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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요체는 선거이고, 선거의 요체는 투표다. 투표는 국민주권의 가장 확실한 행사이며 표시다. 그 투표로서 국민 모두는 정치에 참여한다. 정치를 말하는 자, 반드시 투표해야 하고, 투표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노력이 동원된다. 과거에는 집권세력 쪽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쓰기도 했다. 특히 1975년의 유신체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때는 모든 공무원을 전방위적으로 내몰았고, 트럭을 동원하여 촌락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진척된 이후에는 주로 야권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투표율 상승이 야권의 승리로 연결되는 현상도 생겨났다. 그 때문에 여권에서는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비겁한 술수를 쓰기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서울시 투표소 수십 군데가 명확한 이유 없이 선거 수일 전에 바뀌고,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확인할 수 없도록 선관위의 서버를 다운시켜 버린 '디도스 공격' 사건은 여권에서 자행한 부정선거의 혐의가 매우 짙다. 

우리나라같이 정치 혐오증이 심한 나라에서는 투표율 저하가 선거 때마다 큰 문제다. 정치 혐오증이 큰 사람일수록 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기 마련인데, 그 관심과 상관없이 투표율은 낮아서 정치발전에 걸림돌이 되곤 한다.

정권의 시녀인 언론에 대한 질타 17일 저녁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거행된 천주교 원주교구 시국미사에는 처음으로 오늘의 언론 상황에 대해 통분하며 질타하는 피켓 구호도 등장했다.
▲ 정권의 시녀인 언론에 대한 질타 17일 저녁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거행된 천주교 원주교구 시국미사에는 처음으로 오늘의 언론 상황에 대해 통분하며 질타하는 피켓 구호도 등장했다.
ⓒ 전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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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같은 나라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법으로 강제력을 동원한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을 때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사유서 제출이 힘든 일이어서 자연 투표율은 높게 나타난다.

호주가 매력적인 것이 또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 TV 방송 시간도 제한하고, 드라마도 제한한다고 한다. 국민의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 그런 발상까지 법제화하고 있다니,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호주 같은 문명국이 국민의 독서를 위해 굳이 그런 정책까지 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문명국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것은 '똑똑한 국민', '생각할 줄 아는 국민'들을 양성하려는 의도다. 다시 말해 '시민정신'의 굳건한 토대를 구축하려는 뜻이다. 시민정신의 요체는 사고력과 균형감각을 겸비한 '비판정신'이므로, 요컨대 비판정신을 지닌 국민들을 양성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정권에게 물려줄 유산들 중에는 '방송장악'이라는 것이 있다. 현 집권세력 쪽에서 보면 이명박 정권이 이룩한 방송장악이야말로 가장 탁월하면서도 빛나는 보배다. 오늘의 방송매체들은 하나같이 '정권의 시녀'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덕분에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서도 순풍에 돛단배처럼 나아간다. 어디에도 돌풍이나 태풍은 없을 것만 같다.

방송매체들이 보도기능을 스스로 제한하면서 '박비어천가'를 헌창하는 한편 각 방송사들은 시사 관련 프로나 탐사 프로를 줄이는 대신 드라마 편수를 경쟁적으로 늘렸다. 어느 채널이나 드라마가 홍수를 이룬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한편 드라마 속으로 국민 대중을 끌어들여 '우민화'하는 일에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과 드라마를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에는 '사회적 고민'과 '메시지'라는 것이 없다. 아예 메시지라는 것을 만들 수조차 없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습득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고민을 접할 수가 없으므로 시민정신의 눈을 키운다는 것은 거의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이명박 정권이 달성한 방송장악의 효과는 오늘도 극대화의 길을 치닫고 있다. 국민대중의 대다수는 방송매체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를 얻고, '의도된 길'을 따라 가고 있으므로,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교육정책 시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거행되는 천주교 각 교구의 시국미사에 적극적으로 참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전주교구와 12월의 대전교구에 이어 올해 1월 6일에는 수원교구에서, 27일에는 마산교구에서, 또 2월 3일에는 남녀수도회연합회에서, 10일에는 광주대교구에서, 17일에는 원주교구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4일의 부산교구 이후로도 매주 월요일 전국의 모든 교구들이 돌아가며 연쇄적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또 천주교 평신도들의 자발적 신생 전국조직인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은 지난해와 올해 네 차례 시국미사와 시국기도회를 서울에서 열었는데, 19일 저녁에는 대한문에서 5대 종단(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 평신도들의 연합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천주교 사제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보훈처 등 정부 기관의 대선 개입, 관권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국정원 개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수준을 지나 '이명박 구속·박근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또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뿐만 아니라, 선관위 서버에 개표 전에 이미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입력되었던 것과 관련하여 선관위 부정을 거론하고 있다.   

천주교 시국미사와 범종단의 시국기도회 관련 기사들이 방송매체들에는 일체 비치지도 않으니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방송매체들만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 시대다. 인터넷 언론매체들의 적극적인 보도로 소셜 미디어들에는 천주교 시국미사와 범종단의 시국기도회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시대 조류는 지금 이 시각 정보 유통의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관권부정선거#방송장악#정권의 시녀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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