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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선물로  준 카드와 안마쿠폰, 휴대폰고리 ..
손자가 선물로 준 카드와 안마쿠폰, 휴대폰고리.. ⓒ 정현순

"할머니, 할머니~"

작은 손자 우협이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려온다.

"넘어질라. 천천히 와."
"할머니 내가 선물줄게"
"선물? 할머니한테 무슨 선물?"

생각지도 않던 일이라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녀석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할머니 이거 집에 가서 풀어봐."
"왜? 할머니 지금 보고 싶은데."
"안돼. 집에가서 봐. 편지도 있단 말야."

녀석도 조금은 멋쩍었나 보다. 난 손자가 내민 분홍색으로 포장된 작은 꾸러미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7일, 언제나처럼 손자가 끝날 때쯤 학교 앞으로 손자를 마중 나갔다. 저만치에서 나를 보더니 막 뛰어와선 내게 건네준 것이다. 땀을 뻘뻘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풀어보고 싶었지만 손자의 부탁이 있어 참고 집에 와서 풀어보았다. 그 안에는 녀석의 삐뚤빼뚤한 글자로 쓴 짧은 내용의 편지도 함께 있었다. 할아버지 것도 함께.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우협이에요. 어버이날 축하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14년 우협이가.

할아버지 것도 똑같은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한참이나 웃음이 나왔다. 잠시 후 우협이한테 전화가 왔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각나 물어보았다.

"그런데 우협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그런 선물을 왜 줬어?"
"응, 할머니가 우리를 잘 돌봐주잖아."
"우협이가 그런 생각도 하고 있었어?"
"응~~~"
"그래 우협아 할머니가 고맙다. 할아버지도 고맙게 생각할 거야"
"응 할머니"

녀석하고 통화를 끝내고도 긴 여운이 남았다. 안마쿠폰에는 <저에게 이 쿠폰을 주시면 시원하게 안마를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안마쿠폰을 보니 이미 안마를 받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마도 피로가 한순간 모두  날라간다는 것은 바로 이 기분일 것이다.


#손자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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