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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말이다."

지난 5월 유럽 선거일을 며칠 앞둔 날, 스페인 친구들 사이에 투표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투표를 해도 결과가 뻔하니 하지 않겠다'는 친구와, '백지를 내더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친구. 그 사이에 '특히 이번 선거는 해 볼 만하다'고 주장하는 안토니오(31세, 남)는 은근히 이번 투표에 기대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기대감은 지난 5월 25일 유럽의회 개표 결과가 나온 후, "우린 할 수 있다"를 연호하며 기쁨을 외치는 사람들 속에서 현실이 되었다. 선거가 끝나고 10일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연일 언론들의 주목받고 있는 이번 선거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포데모스(podemos : 할 수 있다)'라는 신흥 좌파정당이다.

유럽의회선거의 돌풍, 포데모스 정당

 지난 2월 스페인 한 지역에서 진행된 점거운동 모습.
지난 2월 스페인 한 지역에서 진행된 점거운동 모습. ⓒ 홍은

이 정당은 선거 4개월 전에 창당된 그야말로 신흥 정당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네 번째로 많은 지지율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세 번째로 많은 지지율을 획득하며 기존 좌파정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스페인의 양당 체제 안에 있는 PP(국민당)과 PSOE(사회당)이 50%를 넘지 못했고, 좌파연합정당이 10%의 득표율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이름의 정당이 8%의 득표율로 네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2009년 선거 때 양당이 80%를 넘어섰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포데모스는 비록 4개월 전에 태어났지만, 그 뿌리는 2011년 15M(분노한 시민들로 알려진 스페인 시민운동)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3년을 이어온 15M의 정신은 해를 거듭하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었다.

최근 스페인 강제퇴거문제를 저지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PAH(장기은행대출금에 의한 피해자 연대) 역시 이 운동을 통해 탄생했으며 교육법문제, 건강보험 민영화문제, 실업문제 등 각 문제의 사안마다 시민운동의 기반이 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포데모스라는 새로운 시민정당을 탄생시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거자금을 모았고, 다양한 토론을 통해 조금씩 여론을 형성해갔고, 그 결과 그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투표함이 보여준 가능성은 이제부터...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정당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35·남)는 "기존 계급정당들은 투표함이 만든 새로운 역사를 보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한 번도 투표를 통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선거가 보여준 변화의 의미를 피력했다. 이어 "우리는 단지 하나의 상징적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두를 위해 태어났고, 대안적인 정치와 정부를 만들어가는 목표를 위해 또 다시 내일부터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포데모스로부터 시작된 투표혁명이 내년 초에 치러지는 스페인 지방선거에 상당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포데모스 정당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씨앗이 시민들에게 심어졌다는 것이 이들이 이루어낸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포데모스가 심은 가능성의 씨앗이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스페인의 포데모스 현상을 보며 한편으로는 한국 지방선거의 결과에서도 그런 가능성의 씨앗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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