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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찾은 방문객이 자원봉사자(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역사관을 관람하고 있다.
 10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찾은 방문객이 자원봉사자(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역사관을 관람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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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하나뿐인 일제 위안부 역사관인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운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관련기사 : 부산 유일의 '일제 위안부 역사관' 폐관 위기)이 전해진 이후 각지에서 역사관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역사관으로는 10일 아침부터 전화가 밀려들었다. 역사관을 돕겠다고 밝힌 사람들의 방식은 저마다 다양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와 후원계좌를 알려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사관이 발간하는 자료집을 만들어주겠다는 대전의 한 디자인스튜디오도 있었다.

포항 한동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아람씨는 역사관의 홍보 영상을 만들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정씨는 직접 홍보영상에 내레이션을 넣어 SNS 등에 홍보하겠다고 방문 의사를 전해왔다. 몇몇 언론에서도 역사관을 운영해온 김문숙(86) 부산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장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후원을 조직화해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아이시드'는 역사관을 후원하기 위한 모금을 벌일 계획이다. 황결 아이시드 펀딩 담당은 "기사를 접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던 중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셜 펀딩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초기 500만 원의 후원금액 달성을 목표로 향후 모금 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시드는 후원자들에게 전해줄 티셔츠 제작에도 들어갔다.

지역 대학생들이 구성한 청춘멘토와 시민단체 우리겨레하나되기부산운동본부는 역사관을 지키기 위한 콘서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위해 오는 5월 16일 열리는 '평화나비콘서트'에서는 역사관을 지키기 위한 모금 운동이 펼쳐진다. 당초 콘서트는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역사관을 위한 모금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사관을 찾는 발길도 온종일 이어졌다. 이날 오후 수영구 수영동 역사관에서 기자가 만난 대학생 기태민(24)씨도 그런 경우다. 부산 강서구에 사는 기씨는 "기사를 보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방문하게 됐다"며 조심스럽게 역사관 문을 열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그는 "올해 말에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는데 다녀오기 전에 좋은 보물을 하나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낮부터 다녀간 학생들의 방명록도 볼 수 있었다. 그중 특히 눈에 띈 건 동의대학교 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서민정씨의 방명록. 방명록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는데, 그는 혼자 와서 역사관을 돌아보다 펑펑 눈물을 흘렸고 사무실로 와 눈물을 닦을 휴지를 얻어갔다고 한다.

서씨는 방명록에서 "약한 나라라고 해서 무조건 침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영토를 넓히고, 세계 정상이 되기 위해 일장기를 두른 일본의 제국주의적 사관을 비판하고 규탄해야 한다"는 제법 격정적인 글을 남겼다.

일정 금액을 역사관에 지원해 오고 있던 부산시의 입장에서는 지원 금액에 작지 않느냐는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부산시 여성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시에서는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해 임대료와 운영비 등 1900만 원가량을 지원하고 취업준비생도 보내왔는데 시가 왜 지원을 하지 않냐는 항의가 많았다"며 "물론 지원 금액이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단체 등과 비교해 봤을 때는 시 차원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께서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왔다.

또 부산시 관계자는 "당장 예산을 넉넉히 배정하라는 요구는 형편상 어렵지만 상반기 중으로 개장하는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에 위안부 관련 전시관을 갖추도록 하는 등 다각도의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태그:#민족과 여성 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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