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14일 오후 5시 30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119 소방상황실이 고위 공무원에 대한 '의전' 때문에 초기 구조 활동을 벌이는 해경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세월호 참사 관련 첫 현안보고에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9 전남본부 소방상황실과 해경이 오전 8시 58분부터 오전 11시까지 19차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진 의원은 "황금 구조 시간에 이들이 19차례 통화한 건 구조를 위한 게 아니었다"라며 "정부 고위 관계자 앞에서 구조된 사람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전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119 상황실은 "보건복지부에서 팽목항으로 내려온다는데 어떻게 하냐"고 해경에 전화를 걸었다. 이에 해경은 "높으신 분이 팽목으로 오든 우리는 모르겠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119 상황실은 또 서해지방경찰청에 전화해 "보건복지부에서 인력 집결 중인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많은 인원이 못 가기 때문에 구급차로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이송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청장은 "배가 침몰했다, 구조가 우선이다, 나중에 전화하면 안 되겠냐"라고 답했다.
진 의원은 "119 상황실은 10시 50분에는 목포 해경에 전화해 '서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언제 나오냐'고 물었고, 해경은 '구조가 우선이지 어떻게 바로 나오냐'라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진 의원은 "119 상황실장은 '(현장에 소방) 헬기가 11대 동원됐고 구급차도 동원됐고 기관들도 팽목항으로 집결하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안 되죠'라고 화를 냈다"라며 "해경에게 서거차도가 아닌 팽목항으로 구조자들을 데려오라고 화를 내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은 "통화내용은 처음 봤다"라며 이 같은 사실을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119 상황실장은 골든타임에 구조자들을 팽목항으로 데려오라고 25분 이상 해경을 괴롭혔다"라며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물으라"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질의 내내 울먹였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수 환자 발생에 대비해 현장 응급의료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고 서거차도 섬보다는 육지인 팽목항에 의료진, 구급차, 헬기 등 자원을 신속히 집결시킬 필요성이 있었다"라며 "때문에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이송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경에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팽목항 이송이 '의전'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팽목항으로 집결하던 사람들이란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팀, 중앙 119 구조본부 구조팀으로 긴급구조 지원 인원이므로 의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안행부 장관에 질타..."눈치 정부·부패 정부가 사고 발생 원인"
여당 의원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사고가 나서 10분 이내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행정부 수반이 직접 UDT, SSU의 투입을 지시했으면 다 구조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총체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아래 사람은 윗 사람 눈치보고, 아래 사람은 서로 책임을 안 지려고 눈치보는 '눈치 정부'"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공직자의 정신적 타락, 기강 해이도 부패"라며 "부패 정부와 눈치 정부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강 장관은 해경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강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해경과 해수부에 보고를 받는 상황을 정리한다"라며 "중대본은 해경 보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수색 구조 작업은 해경이 현장에서 총괄하고 지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이 세월호 참사 초동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의에 책임 떠넘기기식 발언을 계속하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해경이든 해수부든 통합적으로 관리해 대처하는 게 안행부 수장이 할 일 아니냐"라며 "재난관리 책임자가 가져야 하는 의식 모든 게 잘못됐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이 가고 있는 거"라고 맹비판했다.
472명 탑승자 명단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강 장관은 "해경이 자료를 안 내놓는다"고 답해 또 한번 집중 포화를 맞았다. 유대운 새정치연합 의원은 "안행부 장관은 정신이 나간 건가, 정신이 없는 거냐"라며 "중앙대책본부는 모든 상황을 집계해서 상황을 알아야 할의무를 갖고 있다, 해경이 안준다? 말 같은 소리를 하라"라고 소리 높였다.
여야 의원들은 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장관은 사태 수습 능력이 없다. 오늘 당장 사표를 내라"고 소리쳤다.
이해찬 새정치연합 의원은 "강 장관은 사고 당시 경찰청 행사에 끝까지 참석하면서 현장 책임을 해경에 떠넘겼다, 이 회의를 끝으로 옷을 벗으라"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오늘 회의에서 안행부 장관 해임 결의안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현 의원은 "강 장관은 왜 사의를 표명하지 않나, 무책임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살릴 수 있는 애들을 국가가 죽였냐, 아니냐"라고 물었고, 강 장관은 "그렇게 단답식으로..."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에 이재오 의원은 "아직도 28명이 실종됐는데,... 장관은 무조건 '우리가 잘못해서 사람 못 구했다, 죄인이다'라고 얘기해야 하는 거"라고 힐난했다. 서청원 의원도 "잘못했다고 얘기하라, 내가 다 죄인이다, 뭐 그렇게 변명이 많냐"며 반말 섞인 호통을 쳤다.
이에 답변 태도를 바꾼 강 장관은 "안행부 대처를 보면 어느 한 군데 제대로 된 데가 없다"라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초기 대처를 못한 것에 대해 입이 열 개여도 드릴 말씀이 없다, 사과 말씀 드린다"라며 자세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