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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시기만 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많은 매체에 게재됩니다. 후보자와 참모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러저러한 의견을 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단지 1~2%포인트의 차이에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의 눈에는 오차범위니 응답률이니 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수치만 크게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잘 톺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의 여론조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참석한 정몽준-박원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참석한 정몽준-박원순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이쯤 되니까 여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환호작약합니다. 문제없이 이긴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겠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박원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고, 정몽준 후보에게는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는 하나 결코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구나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박원순 캠프도 안심하고 있다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근거는 바로 '보수의 결집+캠프의 나태+돌발변수의 출현'입니다.

[근거①] 예측할 수 없는 보수의 결집

현재의 상황은 분명 정부여당과 정몽준 후보에게 불리합니다. 안 그래도 불안한데 정몽준 후보 막내아들의 '미개' 발언과 아내의 '두둔' 발언이 기름을 끼얹은 형국입니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정몽준 후보의 당선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수의 결집'을 생각했을 땐 말이 달라집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는 여당이나 야당 모두 다루기가 힘든 '양날의 칼'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국민들의 현재 인식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놈이 그놈인 상황이고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대처가 엉망이기 때문에 분노의 촉이 그쪽으로 좀 더 뻗어 있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젊은층의 분노투표, 어르신층의 적극투표 의지결여의 현상이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현재의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박근혜 정권과의 첨예한 대립상황)에까지 이를 경우, 어쩌면 보수의 결집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다면, 이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건 '야당의 리더십 실종'일 겁니다. 아픈 유족의 마음을 다독이고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리더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보았을 때, 야권에는 이런 역할을 할 만한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여당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야권의 리더십 결여돼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를 틈타 보수가 결집할 수 있습니다. 이미 60대 이상의 보수의 결집은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50.8%→54.4%) 현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종편을 비롯해서 여러 언론에서는 의도적으로 보수의 결집을 부추기고 있지요. 6월 '호국의 달'이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거②] 방심하는 순간, 훅 간다...캠프의 나태

이 부분은 캠프 구성원이 게으르다거나 자만심에 빠져있다거나 하는 '모욕'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황의 엄중함에 비해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다섯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①안전 공약 여야 공동 마련 ②유세차 없는 선거 ③세 과시하지 않는 선거 ④돈 안 드는 선거 ⑤네거티브 없는 선거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박원순 후보의 이 제안을 재빨리 받아들인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남경필은 이른바 '3무(無)선거'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유세차, 로고송, 네거티브가 없는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 김진표는 3필(必) 선거를 역제안 했지요. ①치열한 정책토론 ②철저한 인물검증 ③도민의 알권리 보장이 그것입니다. 박원순→남경필 →김진표로 이어지는 논쟁은 그저 표면상에 나타나는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정치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유세차 없고, 세 과시 하지 않고, 돈 안 들고, 네거티브 없는 선거는 어쩌면 언뜻 대단히 좋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반(反)정치 정서와 정치혐오증에 기반을 둔 사고라는 것입니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지 반 정치와 정치혐오증으로 푸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종국에는 실패하게 됩니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이제 와서 저 비극(?)으로 치닫는 것은 그의 새정치 콘텐츠가 '반 정치' 혹은 정치혐오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것은 정당 지지도입니다. 이 난리 통에도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더 높습니다. 이는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비해 일체감을 가진 유권자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2014년 5월 12일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조사결과 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높다.
2014년 5월 12일 리얼미터 정당지지도 조사결과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높다. ⓒ 리얼미터

지난 12일, 리얼미터의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경향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를 상당부분 앞서고 있습니다. 이 표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중도층(무당파층)은 31.1%입니다. 물론 선거 시기까지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상태에서 양쪽은 평행선을 그으며 지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반 정치에 기반을 두기보다, 더 치열한 토론과 대결을 통해 누가 더 '나은 후보'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무능을 질타하고 대중의 분노를 득표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운운하는 것은 여전히 상황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2010년의 반대 상태, 즉 서울시장만 박원순이 당선이 되고 나머지 기초단체장을 비롯해서 이하의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득표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로 나선 사람들은 새누리당에 비해 공천문제로 인해 다들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박원순은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정 연대'가 깨지고 만세를 부르자 긴장을 풀어버린 이회창 캠프와 끝까지 긴장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투표를 독려했던 노무현 캠프 중 승자는 누구였나요? 호랑이는 멧돼지를 잡든, 토끼를 잡든 사력을 다해 먹이에 돌진합니다. 나태한 선거는 필연적으로 패합니다.

[근거③] 선거판 뒤집을 수 있는 '돌발변수'의 출현

언젠가 저는 유시민씨가 이야기 했던 '피난민 정서'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사회적으로 불안했던 60~70년 전과 전혀 다른 나라를 만들었음에도, 몸은 서울의 아파트에서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고 있음에도,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든, 핵실험을 하든 어떤 움직임만 있으면 마음은 저기 부산에 가서 삽니다.

이것은 이성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정서'라고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길들여져 살았고 또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북이 미사일을 쏘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저절로 손이 기호 1번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입니다. 강력한 구원자가 구출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돌발변수가 출현하면, 어쩌면 극적인 역전을 당할 수도, 역전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보수가 결집하고 캠프가 나태하고 돌발변수가 나타난다면, 선거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번 선거는 실수를 하지 않는 쪽이 이기는 싸움

선거의 불안심리 누구나 당선에 대한 불안심리로 실수를 저지르는 '악수'를 둔다. 이로 인해 선거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의 불안심리누구나 당선에 대한 불안심리로 실수를 저지르는 '악수'를 둔다. 이로 인해 선거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최요한

큰 선거든 작은 선거든 실수는 한 번쯤 나옵니다. 선거캠프는 인생의 축소판이자, 내부에서부터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살벌한 현장이기 때문에 실수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실수라는 걸 모르고 넘어갔을 때 발생합니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세월호 참사'처럼 양쪽 다 감당하기 힘든 커다란 과제가 놓여 있을 때, 이 '세월호 참사'가 '양날의 칼'처럼 작동할 때,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쪽이 이길 것입니다. 

정치 아카데미 강의를 할 때 항상 드는 사례입니다. 중국에서 바둑의 신(神)으로 불리는 임해봉(린하이펑) 9단과 당시 한국의 신예였던 22살의 이창호 9단의 경기에서 임해봉이 졌습니다. 놀란 중국 기자들이 임해봉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임해봉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분명히 유리한 판인데, 한국에서 온 저 젊은이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더랍니다. 이창호의 별명이 '돌부처'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좀 기분이 나빠지더니 결국은 졌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이창호는 "저는 바둑을 두며 묘수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저는 악수를 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선거를 잘 들여다보면, 어떤 대단한 묘수로 이긴 적보다 상대방의 실수로 이긴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회창은 선거 기간 내내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해명하다가 선거를 끝낸 악수(惡手)를 두었습니다. 사실 정동영의 실언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절명할 뻔한 한나라당이 사는 계기가 되었죠. 이는 물론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진 참사였습니다.

이렇게 실수하는 이유는 바로 '당선될까?'하는 불안심리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게 되고 무리하다보면 선거법도 위반하게 되고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이 쌓이게 됩니다. 악수(惡手)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선거는 '실수하지 않는 쪽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특히 박원순 후보의 경우 한 번 실수를 하게 되면 보수언론에서 결코 그냥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시장 여론조사#정몽준#박원순#악수(惡手)#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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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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