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는 일종의 얼굴근육 기형이다.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까닭에, 의학적으로는 '선천적 기형'으로 분류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기형이라는 점이다. 동서양, 또 예나 지금을 가리지 않고, 보조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통한다.
보조개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이 비슷한 것처럼, 인간의 주요 표정에 대한 해석은 거의 만국공통이다. 한 남미 사람이 화난 표정을 지었다고 가정하자. 아프리카인이나 유럽인, 동양인 가리지 않고 그가 화났다는 걸 알아차린다. 슬프거나 행복한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헌데 보조개(dimple)가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또 국어사전이 풀이하듯 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얼굴 전체 어느 부위에도 보조개가 형성될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보조개는 얼굴 근육의 '기형' 혹은 '이상'으로 얼굴의 일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볼이 아닌 부분에 나타나는 보조개는 또 다른 인상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표정'과 '미추' 결정하는 얼굴 근육 표정을 만들어내는 건 얼굴 근육이다. 얼굴에는 20여 개의 근육이 있다. 인간의 전체 근육 숫자는 기준을 정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40~850개 정도로 파악된다. 헌데 이 중 단 20개, 즉 3% 안팎에 불과한 얼굴 근육은 인간 근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뼈대 근육과는 형태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다른 건, 얼굴 근육의 상당수가 뼈에 붙어 있지 않고 피부 속에 묻혀 있다는 점이다. 뼈대 근육은 말 그대로 대부분 근육의 양쪽 끝이 뼈에 닿아 있거나 붙어 있다. 뼈대 근육은 힘을 쓰고, 움직임을 일으키는 게 본연의 '임무'다.
인간만큼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동물은 없다. 다시 말해, 인간보다 얼굴 근육이 잘 발달된 생명체를 찾기는 어렵다. 헌데 주요 표정은 만국공통의 '바디 랭귀지'이지만, 얼굴 근육 하나하나의 모양이나 위치는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또 인종별로도 얼굴 근육의 형태 등에 대략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보통 무표정한 편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인종간 얼굴 근육의 상이성을 암시한다.
실제로 국내 한 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입 주변 근육의 배치가 서양 사람과 사뭇 다르다. 한국인들 가운데 입 꼬리가 처진 사람이 많은 이유다. 반면 서양인들은 웃으면 입 꼬리뿐만 아니라, 윗입술 전체가 올라가는 예가 흔하다. 서양인들이 종종 보다 표정 있는 얼굴을 가졌다는 느낌을 주는 까닭이다.
얼굴 근육은 표정뿐만 아니라, 얼굴의 미추를 가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얼굴 근육의 배치, 크기, 대칭성 등이 의학적인 차원에서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영어로 사소한 차이를 가리켜, '스킨 딥'(skin-deep), 즉 가죽 한 꺼풀 차이라고 얘기하지만, 이 차이가 실생활에서는 엄청나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데, 얼굴 근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표정이나 얼굴 근육의 배치는 적잖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안긴다. 스스로 "못 생긴 얼굴 때문에 땅만 보고 다녔다"는 단국대 의대 서민 교수도 그런 부류다. 서 교수는 방송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이 됐지만, 20대까지는 열등감을 제대로 떨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현재 40대 후반인 그는 "지금도 얼굴 콤플렉스가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의과대학 교수인 그가 얼굴 근육이 미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서 교수는 사회생활에서 첫인상 등의 중요성 때문에 미추가 자신에게는 너무도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97% 근육에도 관심을 하지만 표정이나 얼굴의 미추는, 최소한 해부학적으로 따져 보면 '사소한 것'임은 분명하다. 성형수술이 널리 유행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얼굴 근육이 의학적 차원에서 함부로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중한 것이라면, 성형수술이 일반화되긴 어려울 것이다.
얼굴 근육 가운데서도 특히 뼈와 연결돼 있지 않고 피부 아래 묻혀 있는 것들은 손을 봐도 기능 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얼굴 성형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몸 성형은 엄두 내기가 어렵다는 점은 얼굴 근육과 뼈대 근육의 단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인간의 얼굴 근육은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 보이고 또 미추를 중시하는, 인간 특유의 속성이 오랜 진화를 거쳐 반영된 일종의 '화장발' 근육의 성격이 짙다. 근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힘을 쓰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얼굴 근육은 본질에서 벗어난 꽤 독특한 근육인 셈이다.
얼굴의 미추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흔히 '사람은 얼굴보다 마음을 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얼굴 근육만의 특징에 초점을 맞추면, 과학적으로 이 말은 충분히 타당하다.
표정이나 미추를 중시하는 인간의 속성이야 당장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 근육에 과도하게 신경을 쏟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얼굴 근육이 만들어 내는 갖은 조화는 문자 그대로 '스킨 딥'에 불과한 것들이니까. 게다가 전체 근육 가운데 얼굴 근육은 단 3% 정도이니, 나머지 97%에도 합당한 관심을 쏟아주는 게 주인 된 우리의 몫이 아닐까.
(*도움말 주신 분: 가톨릭 의대 해부학교실 이우영 교수,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김희진 교수) 덧붙이는 글 | 이 글에 실린 사진은 서민 교수의 허락을 받았으며 글 또한 감수를 받았습니다. 위클리 공감(http://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