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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후보는 학생들에게 "교육감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강원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생활할 때의 초심을 잃지 말아달라는 학생들의 마음을 듣는 것 같아 교육감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같이 불러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는 설명이었다.

 교육감 선생님을 장터에서 보니 부끄럽다는 학부모 상인
 교육감 선생님을 장터에서 보니 부끄럽다는 학부모 상인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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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인 6시30분에 춘천 애막골 새벽시장에 아들과 그의 친구를 앞세우고 나타난 민 후보는 상인들을 만나면서도 선거에 나선 여느 후보들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왜 물건을 사지 않으세요?"
"다 살 수가 없잖아요. 어디서는 사고 어디서는 안 사면 그게 더 마음에 걸려서 못 사겠던데요."

그래서인지 민병희 교육감 후보는 나이 드신 할머니 상인과 대화를 하고나서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저 많이 파시라는 인사만 또박또박 잘 했다.

"그래도 조금씩 사주시는 게 마음이 편치 않으세요?"
"글쎄요. 사고 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자주 들르지 못하는 사람인데 선거에 나와서 그러는 것도 제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네요."

 민병희 교육감 후보에게 열심히 운동해서 꼭 당선되어야 한다는 덕담을 건네주는 고등학생 학부모
 민병희 교육감 후보에게 열심히 운동해서 꼭 당선되어야 한다는 덕담을 건네주는 고등학생 학부모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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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하는 기자로서 더는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민 후보의 선비 같은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그런 후보가 어쩌면 더욱 진정성 있게 보이기도 했다.

지난 4년동안 교육감으로 일했지만, 교육감 후보여서 그런지 연세가 지긋한 상인들이 많은 새벽시장에서 민 후보는 생각만큼 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심지어 나물을 파는 할머니는 악수를 하고 난 후 기자가 다가가 "저분이 누군지 아세요?" 물어보니 도리어 "몰라. 근데 누구야?" 하고 묻는 것이었다.

"교육감 후보님이시잖아요?"
"교육감, 에이, 난 몰라."

그리고 젊은 아주머니들 역시 악수하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일반 정치인하고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어려워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장보러 나온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도 그랬고, 40대로 보이는 꽃가게와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수줍어하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공손하게 손을 잡았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교육감님을 뵈니 어색하다는 학부모
 학교가 아닌 곳에서 교육감님을 뵈니 어색하다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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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지역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나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다소 과장된 친근함은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민 후보나 유권자인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것이었다. 장사하는 장터에서 교육 정책에 관하여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것도 어쩐지 어색한 장면 같았다. 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를 만난다면 할 말이 많겠지만, 장터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교육감 후보님들은 선거 운동하기가 많이 어색하겠어요?"
"그런 점이 없지 않아 많죠."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서 여러모로 힘들겠어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희생되신 분들과 가족 분들을 생각하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일반인 희생자 분들도 당연히 그렇지만, 학생 한 명의 생명도 귀하게 여겨져야 하는데, 금쪽같은 학생들이 너무 많이 희생되어 참으로 송구하고, 면목도 없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강원도지사 후보와 도 교육감 후보의 화이팅
 강원도지사 후보와 도 교육감 후보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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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장터를 다 지나는 동안 민병희 교육감 후보는 정말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장터를 돌아본 소감을 물었다.

"아까 김밥가게에서 새벽부터 아빠엄마를 도와 일을 거드는 두 아드님이 고등학생하고 대학생 같아 보였는데, 저는 그 가족을 보면서 현장에서 경험하는 생활교육을 생각했어요. 우리 세대가 그렇게 부모님의 성실함을 보면서 교육을 받아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인데, 지금부터라도 우리 교육이 그렇게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 가서 김밥 좀 사야겠어요."

민병희 후보는 왔던 장터를 다시 돌아갔다. 아침이 되어서인지 젊은 부부가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교육감 후보와 반갑게 악수를 했다. 더러는 고생하신다며, 당선되어야 한다는 덕담도 건넸다.

민 후보는 김밥가게 앞에 멈춰 서서 아침거리를 샀다. 육개장을 사들고 장터 초입에 가니 최문순 도지사가 선거운동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두 후보는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오전 6시30분에 장터를 돌고 나가는 민병희 교육감과 오전 7시30분에 장터에 나타난 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가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당선되면 지난해 강원도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고교무상급식 꼭 실현하자며 화이팅을 했다.

 춘천여고 방송반 학생들과의 대화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춘천여고 방송반 학생들과의 대화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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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소를 옮겨 강원대학교 백령문화회관 앞에서 춘천여고 방송반 학생들과 만난 민병희 후보의 얼굴은 환하게 피었다. 장터에서 어르신들과 마주하던 선비같은 모습에 정말 다정한 선생님같은 표정이 묻어 있었다.


#민병희 후보#강원도 교육감#교육감과 장터#6.4지방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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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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