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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컨피덴셜> 겉표지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경찰이나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나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 등이 그런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 속에서는 그들의 평소 업무뿐만 아니라 경찰국 내에서, 그리고 자주가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그들이 어울리는 모습도 보게 된다.

사건수사와 관련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장면도 보게 되고, 파트너 사이에 얼마나 인간적인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게 된다.

때로는 상사와 충돌하는 모습, 경찰들끼리 서로 다투고 속이고 협박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경찰국도 사람사는 세상 아닌가.

LA 경찰들 일상의 모습

제임스 엘로이의 1990년 작품 <LA 컨피덴셜>에도 이런 경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LA라면 연일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범죄소설의 대표적인 무대인 곳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버드 화이트, 에드 엑슬리, 잭 빈센즈라는 이름의 세 명의 경찰이다.

에드 엑슬리는 전직 경찰관이자 지금은 재벌이 된 아버지를 두고 있는 경찰로, 융통성이 없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버드 화이트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용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로 유명하다.

잭 빈센즈는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마약사범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그 상대를 거리의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작품의 시작은 1951년의 크리스마스다. 크고 작은 범죄들이 계속 일어나지만 세 명의 주인공은 별 문제없이 자신의 일상을 이어간다.

버드 화이트는 총각이라서 성탄절에도 경찰국에서 당번을 서고 있고, 에드 엑슬리는 아버지의 성탄절 파티에 참석해서 손님들과 대화를 한다. 잭 빈센즈는 마약사범들을 잡기 위해서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대형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밤부엉이'라는 이름의 카페에 괴한들이 난입해서 카페 직원 세 명과 손님 세 명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현금을 챙겨서 도주한 것이다. 정황으로 보아서 범죄의 동기는 돈인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경찰국은 발칵 뒤집혔고 개성이 강한 세 명의 주인공은 이때부터 서로 협력하고 부딪히며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폭력과 범죄, 끝없는 자기혐오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경찰국은 거친 남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력을 휘두르는 거리의 범죄자들을 상대하려면, 그리고 피범벅이 된 잔인한 살인사건 현장을 마주하고 그것을 수사하려면 당연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강인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갈등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는 수사과정에서 범죄자들과 작당해서 비리를 저지를테고, 또 누군가는 부정한 방법으로 증거를 심어두어서 용의자를 체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부정을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해서 그런 경찰을 고발할 수도 있다. <LA 컨피덴셜>에서는 이런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을 읽다보면 엽총에서 피어나오는 화약의 냄새, 좁은 심문실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LA 컨피덴셜>은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찰에 관한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제임스 엘로이 지음 / 나중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L.A. 컨피덴셜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3)


#LA컨피덴셜#제임스엘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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