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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쁨
ⓒ 고영수	관련사진보기

월요일은 직장인들에게는 피곤한 날이다. 반면에 목사들에게는 주일에 사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월요일은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한 날이다.

지난 월요일에 일어나 보니 시계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센터에서 돌보고 있는 대상자 중에 고읍동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부리나케 씻고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벨을 누르자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주말에 쌓아놓은 설거지와 집안 청소를 하느라 바쁘셨다.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 오래 살아서 여러 사람들을 고생시켜. 며칠 전에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보고 건강에 문제가 없어서 오래 살 거래."

어려운 생활에 뒷바라지하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아흔 다섯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빼고는 몸은 건강하시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살아주신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기쁨이다.

일을 마치고 나니 시간 여유가 있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하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둘러 표를 끊고 커피를 사러 1층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때 할머니 세 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짙은 눈 화장과 함께 안경을 쓰고 화려한 색깔의 옷으로 한껏 멋을 내고 있었다. 그중에 할머니 한분이 말씀하셨다.

"영화 티켓 구입했어요?"
"네, 방금 구입했는데요 왜 그러세요?"

그랬더니 영화 티켓을 한 장 주면서 매표소에 빨리가서 내가 산 티켓을 반납하라고 하신다. 오늘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영화보기로 약속하고 예약했는데 한 명이 올 수 없다고 하면서 남은 티켓 한 장을 나에게 주는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즉시 매표소에 가서 티켓을 반납했다. 작은 친절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1층 커피숍에 내려와서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기를 잠깐 기다리는 사이 주인이 말했다.

"오늘 처음으로 새로운 빵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요."

맛 좀 보라며 봉투에 두 개를 싸 주신다. 일상속에서 경험하는 또 다른 작은 친절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커피와 빵을 들고 올라와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나에게 티켓을 준 할머니 바로 옆이 내 자리였다.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로 무척 행복해 보였다. 강냉이를 비롯해서 쥐포, 음료수 등을 싸가지고 오신 것들을 보니 철저히 준비하셨나 보다. 소녀들같이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쉴새없이 터진다. 아침시간이라 관객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한 할머니는 아들이 극장옆에서 고기집을 한다며 나중에 식사하러 오라고 말씀하신다. 나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넨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몇 번을 권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뒤를 보니 빈자리가 많이 있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뒷자리로 옮겼다. 커피와 빵을 먹으며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작은 기쁨을 맛본다.

집에 와서 수필교실에서 나눈 글들을 정리해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보냈다. 몇 시간 후에 글이 정식기사로 채택되었다고 메시지가 왔다.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작은 일들로 인해 기쁨이 밀려왔다.

작은 친절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 감사를 느낄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하다. 자칫하면 하루하루 지루한 시간일 수 있는 우리들의 일상, 보잘 것 없고 무의미한 채로 머물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도움과 친절이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과 도움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목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저녁에 힘이 들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예배를 인도해야 해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했다. 좀체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데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오전을 오후로 바꿔놓았다. 다행히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새벽 3시 30분쯤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흰둥이가 발을 간지럽혔다.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일어나보고 깜짝 놀랐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도움과 친절이 우리 삶에도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