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세 분께 명함을 드렸는데 가시다가 돌아오셨다. 명함과 저를 번갈아보시더니 남편 선거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출마한 거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의원 한 번 하고 다시 출마한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세 분이 '대단하다'며 꼭 저를 찍겠다면서 말씀해주셨다. 정말 힘이 많이 났다."박미숙(새정치민주연합·군포라선거구) 시의원 예비후보의 말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박 예비후보는 군포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일한 여성후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시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돼 9명의 군포시의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활동했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선거'다. 선거라는 과정을 거치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는 여성이 많은데 박 예비후보는 다르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했을 때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 때문에 비례대표로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가 김윤주(민주당) 시장을 선택한 유권자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 시장은 6만3690표를 얻었지만 기초비례대표에서 민주당은 7만264표를 받았다.
박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선거운동을 즐기면서 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성이지만 선거 자신 있어"... 2010년 선거에서 비례대표 표가 더 많아4일 오후, 박 예비후보를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엄마의 마음으로' 군포시정을 챙기겠다는 박 예비후보는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더라도 길에서 후보자들을 만나면 따뜻하게 격려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부탁했다. 실제로 선거를 치러보니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을 들으면 두고두고 상처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예비후보와 한 인터뷰 내용이다.
- 지난 2010년,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의원이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2006년에 비례대표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때 출마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2010년에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당선됐다."
1995년, 유선호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는 박 예비후보는 20여 년 동안 정당 활동을 해왔다. 2010년에는 지역구에 출마할 것인지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비례대표를 선택했다는 게 박 예비후보의 설명.
"선거운동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비례대표 후보는 도지사 후보 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하게 돼 있었는데, 민주당 도지사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공중에 붕 뜬 상황이었다. 비례대표의 선거활동 지역은 시장후보처럼 군포시 전 지역이었다. 지역은 넓은데 선거운동원 수는 시장의 1/3에 불과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성격이 활달하고 활동적이면서 친화력이 뛰어난 박 예비후보는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살려 선거운동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라선거구(재궁·오금·수리)를 선택했는데 이유가 있다면?"오금동에서 15년을 살다가 대야미로 잠시 이사했다가 다시 한라아파트로 이사해 살고 있다. 공천을 한다면 군포시 어디에 살아도 상관이 없는데 무공천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출마를 해야지 지역주민들에게 표를 달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동네에 살면서 표를 달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라선거구는 군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판수(새정치민주연합) 군포시의장이 3선 당선을 한 지역이기도 하다. 박 예비후보는 "김판수 의장이 시의원 불출마 선언을 해서 부담 없이 라선거구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무공천하게 만들어야... 아니라면 공천해야지"- 무공천은 어떻게 생각하나?"새정치민주연합 창당대회 하던 날, 가지 않았다. 20여 년 동안 민주당에서 활동하면서 당 행사에 빠진 적이 없었다. 당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했다고 생각했는데 (무공천으로) 당원들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자 가고 싶지 않았다.
당원들은 법을 바꿔서 무공천을 하라는 거였지 민주당만 무공천을 하라는 게 아니었다. 새누리당에서도 무공천을 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안 되면 같이 공천을 해야지, 우리만 무공천을 해서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박 예비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약속을 지켰다고 잘 했다고 하는 분들이 한 분도 없다"며 "오히려 후보가 난립해서 어쩌자는 거냐고 야단을 친다"고 말했다.
- 무공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시의원 후보들인 것 같다."그렇다. 공천을 하면 특혜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당에서 검증을 하는 절차를 거치는 건데 무조건 무공천하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 라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만 4명이다. 후보단일화를 할 수도 있지 않나?"당에서 조정을 해야 하는데, 모르겠다. 시장후보는 단일화한다고 하는데…. 내가 공천을 받든 다른 사람이 받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정당에서 20여 년을 활동해 선거를 알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라선거구의 경우, 법정선거비용이 4600만 원. 후보가 난립하게 되면 낙선하는 후보들의 득표율이 15%를 넘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박 예비후보의 주장. 낙선하고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박 예비후보의 전망. 그 영향이 2016년 총선까지 미치게 될 것이란다.
박 예비후보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다른 후보들에게 공정하게 역량을 다해서 선거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누가 당선이 되든 진심으로 축하할 생각이다. 상대방은 절대로 비방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상대방을 비방하면 되겠나.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시민들 위한 의정활동 했는데 비난할 때는 마음 아파
- 여성의 정치 진출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 후배 여성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군포시의회에서 유일한 여성의원이어서 여성의원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성의원들이 힘을 합해 같이 한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성의원들에게 뒤지지 않고 잘 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정치 감각도 익히는 게 필요하다. 출마를 생각한다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해야 의정활동을 충실히 할 수 있다."
- 의정활동에서 가장 잘 한 게 있다면?"가장 힘든 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참으로 힘들었다. 2년 동안은 배우는 기간이었고, 나머지 2년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즐기면서 했다고 자부한다. 재선한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예비후보는 "당정근린공원 조경공사 문제를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지적해 하자보수를 하게 만들었을 때 정말로 보람이 있었다"며 "행정사무감사를 하거나 예산안 심의를 할 때 현장을 방문해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김윤주 시장이 시의회를 너무 무시했다. 시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의회와 함께 논의하면서 소통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이었다. 그래놓고 예산을 삭감했다면서 시의회를 비난했다. 우리 시의원들은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의회에 들어왔다. 일방적으로 시장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시민들 편에 서서 열심히 일했는데, 시장 말만 듣고 시민들이 시의원들을 비난할 때 정말이지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시민들이 시장을 잘 뽑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은 판단을 잘하셔야 할 것 같다."
박 예비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는데 불안하거나 그러지 않는다"며 "제가 의정활동을 하는 것을 지켜봤던 주민들이라면 저를 믿고 선택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