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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에게 강가(ganga 갠지스)는 오염을 씻고 죄를 용서 받고 영원히 해탈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바라나시)
 인도인들에게 강가(ganga 갠지스)는 오염을 씻고 죄를 용서 받고 영원히 해탈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바라나시)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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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그들은, 어머니 강이라고 부르는 갠지스에 몸을 담근다. 강물에 목욕을 하면서 죄를 씻어내는 일은 살아서의 소망. 화장되어 갠지스에 뿌려지는 일은 죽어서의 소망. 그들은 그렇게 구원과 해탈을 꿈꾼다.

힌두교의 수많은 인격신들과 달리 강가(ganga, 갠지스)는 물리적인 존재로 숭배된다. 하여 그와 관련된 어떠한 사당도 신전도 없다. 강가는 그들의 눈앞에 의심 없이 존재하므로.

신성한 강가 주변에 머물며 죽음을 기다리거나, 몸을 담그고 죄를 씻는 의식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강가는 변했다. 오염되었다. 특히 타다 남은 시체가 뿌려지는 바라나시의 강가는 심각하다. 한때, 수장한 시체를 해결하기 위해 육식성 거북이를 3만여 마리나 강물에 풀었지만 실패했다.

보기에도 탁하고, 의식에 사용된 항아리나 꽃들, 버터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강가에 인도인들은 스스럼없이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한다. 하지만 여행자는 무모하게 따라하지 말라고 가이드북은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사진으로만 남기기엔 아쉬울 당신을 위해, 먼 곳에서 힘겹게 찾아와 본전생각 간절한 당신을 위해, 시체가 떠다니는 강가에 몸을 담갔다고 고향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늘어놓고 싶어 하는 당신을 위해, 신성한 갠지스에서 가벼운 속죄라도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먼저, 구불구불한 바라나시 골목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호텔을 찾아야 한다. 짐을 푼 당신은 지체 없이 호텔 측에 빨래를 맡겨야 한다. 그래야 바라나시를 떠나기 전에 돌려받을 수 있을 테니.

잘 마른 옷들이 돌아오면 코를 묻고 냄새를 맡아보라. 향긋한 비누냄새 대신 비리척지근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냄새가 난다면 성공한 것이다! 당신은 눈치 챌 것이다. 그게 사람의 솜씨라는 걸.

그 일을 업으로 삼는 자의 고된 노동과 싸구려 세제와 넉넉지 못한 물 사정을 고스란히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당신은 알아 챌 것이다, 그 빨래는 바로 갠지스 강물에 씻겨진 것이라는 걸.

바라나시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적어도 한두 번쯤은 가트(gaht, 강가와 맞닿아 있는 계단이나 비탈면)를 거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쪽 방향의 가트에서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호텔의 하얀 침대 시트가 시야를 가로 막고 펄럭이는 걸. 무슬림들의 새하얀 옷과 여행자들의 티셔츠와 청바지가 바람에 펄럭이는 걸.

강물에 발을 담근 도비(세탁업을 하는 카스트)들이 갠지스를 등진 채 빨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젖은 빨래는 도비의 어깨점을 중심으로 하늘로 길게 포물선을 그렸다가 넙적한 돌판에 반복적으로 메다 꽂히고, 처덕처덕 돌판 위에서 몇 번 치대진 옷들은 강물에 후르르 헹궈질 테고.

그렇게 갠지스 강물에 흠뻑 젖어 말린 옷 속에 당신의 몸을 구겨 넣는다면, 강가의 물에 몸을 담갔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말도 안 된다고? 억지라고?

그렇다 해도, 바라나시에서 순례를 마치고 물병에 담아간 강가의 물을 우물이나 동네 냇가에 한 방울만 뿌려도 그 물은 신성한 강가의 물이라고 믿어 버리는 인도인들보다는 낫지 않은가.

갠지스에서 몸을 씻는 일은 죄업을 씻어내는 일이다.(바라나시)
 갠지스에서 몸을 씻는 일은 죄업을 씻어내는 일이다.(바라나시)
ⓒ 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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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년 1월 한달 동안 인도를 여행했습니다.

델리→조드뿌르→아그라→카주라호→바라나시→사르나트→바라나시
→아우랑가바드(아잔타 석굴)→뭄바이

우리 가족의 여정은 이러했지만, 제 여행기는 여행의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엽서 한 장 띄우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씁니다.



태그:#강가(GANGA), #갠지스, #인도, #인도여행,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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