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청소용역업체 직원 2명이 신규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거부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약을 거부당한 박아무개(58)씨는 '관리소장과 마찰을 빚은 사람들만 업체가 의도적으로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규 용역업체가 이들과 계약하지 않도록 관리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재계약을 거부당한 청소노동자들은 1월 4일부터 학교 정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014년 첫 번째 월요일인 1월 6일, 재계약을 거부당한 두 사람 중 복직투쟁을 시작한 박아무개씨를 서울과기대 정문에서 만났다.
국립대인 서울과기대는 매년 12월 31일자로 조달청에서 청소 용역업체를 추천받아 새로 계약한다. 통상적으로 업체가 바뀌더라도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은 고용승계가 이뤄졌다고 한다. 박씨는 11년째 이곳을 일터로 삼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신규 용역업체는 사유서(시말서)를 제출한 적이 있는 사람 5명 가운데 박씨와 다른 한 사람, 2명만 계약에서 제외했다.
박씨는 자신이 재계약을 거부당한 것을 사유서 한 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 여름 쓰레기 봉투를 아끼려고 두 주먹 정도의 화장실 핸드타월을 분리수거 하지 않고 버렸다. 그 때문에 그날 저녁 관리소장실로 불려가 사유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고, 박씨는 여러 차례 사과한 뒤, "그만 한 일 갖고 어떻게 사유서를 쓰느냐. 부당하다"고 따졌다. 하지만 결국 박씨는 이튿날 관리소장에게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관리소장 이아무개씨는 사유서 사건만 문제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시 사유서 작성 사유였던 분리수거 미이행 외에도 근무시간 내 근무지 이탈 등 여러 다른 사건이 있었다"며 "사유서에 '분리수거 미이행'만 적게 한 것은 오히려 많이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소장 "고용승계 개입 없었다"... 학교 측 "할 수 있는 것 없다"
'근무지 이탈' 사실에 대해 박씨는 "당시 내 근무지는 제2학생회관이었고, 토요일이고 날이 추워서 체육관에 근무하던 분에게 가서 커피 한잔 얻어 마시려다가 그냥 돌아왔다"며 "학교 밖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제2학생회관에서 체육관까지는 100m도 안 된다"며 근무지 이탈이라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박씨는 오히려 관리소장이 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은 노동자들의 재계약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는 "새로 계약한 업체 사장은 내 근무 자세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며 관리소장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평가를 전달하지 않는 한 특정한 사람만 골라서 계약을 거부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리소장 이씨는 "고용승계 과정에 자신의 개입은 없었고, 개입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며 "계약 당시 박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신규 용역업체 관계자는 1월 3일자 <매일노동뉴스> 인터뷰를 통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사자(박씨 등)들도 수긍했다"며 "(고용승계를 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과기대 측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무팀 관계자는 "용역업체 선정은 조달청에서 경쟁입찰을 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억울하다는 것은 그분(박씨)의 주장이니까, 업체 측에 이렇게 해라(재계약해라)고 명령이나 권고를 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고 밝혔다.
한편 박씨를 지원하고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은 8일 낮 12시 서울과기대 앞에서 박씨의 재계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오주석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