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규모가 대단하고 화려한 중국 천문산에 있는 천문사.
 규모가 대단하고 화려한 중국 천문산에 있는 천문사.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요즘은 웬만하면 어느 집에서나 수도꼭지만 틀면 수돗물이 콸콸 나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 이르게 됩니다.

취수장에서 취수된 물은 정수장을 거치고 수도파이프를 흘러서 수도꼭지에까지 이르렀을 겁니다. 취수장 물들은 강줄기를 따라 흘러왔으며,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검룡소(한강)나 뜸봉샘(금강), 황지연못(낙동강)이나 용소(영산강) 같은 발원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결국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들은 발원지에서 샘솟은 물이 때로는 졸졸거리며 흐르고, 때로는 구비치는 물살에 휩싸여 예기치 않은 바윗돌에 부닥뜨리며 모아지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흐르다 취수장에서 취수되고 정수장에서 정수된 물들입니다.

물에도 이처럼 흘러온 이력이 있고, 넘어선 시련이 있거늘 어찌 불교라고 해서 흘러온 이력과 넘어선 시련이 없겠습니까.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되기까지에도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결 같은 이력, 구비 치며 바윗덩이에 부딪히고, 낭떠러지로 떨어져야 만이 흐를 수 있었던 폭포수 같은 사연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했을 게 분명합니다.

수돗물이 흘러온 이력은 강줄기를 따라 걷는 탐방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가 우리나라에 도입돼 정착되기까지의 과정은 불교가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과정을 더듬어 보는 역사 기행을 통해서만이 가늠하며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현대 중국불교까지를 아우르는 <중국불교>

<중국불교>┃지은이 계환┃펴낸곳 민족사┃2014.3.20┃1만 6500원
 <중국불교>┃지은이 계환┃펴낸곳 민족사┃2014.3.20┃1만 6500원
ⓒ 민족사

관련사진보기

<중국불교>(지은이 계환, 펴낸곳 민족사)는 인도에서 발상된 불교가 우리나라까지 들어오는 과정에 있어 강줄기이자 취수장, 정수장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 중국불교를 더듬어 보는 중국불교 탐방기이자 한국불교의 뿌리를 찾아가는 탐구서입니다. 

강줄기를 따라 탐방을 하듯 불교가 최초로 중국에 전래된 춘추전국시대부터 중국 현대불교, 중화인민공화국의 종교정책과 중국불교협의회가 결성되기까지의 흐름을 시대별로 두루 아우르며 더듬어 볼 수 있는 대하(大河) 탐방기 같은 내용입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하기까지는 이차돈 순교와 같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중국이라고 해서 열어 놓은 대문을 들어서듯이 쉽게 들어가 정착할 수는 없었습니다.

중국의 윤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효孝 문제이다.
질문 내용을 보면 「효경孝經」에는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문의 삭발은 성인의 말씀에 위배되어 효자의 도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또한 증자曾子는 임몰臨沒, 즉 임종에 이르러 나의 손과 발을 꺼내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봐 달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사문들은 머리를 깎는다.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중국불교> 61쪽-

사회적 질서로 이미 세를 확장하고 있는 유교, 토착화 되어 있는 유교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교리적 논쟁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정치·사회적 현상을 흡수하고 반응해가는 부침을 반복하며 중국불교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중국불교의 역사적 흐름을 읽는 다는 건 중국불교에 반영된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 변천사를 아우르며 더듬는 복합적 기행입니다. 시대적 변천사를 더듬어 본다는 것은 중국불교를 이해하는 배경이 되고, 중국불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국불교를 번성시키는 밑바탕이 됩니다.

같은 발원지에서 솟은 물일지라도 어떤 조건, 어떤 환경의 강줄기로 흘러드느냐에 따라 성분이나 질 등이 달라질 것입니다. 오염원이 전혀 없는 청정한 강줄기만을 흐른 물은 청정하겠지만 오염된 강줄기를 따라 흐른 물은 아무래도 오염성분이 희석돼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국불교 뿌리를 찾아나서는 탐구

선종과 도가는 한결같이 말 없는 가르침을 강조한다. 선종의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종지宗旨에 상응할 만한 도가의 주장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로 「노자」1장의 "도라고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는 것과 56장의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라는 글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불교> 252쪽-

아카시아 꽃 만발한 밀원지를 다녀온 벌이 만들어낸 꿀에서는 아카시아 향이 납니다. 물이 흘러온 강줄기에 황토 강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 물에서 황토 빛이 나는 걸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절들과는 달리 중국에 있는 절 마당엔 이처럼 향을 피울 수 있는 대형 향로가 시설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절들과는 달리 중국에 있는 절 마당엔 이처럼 향을 피울 수 있는 대형 향로가 시설 돼 있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에 유래된 불교를 벌에 비유한다면 중국불교는 벌이 화분을 채밀해온 밀원지입니다. 우리나라 불교를 물로 간주한다면 중국불교는 물이 흘러온 강줄기이자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커다란 저수지입니다.   

그러나 송나라에 이르면 유儒·불佛이 한 덩어리가 된다. 불교학자가 유교를 모르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반대로 유교학자가 불교를 모르면 학문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유·불교가 융합되는 시대였던 것이다. -<중국불교> 272쪽-

오랜 세월에 거쳐 반목하면서 동화되고, 배척하면서 흡수하고, 견제하면서 이질적 요소들을 동질화해 가면서 정립된 중국불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국불교에 내재된 근본을 찾아나서는 첫걸음이라 생각됩니다. 

걸어서 탐방할 수 없고, 찾아가 순례할 수 없는 역사 속 중국불교지만 <중국불교>(지은이 계환, 펴낸곳 민족사)를 통해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4대강 줄기를 탐사하듯 한국불교의 맥을 더듬을 수 있으니 맥에서 뻗은 줄기도 함께 아우를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중국불교>┃지은이 계환┃펴낸곳 민족사┃2014.3.20┃1만 6500원



중국불교

계환 지음, 민족사(2014)


태그:#중국불교, #계환, #민족사, #신체발부, #춘추전국시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