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궁금했습니다. 직접 만나 사진에 담고 싶다고 했더니 "못난 인물 보시면 독자분들에게 안 좋아요"라고 극구 사양했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던 순간, 도착한 한 장의 사진. 사람 얼굴은 없는 낯선 고철 사진이었습니다. 자신과 24시간 더불어 지내는 존재라는, 알류미늄(프로파일)이었는데요. 그리고 덧붙인 말.
"모든 물질은 쓸모있는 것으로 재탄생해요. 사람도, 뉴스도,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나의 목소리가 555명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지난 2월 진행된 10만인클럽 캠페인 <권은희 과장에게 응원메시지 보내기>의 시작은 그의 두 줄짜리 메시지로부터였습니다.(관련기사
http://omn.kr/6ytj) 경기도에서 작은 고철작업장을 운영 중인 10만인클럽 회원 최충원씨(43). 열린편집국의 문이 그로 인해 활짝 열렸습니다.
"뭐...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4대강 사업, 문제제기하고 싶은 건 많죠. 그런데 왜 권은희 과장이었냐. 우선 사람이 참 강직해보이잖아요. 그 사람의 '옳음'을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겠다 싶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돈이나 선물을 보내기는 어렵고.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민주주의 사회라도 소신을 내세우는 이를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어요. 혼자 무너져버리니까요." 그는 '서포트'를 강조했습니다. 오마이뉴스 후원도 같은 맥락입니다. 편파적이지 않은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지요. 언론사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 그건 "시민들의 서포트(후원)에서 가능하다"는 게 그의 요지였습니다. 세 모녀 자살 사건도 그렇습니다.
"사실 시민들은 복지 제도에 대해서 잘 몰라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나 알지. 생계 꾸려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모른다고요. 특히나 노인층들은 더욱 그렇고요.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도 복지혜택이 있는지 모르세요. 그 혜택을 받는 방법을 알기 위해 제가 인터넷을 뒤지고 뒤졌어요. 정부가 그런 시민들을 서포트해줘야죠." 전화기 너머로 챙- 챙-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철을 다루고 있어요"라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최충원씨. 사실 좀 의외였습니다. 열린편집국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정도면 '화끈한 분이겠다' 싶었는데, 작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현재 최충원씨는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안돼 혼자 사업장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쉴 틈이 생길 때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접속합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은 중장년이 된 한 시민으로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제 작은 생각이 이처럼 크게 펼쳐졌다는 게 놀라워요. 감사하고요. 언론 후원은 처음인데 오마이뉴스를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다른 방법이 있으면 그것도 했을 것 같아요. 아! 오마이뉴스에는 시민기자라는 제도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시민들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러나 우리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고, 서로를 서포트해주는 것. 시민의 후원자. 오마이뉴스의 역할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도움'으로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는 법, 그에게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