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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테이산의 모습이 계속 달라진다

 나까야마 토게 휴게소
 나까야마 토게 휴게소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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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에 버스가 오타루를 향해 출발한다. 오타루로 가려면 230번 도로를 타고 삿포로 방향으로 가야 한다. 버스는 해발 고도를 조금씩 높이며 올라간다. 그래선지 오른쪽으로 도야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가다 중간에 도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들렸으면 좋겠구먼, 그냥 지나친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831m 높이의 나까야마 토게(中山峠)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행정구역상 삿포로시가 된다. 고개를 넘어 230번 도로를 따라 조잔케이(定山溪)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타루로 갈 것이다. 이 길은 1번 지방도로 해발 1100m가 넘는 산 사이 골짜기로 나 있기 때문에 험하면서도 멋이 있다. 또 댐을 막아 길게 뻗은 호수가 있어 경치가 더 이름답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가까이 본 요테이산
 가까이 본 요테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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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 호수를 벗어나면서 오히려 요테이산은 점점 가까워진다. 아침에 보이던 구름이 아직도 중턱의 일부를 가리고 있다. 요테이산은 화산이 분출해 생겨난 성층화산이다. 그래서 산의 정상부분에 지름 700m의 분화구가 있어 정상부가 상대적으로 평평해 보인다. 그렇지만 해발 1898m나 되는 높은 산이다.

요테이산은 그 모습이 후지산(富士山)과 비슷하다고 해서 에조후지(蝦夷富士)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에조는 아이누족을 말하며, 홋카이도의 옛 이름으로도 쓰였다. 요테이산이 더 웅장해 보이는 것은 주변이 평지이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는 해발 1107m의 시리베츠다케(尻別岳)가 보인다. 이들 산은 모두 자연공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소리오이산 리조트
 소리오이산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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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우리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소리오이산(橇負山)을 지난다. 리조트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행글라이딩대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경기가 침체되고, 츠나미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가 일어나면서 일본의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또 주변국과의 정치 외교적 갈등으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가 비교적 싼 가격에 홋카이도를 여행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나까야마 토게는 고개 이름이다

 나까야마 토게에서 바라 본 요테이산
 나까야마 토게에서 바라 본 요테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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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이제 기모베츠초(喜茂別町)를 지나 해발을 조금씩 높여간다. 20분쯤 지나자 드디어 고갯마루에 이른다. 이곳이 바로 나까야마 토게다. 우리는 버스를 내려 잠시 요테이산을 조망한다. 요테이산은 중턱의 구름 위로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요테이산의 분화구 부분이 평평하게 보인다. 눈 쌓인 주목나무 너머로 보이는 그 모습은 선적(禪的)이기까지 하다. 인간들은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멋진 광경이다.

요테이산을 보고난 아내와 나는 휴게소 쪽으로 간다. 이곳이 고갯마루에 있어 눈에 많이 쌓였다. 또 휴게소 주차장의 눈을 한쪽으로 치워선지 주변의 눈 높이가 2m는 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휴게소 이름을 보니 나카야마 토게 망양관(望羊館)이다. 요테이산을 바라보는 집이라는 뜻이다. 휴게소의 가게로 가려다 보니 나까야마 토게 미술관 안내판이 보인다.

 나까야마 토게 미술관
 나까야마 토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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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산 속에 미술관이라니. 그래선지 미술관 이름에 수풀 삼(森)자가 붙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미술관은 2005년 7월 홋카이도의 매력적인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 일층에는 홋카이도 주민의 일상생활, 자연, 야생동물 등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우리는 사진보다는 그림이 좋아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은 기획전시실로 홋카이도 예술가와 대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니, 이 산속에 미술관이 되나?

 사람의 상반신 조소
 사람의 상반신 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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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복도에 조소와 설치미술 작품이 있고, 복도 양쪽으로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는 회화, 조각, 설치 미술,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조각 작품의 소재는 금속, 돌, 나무 등 다양하다. 그리고 그림은 모더니즘 계열이다. 사진은 올빼미인데 '블래키스톤의 물고기 올빼미(Blakiston's Fish Owl)'라고 한다. 홋카이도 특산종이다. 이 물고기 올빼미가 유명한 것은 올빼미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곳의 전시물 중에는 조각과 설치 미술이 가장 뛰어난 편이다. 나무로 지구를 표현한 것도 있고, 금속으로 사다리를 표현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대리석으로 사람의 상반신을 표현한 조소 작품이다. 대리석 고유의 색을 살려 옷을 표현했고, 어깨와 목 그리고 머리 부분을 무늬 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얼굴 모습은 서양 사람이다. 얼굴 표정은 여성인데, 머리를 박박 깎았다. 여인의 표정에 우수가 서려 있다.

 우산과 시계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
 우산과 시계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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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것으로 설치 미술이 눈에 띈다. 삼각대를 세우고 그 위에 분홍색 우산을 수직으로 펼쳐 붙였다. 거기다 현대 문명의 산물을 덧붙였다. 그리고 가운데 시계를 거꾸로 붙여 전기를 꼽으면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현대문명과 서정적인 우산을 연결시키면서 기계와 전자시대의 삶을 표현한 것 같다. 공존이라고 해야 할지 부조화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냉소라고 얘기해야 할지. 내가 보기에는 상당한 예술성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미술관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중간에 인기척을 들었는지 관리인이 잠깐 얼굴을 내비치고는 들어간다. 나와 아내는 이들 미술품을 독점하며 감상한다. 이들을 다 보고 나올 때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기모베츠 예술인들이 존경스럽다. 20분 정도 주어진 휴식시간을 정말 의미 있게 보냈다.   

고개 넘어 오타루 가는 길

 아사리 오하시
 아사리 오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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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다시 오른 우리는 내리막길을 간다. 그리고 조잔케이에서 1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더 나쁘다. 그것은 길이 협곡 사이로 나 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얼어붙은 호수가 있고, 그곳에서 혼자 얼음 낚시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호수 너머로는 1,144m나 되는 덴구야마(天狗山) 줄기가 이어진다. 이곳은 정말 온산이 아직도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좀 더 내려가자 길이 다리를 이루며 720도를 회전한다. 360도로 완벽하게 원형을 그리는 길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갑자기 해발 고도를 낮춘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이 다리를 아사리 오하시(朝里大橋)라고 부른다. 이 다리는 1986년 아사리가와((朝里川)을 건너는 다리로 만들어졌다. 이 다리 주변 풍경이 특이하면서도 멋지다. 홋카이도의 설경은 보고 또 보아도 새롭다.

 오타루 가는 길에 만난 고드름
 오타루 가는 길에 만난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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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버스는 아사리 읍내로 들어간다. 아사리는 바다에 연한 소읍으로 이곳에서부터 오타루 시로 보면 된다. 버스가 삿포로-오타루간 자동차도로로 들어서는가 하더니 금방 오타루 시내로 들어선다. 그리고 항구 쪽으로 가더니 금방 오타루 운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타루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오타루 운하와 사카이마치도리(堺町를通り)를 구경할 예정이다.


#나까야마 토게#요테이산#망양관#나까야마 토게 미술관#오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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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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