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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교육청에서 보낸 조화들 조화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데 마음을 다했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교육청에서 보낸 조화들조화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데 마음을 다했어야 한다. ⓒ 이명옥

지난 25일(금), 안산 한도 병원 장례식장엔 정홍원 국무총리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 교육청에서 보낸 조화가 가득했다.

이 장례식장에선 단원고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조문을 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심상정, 정진후, 김제남 등 정의당 의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팽목항에 일주일 머물며 현장 소식을 전해주던 곰소항(소완영씨)은 빈소에 온 정치인들을 보더니 실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곰소항은 시민 광장 회원으로 활발하게 지역 활동을 벌이는 유경근씨의 딸 유예은(단원고 2학년)양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7일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그 후 그는 예은양 소식이 들려온 23일까지 일주일간 팽목항에 머물며 일지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현장 소식을 알렸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곰소항에게 팽목항 현장 상황을 들어보았다. 그는 "자원봉사자들과 물품이 넘친다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시신 인양작업이 끝나면 실종자 가족과 정보과 형사들, 경찰들 외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자원봉사로 오는 이들은 하루나 이틀 아니면 당일로 왔다가 돌아가고, 실종자 가족들은 하소연 할 곳도, 정당한 빠른 구조를 요청하지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했다. 실질적인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했단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한 번씩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안 풀리겠습니까?"


곰소항은 계란 투척을 당한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을 상기하며 "국민들이 던지는 돌을 진보라고 하는 정치인들은 두려워하고 안 맞으려고 피하는데 새누리당  정치인은 일단 맞고 비위와 넉살로 버티더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남경필·정병국 의원은 아직도 진도에 있다. 처음 이틀 정도 경원시했던 가족들이 삼일째가 되니 서로 인사하고 밥을 같이 먹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무작정 달려갔지만, 시신 많이 봐 불면의 밤 보내는 중"

시민광장 모자를 쓴 유경근씨 곰소항은 저 모자로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를 알아봤다.
시민광장 모자를 쓴 유경근씨곰소항은 저 모자로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를 알아봤다. ⓒ 곰소항

지난 17일, 무작정 팽목항으로 달려갔던 곰소항은 페이스북에서 본 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를 금세 알아봤단다.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차마 인사를 건네지 못했단다. 그는, 다음날 겨우 용기를 내서 인사를 건넸단다.

"한걸음(유경근)님, 괜찮으세요?"
"네... 아직 제 눈으로 예은이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냥 광장 회원 분 따님이 실종자라는 소식을 듣고 얼굴도,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무작정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팽목항 상황은 혼잡과 곳곳에서 들리는 부모님들의 오열과 흐느낌, 모든 이가 밤이면 멀리 사고지점을 망연자실 쳐다보고 흘리는 눈물 그냥 복 받쳐 흐르는 눈물 정말 답답한 현실... - 곰소항님 페이스북 내용 중

그가 팽목항으로 달려 간 이유와 팽목항에서 본 상황을 적은 글이다. 그는 체육관을 오가면서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실과 다르게 현장 상황이 많이 왜곡된 것을 알렸다. 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구조 의지마저 없어 보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휘부와 해경 지휘부에 분노하며 매일매일 현장 상황과 시신 인양 소식을 전해주었다.

137번째 신원 미상자 특징
1. 성명 : 미상(학생추정)
2. 성별: 여
3.  신장: 155cm
4. 인상착의 아담한 체형. 왼쪽 턱 옆 직경 0.7cm 정도 큰 점 1개. 왼볼 주변 작은점 2개.
   긴 생머리 40cm
5. 소지품 등 기타사항
- 상의 : 반팔 라운드 면티(흰색, 목주변 빨간 하트 문양, 아디다스 짚업 트레이닝 복(곤색)
- 하의:  청바지 검정색
6. 개요
- 4 .23(수) 08: 03 선내 객실에서 발견. 인양

유경근씨의 딸 유예은(단원고 2학년)양이 실종 여드레 만인 지난 23일 선내 객실서 발견되었다. 곰소항은 시신이 인양되면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을 알아보기 쉽도록 특징과 소지품 등을 기록하는 자원봉사를 했기에 다른 이들보다 더 힘들어 했단다. 빈소에서 만난 곰소항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조그조근 늘어 놓았다.

"지금도 저는 소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자요. 시신이 인양되면 먼저 시신을 보여줘요. 실종자 가족들이 알아 볼만한 신체적 특징이나 소지품을 기록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학생 시신을 한 서른 명쯤 보고나니 더 이상은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구토도 나고... 내가 왜 여기서 시신을 세고 있는가. 이게 최선인가. 너무 가슴 아프고... 시신을 인양해 주는 사람들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였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나고, 무력감도 들고, 너무너무 힘이 들었어요."

청와대 근처에서 일인 시위 중인 시민들 횃불시민 홍순창씨와 싸울아비 김창건씨가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근처에서 일인 시위 중인 시민들횃불시민 홍순창씨와 싸울아비 김창건씨가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명옥

"답답했습니다. 지난 6일간 실질적 구조 작업은 없었습니다. 그저 떠오르는 시신을 인양 수습한 것 이외의 구조에 필요한 작업은 없었고 의지도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20일)에 해경과 해수부 중앙재난본부는 시신이 많이 손상되었고 하루 빨리 시신을 수습하지 않으면 부패의 정도가 심해져 수습조차 힘들다는 말...
참담합니다 결국은 구조작업의 종료를 의미하는 말...
팽목항과 체육관에 계시던 부모님들의 비통함과 오열...
이렇게 아이들을 보내줘야 되는 건가요 ㅠㅠ
아이들아! 절대 우리들을 용서하지마라!
절대 용서하지 마라 ㅠ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ㅠㅠ' - 곰소항(소완영) 페이스북 글

한때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시민 활동을 했던 지인 딸의 실종 소식에 무조건 팽목항으로 향해 달려갔던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끔찍한 상황을 보고 난 후 매일 소주를 마신다. 온 국민을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우울증을 앓게 하는 이 사회가 정상인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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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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