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3일 오전 포산고등학교 교장과 만난 자리에서 10월항쟁을 왜곡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위를 따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3일 오전 포산고등학교 교장과 만난 자리에서 10월항쟁을 왜곡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위를 따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기사 대체 : 3일 오후 4시 13분]

"돈벌러 갔다면 공장에 데리고 가야지 왜 성노예로 만들었느냐? (일본에서는) '너희는 돈 벌러 갔다, 스스로 갔다, 군인을 따라다니면서 즐겁게 해줬다'라고 왜곡하는데 나는 군인 방에 안 들어간다고 고문을 받았다. 그래서 아직도 관절이 좋지 못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분해 죽겠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교과서에 썼는지... 우리만 피해자냐? 여러분도 다 피해자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정신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성노예로 살았던 이용수 할머니는 대구 포산고등학교에서 왜곡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교장에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각서로 쓰라"고 요구했지만 김효경 교장은 그저 침묵만 지켰다.

3일 오전 11시. 포산고등학교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10월항쟁유족회, 5·18부상자동지회 대구지부, 4·9인혁재단,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전교조 대구지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 관계자 20여 명은 항의방문을 위해 포산고를 찾았다.

이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학교에서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선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취소하고 재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학교를 찾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과서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하던 학교측에서도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찬수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상임이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올바로 알도록 기술해야 하는데 교학사 교과서는 거꾸로 반대된 입장과 왜곡된 내용으로 할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 포산고등학교 김호경 교장은 전교조대구지부, 10월항쟁유족회, 정신대할머니모임 등이 항의방문한 가운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 포산고등학교 김호경 교장은 전교조대구지부, 10월항쟁유족회, 정신대할머니모임 등이 항의방문한 가운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 조정훈

 포산고 김효경 교장이 3일 오전 학교를 방문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포산고 김효경 교장이 3일 오전 학교를 방문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조정훈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대표도 "이 학교에서 왜곡된 교과서를 채택했다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말이 잘 안나온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채 대표는 "대구 10월항쟁은 1946년 미군정 상태에서 식량정책이 잘못돼 기아가 발생하고 콜레라가 창궐했지만 대구 인근을 차단하는 바람에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철들고 난 이후에 투쟁해 폭동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항쟁으로 쟁취해왔다"며 "다시 폭동으로 교과서에 올려놓았는데 그 유가족의 비참함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채 대표는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는데 결국은 아버지만 학살한 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연좌제에 묶여서 자식들이 아무 짓도 못하게 만들었다"며 울먹였다. 연좌죄로 인해 70여 년간 고통을 당했는데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효경 포산고 교장은 "검정인 8종 교과서에 실린 내용들이 어떤 부분은 일치하지만 어느 부분은 시각이 달라서 기재가 오류가 많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우리 학교는 검정교과서 모두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고 어떤 교과서를 선정하든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해서 선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장은 결국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다고 말씀드리겠다"며 "오늘 오후에 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교학사 교과서를 배제한 다른 3순위 안에 든 교과서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산고등학교는 이날 오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교재 심사위에서 2순위와 3순위로 올라온 천재교육과 비상의 한국사 교과서 중 하나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게 됐다.

한편 이날 학교를 항의방문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해 회의를 갖고 가칭 '교과서 바로보기 모임'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어 전교조 역사모임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을 조목조목 알리는 강연회를 조만간 열기로 했다.


#교학사?교과서#포산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