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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일하는 일터에 자신을 "한국 M사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지도, 검사, 안내"를 하겠다고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일터에 자신을 "한국 M사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지도, 검사, 안내"를 하겠다고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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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당했던 생생한 체험담입니다. 제가 일하는 일터에 자신을 "한국 M사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불법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지도, 검사, 안내"를 하겠다고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실무자가 "업무가 바쁜 시간에 아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이러는 법이 어디있냐?"고 따졌더니, 그는 한국 M사 직원의 명함을 내밀면서 매우 고압적인 자세로 컴퓨터를 점검하겠다고 하였답니다.

외부에 있던 제가 전화 연락을 받고 "컴퓨터를 확인 시켜주지 말라"고 하고, 급히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제 일터에는 이미 2~3년 전부터 한국 M사 소프트웨어와 한글, 백신 같은 제품은 모두 정품을 사용하고 있고 그 외에는 무료 소프트웨어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당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후배 실무자와 통화를 하기 전에 이미 후배들이 이 사람에게 컴퓨터를 보여주었더군요. 그러자 그는 저희 컴퓨터에 설치된 한 제품이 일터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불법소프트웨어를 단속하는 경찰과 함께 나왔으면 바로 '처벌 대상'이라고 은근히 겁을 주었다는 것이 후배들의 설명입니다.

아무튼 제가 컴퓨터를 마음대로 열어보지 못하게 하고 사무실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더니, 이 사람은 "물건 팔러 온 것 아니다, OOO선생님과 통화했다, 본사에서 확인 요청이 왔기 때문에 방문했다"라고 말하고는 나갔다고 합니다.

"한국 M사 직원" 명함 들고 온 그, 알고보니...

이후 외부에 있다가 후배의 전화를 받고 급히 사무실로 들어가던 저는 그와 건물 입구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제 일터에서 낯선 사람이 나오길래 "한국 M사에서 나왔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국M사 직원 이름이 찍힌 명함을 한 장 내밀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 명함이 선생님 거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명함이라는 대답은 하지 않고, 한국 M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본인 명함이 맞냐? 이 명함만 보고 본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냐?"하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이 명함은 한국 M사 팀장님 명함이고, 나는 이 분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문제가 있으면 상사인 한국 M사 팀장님과 통화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 없는 팀장님 명함이 무슨 필요가 있냐? 남의 사무실에 불쑥 찾아와서 불법소프트웨어 지도, 점검을 하겠다고 찾아온 당신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OO"이라고 하더군요. "당신이 한국 M사 직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 사원증을 확인해보자"고 하였지요.

마침 이 사람은 목에 사원증 같은 것을 걸고 다니는 줄을 걸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원증 같은 곳에는 사진과 이름이 들어있고 소속 회사도 확인이 가능하지요. 그래서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을 보여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자가 아주 황당한 답을 하더군요.

"목에 걸고 있는 것은 줄밖에 없다"는 겁니다. 줄 끝에 달린 집게를 양복 안주머니에 꽂아 놓고, 마치 회사 사원증을 가지고 것처럼 보이게 하였을 뿐 실제로는 빈 줄만 달랑 걸고 온 겁니다. 단속 대상인 기관이나 기업의 직원들에게 마치 한국M사 직원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꼼수'였던 것이지요.

어쨌건 제가 조목조목 따지고 들자, 그는 자신이 명함을 줬던 한국 M사 차장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라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핸드폰 통화로 연결해준 사람이 한국M사 직원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명함에는 회사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그 번호는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한국 M사 김OO 차장에게 "당신이 한국 M사 직원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고, 사법 경찰권이 있는 분들과 함께 온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지금 현장에 나와 있는 이OO 이라는 사람은 한국 M사 직원도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 지도나 점검 같은 것을 받을 까닭이 없다. 그냥 돌려보내겠다"하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김OO 차장은 15**-97**이 회사 대표 전화번호니, 그곳으로 전화를 해서 자신이 한국 M사 직원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일터로 들어와서 한국 M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15**-97** 번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잘 아시다시피 이런 번호로 전화를 걸면 온갖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국 M사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어렵게 통화에 성공해 김OO 차장과 이OO이라는 직원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이 OO이라는 직원은 없지만 김OO 차장은 한국 M사 직원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김OO 차장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통화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금 한국 M사로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더니 차장님은 한국 M사 직원이 맞더라. 그런데 이 OO이라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더라 어떻게 된 일이냐?"
"이OO은 본사 직원은 아니고 협력업체(지역총판)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저희와 업무협조 관계에 있다."
"그런데 왜 한국 M사 직원이라고 말하고 다니느냐? 본인은 명함이나 신분증도 없고, 차장님 명함을 주면서 자신도 한국 M사 직원인 것 처럼, 남의 사무실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열어보려고 한다. 이 사람이 악성코드라도 심고 다니는 사람인지, 그냥 점검하러 나온 사람인지 어떻게 믿냐?"
"미안하다. 이OO이 일처리를 조금 무리하게 한 것 같다."

"이게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면 되는 일이냐? 한국 M사에서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 직원인 것처럼 사칭하도록 내버려두고 지도, 점검을 빙자해서 사실상 판매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그쪽 단체에 정품 사용등록이 안 되어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사법경찰권 있는 분들과 동행해서 단속 나오셔도 된다. 우린 적어도 한국 M사 OS와 오피스 프로그램은 모두 정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소프트웨어는 한국 M사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OO이라는 사람이 한국 M사 직원인 것처럼 사칭(?)하고 다니면서 남의 사무실에 와서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지도, 점검, 안내 운운하는 것은 불쾌하다. 그리고 이 사람은 상대방이 한국 M사 직원으로 오인하도록 신분증 줄을 목에 걸고 다니면서 착각을 유도한다. 매우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마 지도, 검사 과정에서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런 것 같다.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잘 교육하겠다."

아무튼 일은 대략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국 M사 직원이 다시 찾아오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정품 소프트웨어 현황을 한국 M사 김아무개 차장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일은 '한국 M사'가 지역 협력업체(혹은 총판)을 동원하여, 지도, 검사를 핑계로 불법적인 단속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실제로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관이나 업체였다면 꼼짝 없이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으면 당당하게 확인하고, 따져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불법소프트웨어, #오피스, #정품, #단속,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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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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