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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을 모두 아이들에게 돌려주겠습니다."

'참교육'을 외치다 두 번이나 해직되었다가 복직되었던 진선식(54) 교사(창원 명곡초교)가 최근에 펴낸 책 <진쌤의 진심교육>(도서출판 양지) 서문에서 한 말이다.

진 교사는 1989년 8월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했고, 이명박정부 때 교사시국선언으로 2010년 1월 다시 해임되었다가 2012년 11월 복직했다. 전교조 활동으로 두 번이나 해직된 드문 사례다.

 진선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
 진선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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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전교조를 '노조 아님' 통보해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눈물겨운 진 교사의 '참교육 투쟁' 이야기는 전교조 활동을 하는 교사들한테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첫 교단생활은 어땠을까. 첫 가정방문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거제에서 첫 교단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3월초에 담임이 의무적으로 학생들의 집을 방문해야 했다, 하루는 좀 먼 마을에 사는 학생을 집을 찾아갔는데, 날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부모와 대화를 나누었다"며 "깜깜한 논길을 걷다보니 집에 갈 길이 막막했고, 주머니에 동전도 없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 학생의 집으로 되돌아가 '버스비 좀 빌려 주세요'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사들이 학생한테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여긴다. 학창시절 겪은 일화를 소개해 놓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담임한테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데, 기분 나쁘다는 듯이 발길질을 했다"며 "용케도 피했지만, 그 때 '아니, 말로 하면 될 걸 왜 때리려고 하지. 만약 내가 교사가 된다면 저런 선생님은 절대 안될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들추어놓았다.

체육 담당도 아닌 그는 시골 학교에서 '군내 체육대회'에 나갈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체육대회 성적은 초라했지만 "선생은 결코 슈퍼맨이 아니고,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걸 해주지는 못한다"며 "그렇다고 아무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교사가 진심을 보이면 학생들도 그 마음에 응답한다"는 교육관을 터득한 것이다.

송인세 교사의 권유로 '초등교사협의회' 활동에 참여한 그는 1988년 11월 전국교사협의회 마산창원초등교사협의회가 결성되었을 때 총무부장을 맡았다. 이듬해 전교조 결성까지 온갖 시련을 겪은 것이다.

당시 교육장이 학교로 찾아와 "산에 불이 나서 나무가 타고 바위․풀 할 것 없이 타들어 가는데 왜 거기서 벗어나지 않느냐"며 전교조 탈퇴를 권유했다는 것. 이에 진 교사는 "교육장님 말씀 다 하셨습니까?"라고 한 뒤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답변 드리지요. 온 산에 모든 것들이 다 타버렸지만, 이듬해 보면 그 곳에서 작은 싹이 올라오기 마련입니다. 십년, 이십년이 지나면 산은 제 모습을 되찾겠지요. 비가 온 후의 맑게 갠 하늘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폭우가 쏟아진 후에도 하늘은 맑게 개입니다. 전 떳떳하게 그 맑은 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는 교단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8월 10일 해임된 그는 "당시 2학년 아이들 담임이었는데 작별 인사를 할 여유도 없었다"며 "온갖 매체에서 빨갱이 교사로 색칠을 해댔으니 당시 학부모들에게 연락 한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경남에서만 전교조에서 탈퇴하지 않았던 교사 76명이 해직되었는데, 당시 창원에서만 2명이었고 그 중에 진 교사가 포함돼 있었다. 경남대에서 열렸던 교사대회에 교육청과 경찰의 감시를 피해 참가했던 이야기가 '긴장감' 속에 담겨 있다.

"경찰에 연행되어 난생 처음 경찰서 유치장이라는 곳에 가보았다. 조사를 받고 100만원 벌금형까지 받게 되었다. 억울했다. 우리는 벌금을 낼 돈도, 낼 수도 없었다. 아니 못 낸다. 안 내고 버텼다. 그러다 의령으로 농성투쟁 지원하러 가는 길에 불심검문에 걸려 다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었다. 벌금 못낸다고 노역으로 대신하겠다고 소리쳤는데, 밖에서는 사람들의 모금운동이 벌어졌고, 1주일치 노역하다 나올 수 있었다."

또 그는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으면 교장 선생님과 아내가 나를 인수하러 오고, 몇 번을 인수했는지 모른다"며 "내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으면 어김없이 인수하러 오는 영주(부인). 내 삶의 인수자다"고 소개했다.

교사인 부인도 전교조 활동을 하는 그를 지켜주었고, 장인까지 그렇게 한 모양이다. 진 교사는 "해직된 사위를 격려한 장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첫 해직되던 때 장인은 딸이 힘들게 살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나무라지 않았다"며 "사위가 해직될 당시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복직 후에 아내에게 편지와 함께 전기밥통을 보내주셨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 때 그는 전교조 경남지부장으로 있다가 다시 해직되었다. 입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촛불(광우병)을 들었을 때 교사시국선언을 했고, 다른 교사들은 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지만 그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것도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교육청이 결정한 것이다.

그는 교사시국선언에 대한 징계에 항의하며 단식·천막농성도 했다. 이때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악성종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전교조 지부장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병가를 냈으며, 교사로 있던 부인도 몸이 좋지 않아 같이 병가를 내고 함께 2010년 10월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학교 일과 전교조 일에서 멀어진 우리는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세월을 한탄이나 하듯 다정하게 지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붙어 다녔다. 휴양림에서 산책도 하고 마을을 돌아 산중턱에 있는 절까지 걷기도 했다. 기 치료도 하고 음식 조절도 하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

2012년 9월, 그는 병원에서 '암 세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그는 "2년의 병가, 내 몸 안에 나쁜 세포와의 전쟁은 끝났다"며 "난 다시 태어났다. 다시 살았다.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이 나를 다시 살려낸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진선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책 <진쌤의 진심교육>을 펴냈다.
 진선식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책 <진쌤의 진심교육>을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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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얻었을 무렵, 교사시국선언으로 받은 해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해 11월 명곡초교 교사로 발령이 났고, '참교육' 활동하는 교사들이 달려와 그를 축하해주었다. 그는 "다시 32년차 초짜교사로 출근하는 날"이라며 "아이들 볼 생각에 어찌나 설렜는지 모른다. 교사에게 아이들은 기쁨이자 희망이다"고 회상했다.

다시 복직한 그의 눈에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6년만에 복직해서 돌아간 학교는 충격적이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많이 변해 잇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너무 화가 차있다. 다툼도 늘었고, 욕설도 늘었다.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하고 싸운다. 양보란 없고 지기 싫어한다. 사회 분위기 그대로 학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 스트레스와 화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가 지부장으로 있을 때 전교조 경남지부는 '성과급 반납 투쟁'을 벌였는데, 교육청에서 수령하지 않았던 돈은 다문화가정․비정규직 자녀를 위한 '민주노총 장학기금'과 여성농민회, 지역아동센터, 공부장, 작은도서관 등에 지원되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노동자장학회는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지난해 '행정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교' '주민이 참여하는 교육자치 실현' '배움의 질을 높이는 교육복지 실현' '민주주의와 인권교육' 등을 내건 경남진보교육네트워크를 창립했는데, 그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전교조 지부장 임기를 마쳤지만 참교육을 위해 뒤에 서지 않고 앞장서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전교조 수석부지부장을 지낸 박미자 교사(인천 청천중)와 진 교사가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두 교사는 대담에서 "모든 아이들은 제멋대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정책을 세우는 어른들의 머릿속에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우열을 가르고 경쟁하면서 줄 세우는 교육의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한 인간으로 존재를 인정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고마워하고, 자신의 노동을 귀하게 여기며 자유롭게 꿈꾸도록 판단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진선식 교사#전교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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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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