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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해안의 폭설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겨울이라고 한다. 정규직들이야 걱정할 것도 없고 비정규직들이라고 하더라도 계약기간 내에는 급여가 나오지만 일당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이들은 공사현장의 중단으로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노동현장에 노출되어 있는 국민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대부분 기초수급대상자로 이들의 경제적 무능을 단순히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탓하기에는 국내 고용시장이 매우 불안하다. 일하고 싶은 의지는 누구 못지않게 넘치지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 처한 이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국 각 지자체에 있는 지역자활센터다.

지역자활센터는 말 그대로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곳이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활사업 참여 주민들에게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이 아닌 정신적 자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이 있다. 기자가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은 전남 무안에 위치한 '무안지역자활센터'이다.

단순한 봉사활동 아닌 정신적 자활

장터 주변 환경정리 무안지역자활센터 참여자들은 무안읍 장날마다 장터 주변 환경정리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장터 주변 환경정리무안지역자활센터 참여자들은 무안읍 장날마다 장터 주변 환경정리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 이혁제

단체사진도 찍어야죠! 여느 단체처럼 봉사활동 후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다
단체사진도 찍어야죠!여느 단체처럼 봉사활동 후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어쩐지 어색하기만 하다 ⓒ 이혁제

저소득층으로 구성된 주민들이 매 장날마다 환경지킴이로 변신하여 쓰레기들로 널부러진 장터 주변을 청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순히 일회성 생색내기 청소 활동쯤으로 생각하고 갔던 기자에게 이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이들은 영락없는 시골 촌부이며 도시 서민들의 모습이었다.

매일 하는 것이 노동인 이들에게 봉사활동은 또 하나의 노동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일당을 받기 위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쓰레기 줍기 같은 일자리창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만날 군에서 주는 일이나 하면서 먹고 살았는디, 이렇게 운(우리)들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은께 겁나 좋소. 이렇게 청소해논께 얼마나 보기 좋소. 인자 앞으로는 장날마다 나와서 청소 할라요."

수줍은 듯 말하는 김아무개씨에게서 삶에 대한 자신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자활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스스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심신도 함께 수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의 아들벌 밖에 안돼 보이는 젊은 센터장의 모습에서 무안지역자활센터의 미래가 보였다.

단순노동에서 독창적 사업 아이템 구상

찾아가는 삘래서비스 사업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빨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자활 참여자들
찾아가는 삘래서비스 사업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빨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자활 참여자들 ⓒ 이혁제

무안지역자활센터에서는 무안군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대부분의 지역자활센터에서 하고 있는 청소사업, 주거복지사업, 간병사업, 재활사업과 같은 일반적인 사업 외에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창의적 사업을 기획하는 등 지속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에 시작한 '콩닥콩닥전두부사업'은 일반 두부와는 달리 콩 껍질 채 가공한 건강 두부로 지역에서는 입소문이 날 정도로 유망한 자체 사업으로 성장하였다. '콩닥콩닥전두부'는 무안지역자활 참여자들이 콩 재배부터 시작하여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결과 지난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열린 '제13회 전남도 자활대회' 및 '2013년 전남도 자활생산품 박람회' 자활우수생산품경진대회에서 '콩닥콩닥전두부'를 출품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콩닥콩닥전두부 콩닥콩닥전두부는 이름만큼이나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콩닥콩닥전두부콩닥콩닥전두부는 이름만큼이나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 이혁제

두부 이름 앞에 '콩닥콩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 보아도 무안지역자활센터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박형준 센터장은 이미 '콩닥콩닥전두부'를 상표등록 까지 마친 상태이며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 할 계획이라고 말하였다.

무안지역자활센터는 또한 올해부터는 무안지역에서 생산되는 무를 이용한 '무말랭이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생산할 계획이며, (주)커피큐브와 계약을 맺고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무안 캐릭터를 만들어 관광 상품화 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무안지역자활센터에는 현재 66여 명의 무안군 취약계층들이 일자리를 제공받고 스스로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있지만 향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보였다.

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고 각 지자체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위탁법인이 서로 긴밀한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자체와의 협력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으며 단순히 국가와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이나 축내는 사업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무안지역자활센터가 이처럼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군과 센터 간에 주민들을 위한 업무 공조가 두터웠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센터의 독자적인 능력만으로는 자활사업을 통해 생산된 상품의 소비를 충족시킬 수도 없고,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군에서는 자활센터를 통해서 취약계층들이 노동능력을 향상하여 자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주민들의 자활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각 지역을 다니다 보면 아마도 'OO지역자활센터'라는 이름이 적힌 차량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차량을 보고 정부의 지원쯤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생각 했을 독자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자활센터는 단순히 세금을 먹는 기관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번 무안지역자활센터 방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무안지역자활센터가 무안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여 더 많은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무안지역자활센터#무안군#콩닥콩닥전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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