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서울의 뒤안길에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심각한 자살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서울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서울시의 '고통지수'는 전국 최고라고 합니다. 저는 사람이 죽어가는 서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2006년 이래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서울의 자살률은 6년 만에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자살률 증가 추세는, 2011년 10월 민주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박혜자 민주당 최고위원)16일 6·4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심각한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자수' 등을 근거로 서울을 '죽어가는 도시'로 표현했다. 일면 맞는 말이다. 세계 다른 도시와 일 대 일로 비교해 서울시의 자살률을 측정할 경우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전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시절인 2007년 인구 10만 명당 24.8명이던 자살률이 2011년에는 31.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참고로 2006년 이래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서울의 자살률은 6년 만에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반박했다.
2년 5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내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 전 총리를 향해 MB정부 자살률을 들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시 자살률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박혜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17일 "한나라당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에 취임했던 2006년 서울시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17.1명이었는데 매번 증가했다"며 "자살률 증가 추세는, 2011년 10월 민주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기 부시장과 박 최고위원의 주장 역시, 통계치로 보자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총리와 기 부시장 및 박 최고위원의 말은 모두 특정 통계치에서 일부만을 뽑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
수치만 보면 양쪽 모두 '맞는 말', 그러나 전국 통계를 보면...
김 전 총리의 말처럼 서울시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심각한 자살률"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9년 연속 '자살률 1위국'에 오른 상황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 이후 우리나라 자살률 추이를 살펴보면 당시 인구 10만 명 당 21.8명이던 자살률은 점차 증가해 2007년 24.8명, 2008년 26.0명, 2009년 31.0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조금 감소해 28.1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서울시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7년 내내 전국 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2006년 17.1명이던 자살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해왔다. 2007년에는 19.6명, 2008년에는 20.7명, 2009년에는 그 수가 크게 늘어 24.6명, 2010년 24.3명, 2011명 24.6명에 육박했다. 2012년에는 한 풀 꺾여 21.2명으로 나타났다.
즉 서울 자살률 통계치는 전국 자살률 수치와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나라 전체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등에 의해 좌우되는 자살률을 두고 '특정 도시'의 문제로 치환해 비판한 김 전 총리의 발언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쪽의 반박도 다소 허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감소 추세였던 자살률 통계치는 뺀 채 "6년 만에 서울의 자살률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한 기 부시장이나 박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하나의 '통계치'만을 두고 해석한 사례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김황식 후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후보가 국민의 마음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새겨들어야 할 충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