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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구가 진행 중인 채석장 인근에는 현수막 20장 걸려있다.
복구가 진행 중인 채석장 인근에는 현수막 20장 걸려있다. ⓒ 김종술

"농사를 짓다가 찬거리가 없을 때 한 30분만 (왕촌천 지방하천) 돌아다니면 다슬기부터 물고기, 새우에 가재까지 잡아서 반찬으로 해먹었어. 계룡산 자락에서 흘러드는 물줄기는 오염원이 없어 1급수였는데 채석장이 들어오면서 돌가루가 날리고 흙가루가 하천에 흘러들었어. 지금은 물고기는커녕 개구리 한 마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어.

옛날에는 다슬기, 가재, 징거미, 새우, 빠가사리, 붕어, 피라미 등 고기가 엄청나게 많았어. 사람이 개을러서 못 잡아먹었지 나오기만 하면 금세 한 바가지 잡았지... 여름이면 시내 사람들이 여기로 놀러 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어. 물(지하수)도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놀러 온 사람마다 물을 떠가지고 갔었지..."

지난 25일 충남 공주시 계룡면 내흥리 상왕동에서 만난 정은숙(75) 할머니의 한숨은 깊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정 할머니는 옛날을 추억하며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을 아쉬워했다.

정 할머니의 말처럼 이곳엔 국립공원 계룡산에서 흘러드는 1급수 왕촌천이 있다. 지척에 금강을 두고 있는 소하천을 끼고 있는 상왕동은 정씨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공주시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5도 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사업지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며칠은 체험객을 맞고, 그외에는 양파를 재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1급수 흐르던 마을에 돌가루 날아든 지 17년, 그런데...

 복구가 진행 중인 채석장 인근에는 현수막 20장 걸려있다.
복구가 진행 중인 채석장 인근에는 현수막 20장 걸려있다. ⓒ 김종술

 충남 공주시 상왕동에서 1997년부터 (주) 삼동흥산이 채석을 해오다가 2012년 2월 28일에 허가가 끝난 상태로 복구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충남 공주시 상왕동에서 1997년부터 (주) 삼동흥산이 채석을 해오다가 2012년 2월 28일에 허가가 끝난 상태로 복구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 김종술

1급수가 흐르던 이 마을에 정 할머니 말처럼 돌가루가 날아들기 시작한 건 17년 전이다. (주)삼동흥산은 지난 1997년 공주시로부터 충남공주시 계룡면 내흥리 산 7번지 일원에서의 토석채취를 허가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2월 28일 (주)삼동흥산에 대한 사업허가가 종료됐고, 공주시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주)삼동흥산이 또 다시 쇄골재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토석채취허가를 신청해 주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그동안 토석채취로 인해 발생한 비산먼지와 소음 때문에 고통 받아온 인근 주민들은 공주시가 시유지까지 내주면서 (주)삼동흥산에 재사업 허가를 내주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주시에 허가를 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상왕동에서 만난 정아무개씨는 "이번에 또 (사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반대서명(400명)을 받아서 시에 가져다줬는데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다"면서 "예전엔 물고기를 날걸로 잡아서 먹었는데 변형이 일어나서 무서워서 잡아먹지 못하고 1~2년에 한 번씩 장비로 (왕촌천) 물속을 파면 돌가루가 바닷가 펄 같이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숙 할머니는 "(채석작업으로)발파를 하면서부터 돌가루가 날아다녀 매일같이 쓸고 닦아도 온 집이 먼지투성이였다"며 "(채석장에서) 흘러나온 뽀얀 물이 도랑을 뒤덮어 물고기가 죽고 마디 병(허리가 굽은 기형)이 생겨서 둥둥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식생보존등급이 1등급지인 녹지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발파 진동과 분진이 허용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발파 진동은 안정되게 뿌리를 뻗고 있어야 하는 수목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분진은 상당히 먼 거리까지 퍼져 잎 등에 부착될 경우, 빛의 흡수를 방해함으로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식생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주민들은 (자연환경이) 복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공주시장이) 임기 말에 시유지까지 사업자에게 제공하면서 (사업을) 재추진하도록 돕는 것은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며 "지역주민을 두 번 죽이는 이런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생태자연의 등급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번 일은)서류만 가지고 개발행위를 쉽게 허용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질타했다.

공주시 "시유지, 누구나 쓸 수 있고 반려할 이유 없어"

 주민들이 왕촌천에서 잡았다는 물고기가 몸이 굽어있다.
주민들이 왕촌천에서 잡았다는 물고기가 몸이 굽어있다. ⓒ 김종술

(주)삼동흥산이 공주시로부터 대부(토지를 제공)를 받으려는 시유지는 공주시가 지난 2009년도 채석 가능한 지역으로 용도폐지(공유재산 관리조례에 채석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음)를 하면서 토석채취가 가능하게 됐다.

공주시 채석허가 담당자는 "시유지는 누구나 대부 신청을 해서 쓸 수가 있고 공주시도 수입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반려할 권한이 없다"며 "공주시가 채석을 목적으로 용도폐지까지 한 상태에서 토지를 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는 시장·군수가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충남도 산지관리위원회에서 토석채취타당성검토 심의을 통해 승인을 거치면 허가할 수 있다"며 "주민 고충을 알기에 주민 진정서를 모두 산지관리위원회에 첨부해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삼동흥산 관계자는 "현재 복구를 해오고 있으며 배수로와 나무만 심으면 끝나는 상태로 50%로 정도 복구가 됐다"며 "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면 환경청에서 영향평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 이상이 없다고 나온 상태인데··· 석산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대한민국에 석산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석장 인`허가#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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