 인상, 좋은 물건 놓고 값 올려달라고 해야"

KBS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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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JTBC 뉴스에 중징계를 내렸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말도 안 되죠. 누가 누구를 징계하는지 모르겠어요. 방통심의위가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6:3 구조잖아요.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인데 여당 추천 위원은 정말 자격미달인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JTBC 뉴스에 대해서 중징계를 내리는 권한을 행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JTBC 뉴스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힘들어요. 지금은 JTBC가 그나마 공정하게 보도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JTBC가 이런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보도 기조를 유지할지, 또 현재 보도부문을 이끌면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손석희 사장이 나중에 떠날수도 있는데 그런 다음에도 지금의 보도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 봐야죠." 

- JTBC가 종편이잖아요. 종편을 거부하는데, JTBC를 봐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처음엔 다 비슷했는데 JTBC가 다른 종편과는 결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뉴스가 특히 그렇고 이외의 프로도 보면 다른 종편하곤 차이가 있죠. JTBC뉴스나 토론 프로에서 팩트를 심각하게 왜곡했다거나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젠 지켜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언론노조는 현재 조중동뿐만 아니라 종편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거든요. 거부하는 이유는 그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지금 JTBC는 지상파 3사보다도 공정한 뉴스를 해요. 따라서 계속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달라지는 사람에게 박수쳐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언론운동의 역할인 거죠. 언제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너희는 아니야'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언론이 정상화되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권력이 나중에 진정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언론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내려놓아야 해요. 언론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가 내려놓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봐요. 정부의 의지죠. 박 대통령은 대선전에도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할 생각도 없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은 모르지만 그 밑의 참모들은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하죠.  정말 성공한 정부가 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자신들에게 쓴 소리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 격려와 지지를 보내줘야죠.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안녕하기 위해서죠. 언론의 쓴 소리에 귀 아파하기 시작하면 그 정부는 결국 파국의 길로 갈 수밖에 없죠. 그것은 지난 5년 MB정부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지난 10일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해 논란인데 어떤 입장이십니까?
"수신료는 당연히 현실화 되야해요, 수신료는 KBS가 받는 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재원이죠. 정치권력과 재벌로부터 독립되어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수신료는 지금보다는 올라야죠. 단 전제조건은 KBS가 먼저 정치나 재벌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있다는 자세와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죠. 이건 기본적인 상식이에요. 장사꾼이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고 값을 올려달라고 해야지 비싸게 사 주면 좋은 물건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경호, #언론노조,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KBS 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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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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