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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물취급을 반영하지 않고 여객수입에만 국한하여 인건비와 비교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의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이 장기화 되자, 철도노조가 귀족노동자라고 호도하기 위해서 코레일 '철도역 운영의 비효율 사례'라는 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자료는 역의 매출액과 역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비교해보니 인건비가 턱없이 높아서 철도노조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대다수의 언론들도 국토부가 배포한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코레일 방만경영의 책임을 철도노조에 돌리는데 동조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배포한 이 자료는 명백하게 왜곡된 것이다.

먼저 국토부가 인건비와 비교하기 위해서 기준을 잡은 매출은 여객수입만을 집계했기 때문에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예를 들면, 국토부는 태백선 쌍룡역의 경우, 하루 승객이 15명이지만 17명의 역무원이 상주하고 있으므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81.3배나 많은 대표적인 방만경영의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쌍룡역은 2010년에 175만 톤의 화물을 발송했고 21만 톤의 화물이 도착했다. 다시 말하면 쌍룡역은 여객수송보다는 화물수송을 주로 담당하는 화물취급역이라는 것이다. 17명의 역무원은 역무 업무뿐만 아니라 화물을 취급하는 일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객이 15명임에도 17명의 역무원이 존재한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완전히 왜곡된 것이다. 백 만 톤이 넘는 화물에 발이 달려서 알아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므로 적절한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쌍룡역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제시한 이 자료의 많은 역이 화물을 취급함에도 이러한 사실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1>에 의하면 안인역(10명 근무) 약 100만 톤 화물도착, 음성역(12명 근무) 약 41만 톤 화물도착, 청주역(29명 근무) 14만 톤 화물발송 및 47만톤 화물도착, 예미역(12명 근무) 54만 톤 화물발송, 효천역(11명 근무) 26만 톤 화물도착, 나원역(10명 근무) 17만 톤 화물발송 및 5.7만 톤 화물도착 등을 비롯해서 열거된 대부분의 역들이 화물수송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코레일이 제공하는 통계자료만 봐도 이들 역들이 화물취급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러한 역들의 화물취급 기능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여객수입만을 고려하면서 방만한 사례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국토부 왜곡 비판자료
 국토부 왜곡 비판자료
ⓒ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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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영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관리역과 분기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화물취급 뿐만 아니라 철도운영의 다양한 특성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철도는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 다수의 역들을 포괄하는 역 중의 역인 관리역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관리역에서는 말 그대로 관리하는 역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작업들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그래서 여객수송이 거의 없더라도 관리역에는 적절한 운영인원이 상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철도에서는 선로가 나눠져서 갈라지는 분기(分岐)를 제대로 관리하는 분기역도 필요하다. 선로가 분기되는 분기역은 여객수송이 거의 없더라도 이들 역에는 유지보수나 운영시스템을 관리하는 인력이 필히 상주해야 하는 것이다. <표 1>에 있는 청주역, 점촌역, 민둥산역, 예미역, 진례역, 나원역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역에는 여객수송과는 상관없이 애초부터 인력이 배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들 역이 여객수입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을 가지고 방만경영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토부는 3조 2교대라는 철도산업의 특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철도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야간근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철도에서는 통상근무를 하는 일근과 기관사와 같은 교번근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3조 2교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 논리대로 매출과 인건비를 비교한다면 제시한 인력들 중에서 휴무를 취하는 인원들은 제외를 했어야 했다. 예를 들면 쌍룡역 같은 경우, 1일 여객 수송인원과 비교하려면 17명 중에서 일을 하지 않고 휴무인 1개 조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역에 소속된 모든 직원들을 반영했기 때문에 인건비가 과도하게 상정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이 지속되자  철도노조를 귀족노동자로 몰아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서 잘못되고 왜곡된 언론 플레이를 일삼았다. 대다수 언론들 또한 이에 대한 제대로된 검증도 하지 않고 국토부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 노동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3. 국토부의 왜곡과 거짓말은 서로 간에 불신만 쌓이게 한다 

코레일의 경영에 비효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공기업 개혁도 필요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코레일의 경우 17.6조원이나 되는 부채 중에 10조 이상의 부채가 정부의 정책 실패나 코레일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므로 코레일의 방만 경영 문제를 논의하기 이 전에 이러한 부문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해소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코레일의 경영 비효율 문제가 노사 간에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코레일의 방만경영을 왜곡한 자료를 가지고 철도노조에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렵게 성사된 철도발전소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노사정 서로 간에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토부는 서로 간에 불신만 쌓이게 하는 이러한 왜곡된 언론플레이를 철회하고 진정한 자세로 철도노조는 물론 국민들에게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영수 기자는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국토부 왜곡#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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