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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날 믿어주고, 결혼하면 당연히 나랑 할 거라던 그 남자가 나를 떠났다. 그리고 13년 후 들려온 소식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결혼식! 아이라도 데리고 나타나 제대로 깽판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슴 한쪽 시린 마음도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뮤지컬 < X-Wedding >의 그 여자 그 남자의 이야기다.

뮤지컬 <X-Wedding>은 13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간 여자의 이야기로,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른바 셀프 힐링 드라마다.
 뮤지컬 <X-Wedding>은 13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간 여자의 이야기로,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른바 셀프 힐링 드라마다.
ⓒ 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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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여느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이 무난했으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상을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로 분리해 서로를 대립시킴으로써 상처를 감추기보다는 들춰내 자가 치유하는 이른바 '셀프 힐링'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프린지'를 통해 25분 내외의 독회 공연으로 앞서 관객들을 만난 바 있으며, 이를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독회 공연과 비교하면, 극의 보다 친절해진 흐름이 눈에 띈다.

공연시간이 25분 내외에서 90여분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게 됐다. 이는 캐릭터들의 성격을 구체화시켜 관객들의 공감대를 높였을 뿐 아니라 스토리에 대한 보다 쉬운 접근을 도왔다. 반면에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 나에게 온전히 실려 있던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둘의 대립구도나 화해에 이르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남자가 13년 전에 선물한 작곡노트의 페이지를 형상화한 4개의 프레임 무대는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오가는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이끄는데 기여했다.
 남자가 13년 전에 선물한 작곡노트의 페이지를 형상화한 4개의 프레임 무대는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오가는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이끄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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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회 공연과 달리 갖춰진 무대세트와 조명은 작품 완성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남자가 13년 전에 선물한 작사 노트의 페이지를 형상화한 4개의 크고 작은 프레임 무대는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오가는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이끄는데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비스듬히 틀어지는 프레임 연출은 신선했다.

뮤지컬 < X-Wedding >의 쇼케이스는 충무아트홀이 신진 창작자들의 지원과 국내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를 통해 이뤄졌으며, 최종 선정작 5편 중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상업 공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점검받는 자리였다. 공감 가는 캐릭터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센스 있는 대사들이 강점인 뮤지컬 < X-Wedding >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뮤지컬 X-WEDDING, #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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