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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중앙 일간지에서 근무했던 한 언론인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한 글을 보내와 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말]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안다면 조금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측면을 내세우기엔 그의 철학과 사고가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바라보는 마음이 민망하고 쑥스럽다. 한마디로 논리가 편향적이고 극우적이고 몰상식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급한 논리에도 가닿지 않는 궤변

첫째, 우리의 국부가 올라가고 경제적으로 살 만하게 됐으니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이다. 잘 살면 역사의 모순을 잊자는 발상은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저급한 논리에도 가닿지 않는 궤변이다.

배상금 등 경제적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는 사고가 어떻게 한 유력 언론의 주필을 지냈단 말인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저토록 괴로워하고 눈물짓는 것이 돈 때문이란 말인가. 문창극의 역사적 인식이 이처럼 저급하고 몰상식할 수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반성을 요구한 것이 문창극이 주장하는 돈 문제 때문이란 말인가. 백보 양보해서 그런 것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건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 요구의 몇 만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국민을 꾸중하는 안하무인의 태도

둘째, 일제 식민지와 해방과 6.25가 하느님이 주신 것이며, 미국이 우리를 보살피라는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취지의 발언. 가져다 붙일 것 없으니까 하느님을 동원해 별별 궤변을 편다. 아무리 억지논리를 펴도 우매한 국민은 받아들일 것이라는 선민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한국의 오도된 극우 엘리트주의자들이 늘상 그러는 것이지만, 특히 문 후보자는 국민을 교화하고 꾸중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극우 논객들이 국민을 개조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시각이 없진 않지만, 문의 경우 그 정점에 서있다는 점에서 국무총리로서 적임자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철저하게 강자의 입장만 대변

셋째, 지역주의가 내면화되어 있다. 강자의 논리만이 지배한다. 편향과 왜곡, 비합리, 몰균형감, 뜬구름잡기식의 문제의식, 몇조각 안되는 지식으로 군림하면서 교만을 부리는 부도덕한 엘리트주의의 전형이다.

근거도 없이 김대중의 비자금을 조사하라고 윽박지르고(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엔 왜 눈을 감는가), 조롱하고 야유한다. 무혐의가 드러난 비자금을 죽음 직전에 비수처럼 꽂아든 야비한 모습. 노무현의 고졸 학력 컴플렉스를 자극하며 변방에서 온 마이노리티(minority)라며 희화화한다.

반면에 철저한 숭일 숭미의 한 축으로서 강자의 입장만을 강변한다. 물적 토대가 풍부하고, 고급 향응이 많은 곳을 기웃거리는 거지의 모습이다. 사회적 약자에게선 국물도 얻어먹지 못하기 때문에 경멸의 대상으로만 볼 뿐일 것이다. 이러니 정론의 가치는 그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공사 구분도 못하는 발언

넷째, 국무총리 지명 소식을 듣고 기자들이 그가 있었던 서울대로 달려가자 "후배님들 이쪽으로 나와. 저쪽 후배님, 밖에 비가 안오던가? 비 오니까 들어와"라고 반말로 불러들였다. 한마디로 공사 구분도 못하는 발언이다.

그가 언론인 선배라고 하지만 그 자리는 엄연한 국무총리 임명에 관한 코멘트를 듣는 공적인 자리다. 정분 나누고 회포를 푸는 술집이 아니다. 설사 사적인 자리라고 해도 후배면 그의 하수인이고, 언제나 반말의 대상이 되는가.

결론을 내리겠다. 그에게서 서투른 엘리트주의의 오만과 군림의 모습을 그대로 본다. 몇 가지 서양 학자나 해외 사례를 가져와 논지를 묘하게 비틀면서 지적 허영심을 발휘하는 전형적인 어용 엘리트주의자다. 굴곡지고 비틀어진 한국언론 풍토가 이런 변종을 배양 시켰다. 이제는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런 변종 언론인을 하루속히 솎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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