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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수 장관의 임명장 전수식을 위해 교육부가 만든 '임명장 수여식장 동선'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
서남수 장관의 임명장 전수식을 위해 교육부가 만든 '임명장 수여식장 동선'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 ⓒ 윤근혁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추진한 초임 교장 임명장 전수식이 "예산과 시간 낭비 행사"란 지적을 받는 등 뒤탈을 낳고 있다. 교육부장관이 초임 교장들을 한 데 불러 모아 임명장 전수라는 집단행사를 벌인 건 사상 처음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장 동원한 교육부... 강원·경북·전북 교육청은 사실상 '보이콧'

교육부는 지난 24일, 초임 발령을 받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장 802명을 세종청사 대강당에 모이게 한 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 장관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오전에는 초등학교 교장 470명, 오후에는 중등학교 297명과 유아특수학교 교장 35명이 각각 임명장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17개 시·도교육청별로 교육감이 임명장을 주던 것을 서 장관이 도맡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임명장 수여는 장관이 처음으로 직접 전수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해 교장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서 장관의 발언 10분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과 고영진 경남교육감(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의 축사 5분이 각각 오전 오후에 한 차례씩 진행됐다. 나머지 시간은 임명장을 수여하는 데 쓰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임명장을 수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 30분 등 모두 3시간 30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초임·공모교장 임명장 전수식에서 참석 교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교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는데, 그동안 시·도교육감이 교육청별로 임명장을 줬으나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번에 임용된 교장은 초임교장 996명, 공모교장 258명, 중임교장 590명 등 1천844명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1천82명, 중등 714명, 특수 8명, 유아 40명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초임·공모교장 임명장 전수식에서 참석 교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교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는데, 그동안 시·도교육감이 교육청별로 임명장을 줬으나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번에 임용된 교장은 초임교장 996명, 공모교장 258명, 중임교장 590명 등 1천844명이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1천82명, 중등 714명, 특수 8명, 유아 40명이다. ⓒ 연합뉴스

전수식은 교장들이 대기하는 가운데 시도별 순서대로 무대 뒤쪽 단상으로 올라가 줄을 서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 장관은 참석자 전원에게 임명장을 차례대로 준 뒤 악수를 한 차례씩 했다. 결국 교장 한 명이 '15초짜리 악수'를 위해 오랫동안 대기한 셈이다. 제주도 등 여러 지역에서 교장들이 올라온 걸 감안하면 15초를 위해 하루를 보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날 교육부는 애초 "국정철학을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계획했던 '2014 주요 업무보고' 시간도 취소했다. 임명장 수여 시간이 넘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 대상자 또한 17개 시·도교육청에서 1254명이었지만, 이날 참석자는 802명에 그쳤다. 강원, 경북, 전북교육청이 교장을 한 명도 보내지 않는 등 이번 행사를 사실상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를 거부한 한 시·도교육청의 핵심 관계자는 "고작 수십 초짜리 장관 악수를 위해 종일을 허비하게 만든 이번과 같은 행사야말로 유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겠다는 교육부가 이런 보여주기 식 행사에 교장들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냐? 요즘엔 학생들도 이렇게 동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부 교육청 "유신시대 발상"... 전교조 "수천만 원 낭비"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도 "3월 새학년을 준비하는 가장 바쁜 시기에 발령장 한 장 받으라고 교장을 집단 동원한 것은 학교 업무를 방해한 행동"이라면서 "전국에서 800명이나 되는 초임 교장들에게 교통비와 출장비까지 지급하면서 모이게 한 것은 수천만 원의 혈세를 낭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원정책과의 중견 관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도 참가 교장들 중에는 '장관님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행사는 시·도교육청과 교장들에게 참가를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원이란 주장은 관점의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리는 "서 장관이 내년에도 이번과 같은 행사를 더 할지 말지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이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육부의 교장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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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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