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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호 2번 지지 호소하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기호 2번 지지 호소하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 권우성

'개혁공천' '혁신공천' 논란이 한창이다.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주변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혁공천에서 '개혁'이라는 단어는 온데간데없고, '올드보이 vs. 신진 인물' 대결이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 미래' 토론회에서 안철수·김한길 지도부의 중도·온건 노선을 강하게 비판하고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과 박원순 등 진보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유연한 접근을 한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도가 아니라 진보 재해석 전략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우 의원의 강조점은 '올드보이 배제'였다. "7·30 재보선이 올드보이 귀환전로 가면 100% 실패한다, '올드보이'로 찍힌 분은 나오지 말라, 당을 위해서 다음 총선에 나오면 된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주장을 하기 위해 구구하게 진보를 동원한 느낌이다. 우 의원의 앞선 분석과 지론대로라면 7·30 재보선은 진보적 인사를 대거 공천하라고 주장해야 더 옳은 게 아닐까. 올드보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지도 불분명하고, 그런 세대 차별적 언어를 같은 당 정치인에게 사용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병헌 의원도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7·30 재보선이 중진 부활의 장이 아닌 '신진 등용의 장'이 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새정치"라고 주장했다.

자기 발등 찍는 '올드-신진' 논쟁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올드보이) vs 신진 논쟁'은 당에 피해만 안겨줄 공산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선거에서 50~60대 이상에서 압도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열세를 보였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50~60대 이상이 20~30대보다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어르신 세대에 대한 일자리와 복지 대책은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아무런 근거나 기준도 없이 올드보이 운운하며 윗 세대 정치인들을 배제하라고 주장을 펴는 건 집권(정권교체)을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미필적 해당행위'가 아닐까.

이런 세대 차별적 대응은 개혁·혁신·진보 그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30 재보선에서 70세가 넘은 서청원 의원을 수도권에 공천해서 압도적으로 당선시켰다. 서 의원은 지금 집권여당의 당 대표에 도전하는 유력 후보가 돼 있다. 우상호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서 의원은 '올드 오브(of) 올드보이'에 해당한다.

서청원 개인이나 새누리당의 공천을 칭찬하려는 게 아니다. 노장청의 조화를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윗 세대에 대한 새누리당과 민주·진보 정치인의 인식 차이가 그만큼 크고 정당하지도 못하다. 그 차이만큼 어르신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 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서울시장 민심 반영... '진짜 개혁공천'을 하라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혁공천에서 정작 '개혁'이 빠져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개혁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개혁 그 자체여야 한다. 가치와 노선이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을 공천하는 게 '진짜 개혁공천(혁신공천)'이다.

개혁공천(혁신공천)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물을 배제한 채, 무조건 새로운 사람으로 공천하는 걸 의미하는 거라면 본질이 뒤바뀐 것이다.

이는 세월호 민심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6·4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민심이 가장 뚜렷하고 확실하게 나타난 곳은 교육감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였다. 진보 교육감이 전국에서 압승을 거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국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적폐된 규제 완화, 비정규직 확대, 민영화 등 모든 게 '돈돈돈'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 경쟁 만능의 정글식 사회 시스템을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는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

우리 국민은 현재의 시스템에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으로 변화하기를 염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져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평소 정치적 실천들을 통해 개혁적인 철학과 신념이 확고하게 내면화되지 않은 사람은 '현실 정치'에서 굉장히 실현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최고의 개혁공천(혁신공천)은 이런 세월호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철학과 신념을 갖추고, 그동안의 정치 행보를 통해 검증된 '개혁·진보적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다.

올드보이니 신진이니 하는 논란은 본질도 아닐뿐더러, 계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아전인수격 주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이'가 개혁과 반개혁, 혁신과 비혁신,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무수한 정치 신인들이 막상 국회에 들어오면 시민사회에서 보였던 결기는 눈 녹듯 사라지고,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경우도 허다하다.

제1야당, '궤멸 상태' 진보그룹 복윈 필요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한 이후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고 보수화로 역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여기에 실망해 떠난 야권 지지자들도 상당하다. 당에 진보적 건강성을 불어넣어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당도 발전하고 야권에서 단단한 지지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 진보성을 상실한 민주세력이 집권에 성공한 사례도 없을 뿐더러 집권한다 해도 성공한 정부는 더더욱 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개혁적 진보 노선을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사람들도 원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옳다.

교육감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세월호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공천. 단언컨대, 새정치민주연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개혁공천이자 혁신공천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 송고를 허용합니다.



#재보선#7.30#공천#올드보이#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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