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사를 찾아 박원순 서울시장을 예방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만남은 정 전 의원이 오는 20일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출국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날 오전 10시 25분경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 도착한 정 전 의원은 박 시장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정 전 의원은 "서울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도시니까 잘 해달라"며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얼굴이 펴신 것 같다"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박 시장이 "선거 끝난 날부터 바로 복귀해 별로 못 쉬었다"고 하자 정 전 의원은 "박 시장은 백두대간을 종주할 만큼 건강하니까 바로 와도 괜찮다"며 서로 덕담을 건넸다.
박원순의 경제 고문 제의에...정몽준 "자원봉사 하겠다"두 사람은 똑같이 남색 정장을 입고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두 사람은 시장 집무실에서 12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사실 오는 전화를 다 받아야 하는데, 이름이 안 뜨는 전화는 안 받는다"며 "혹시 용건 있을 때 문자 주시면 바로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박 시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선거 뒤 정 의원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관련 기사 :
박원순 "정몽준은 착해 보이는데...")
이에 박 시장은 "앞으로 핫라인을 만들자"며 화답했다.
박 시장은 정 전 의원에게 서울시 경제 고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로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약도 하셨다"며 "고문으로 모실테니 자주 뵙고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사양을 했으나 박 시장은 재차 "경제분야는 아무래도 훨씬 더 잘 아니까 많이 조언해주시면 좋겠다"며 "아까 말한 고문, 수락하는 거냐"고 물었다. 웃음을 지은 정 의원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또 두 사람은 서로의 호칭을 정리했다. 선거 기간 동안 상대를 '후보님'이라며 존칭을 써왔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이 "'고문님'으로 부를까"라고 말하자 정 전 의원은 "고문은 노인 같다, 내가 연배가 많으니까 정 선배라고 불러달라"며 "그렇다고 (박 시장을)후배라고는 안 한다, 시장님으로 부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바로 박 시장은 "선거 시작해서 뭐 그런 일(네거티브 전)이 있었지만 오늘부터 선후배 사이로 돌아가겠다"며 "앞으로 일상적으로 좋은 의견을 받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