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모바일 시대를 상징하는 20대에 맞서 유선 인터넷 시대를 상징하는 70대가 나왔다.
'무선 1위' SK텔레콤은 19일 오전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고 모델인 김연아를 앞세워 '광대역 LTE-A'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삼성전자도 때맞춰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S5 광대역 LTE-A'를 출시해 '세계 최초 상용화'에 힘을 실었다.
이에 맞서 '유선 1위' KT는 같은 날 광화문 올레스퀘어에 전길남 박사를 불러 '인터넷 상용화 20주년' 행사를 열었다. KT는 올 하반기부터 기존 광랜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기가FTTH)'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유-무선 인터넷 속도 경쟁에 불을 지폈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 KT는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예고무선 인터넷은 지난 2011년 7월 LTE(롱텀에볼루션) 상용화를 계기로 속도가 급속히 빨라져 이미 유선 인터넷을 추월했다. '광대역 LTE-A'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25Mbps(메가 비피에스)로 기존 LTE(최대 75Mbps)보다 3배, 초고속인터넷(광랜 기준 최대 100Mbps)보다 2배 빠르다. 1GB(기가바이트)짜리 영화는 37초, 10MB(메가바이트)짜리 뮤직비디오는 단 0.4초면 내려 받을 수 있다.(1Mbps는 1MB를 8초에 받을 수 있는 속도.)
SKT가 2000년 10월 처음 선보인 CDMA(2G) 속도가 최대 153.6Kbps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2006년 5월 상용화한 WCDMA(3G) 최대 다운로드 속도도 14.4Mbps로 1GB 영화를 받으려면 9분 29초가 걸렸다.
이런 빠른 속도가 가능한 것은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하나처럼 묶는 '주파수 묶음(CA;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 덕분이다. 고속도로 차선이 늘면 소통이 원활하듯 LTE도 주파수폭이 넓을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SKT의 경우 1.8GHz대역 20MHz폭 '광대역 LTE(최대 150Mbps)' 주파수와, 800MHz대역 10MHz폭 LTE(최대 75Mbps)을 묶어 최대 225Mbps 속도를 낼 수 있다. 3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최대 속도가 300Mbps에 이르는 '3밴드 LTE-A'도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선보일 전망이다.
KT 역시 이미 지난 3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했지만 전용 스마트폰이 없어 빛이 바랬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빠르면 이달 말 삼성 전용 단말기를 출시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먼저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하고, 7월 1일부터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선 인터넷도 1994년 6월 20일 KT가 최대 9.6Kbps인 '코넷(KORNET)'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99년 초고속인터넷(ADSL)을 거치며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지만 최근 수년째 최대 100Mbps(광랜)에 머물고 있다.
물론 CJ헬로비전이 이미 1Gbps급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고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빅3'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100Mbps를 벗어날 수 없다. 통신3사 모두 시장이 정체된 유선보다 무선 네트워크 투자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달 앞으로 3년간 4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유무선 통합 기가인터넷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광랜보다 10배 빠른 '기가FTTH'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구리선을 활용해 속도를 3배 높인 '기가 와이어'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요금이다. 이종봉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은 "기가인터넷은 이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고 통신3사 모두 기존 구리선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갖추고 있다"면서 "언제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추가 요금을 낼 의사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무선 인터넷의 경우 종량제여서 속도 경쟁이 활발한 반면, 유선 인터넷은 정액제인데다 결합상품과 묶어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속도 경쟁이 정체됐다는 얘기다. CJ 기가인터넷 요금도 광랜에 비해 1.5배 정도 요금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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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 무선인터넷이 유선인터넷 속도를 추월한 지 오래지만, 실제 사용 속도는 여전히 유선이 우세하다. 유선은 망을 혼자 쓰는 셈이어서 최대 속도에 근접한 품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반면, 무선은 기지국과의 거리나 사용자 밀집도에 따라 속도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봉 부문장은 "(유선과 달리) 이동통신 속도는 평균 속도를 따져야 한다"면서 "LTE(최대 75Mbps)는 평균 30~40Mbps, 최대 150Mbps인 '광대역 LTE'와 'LTE-A'는 평균 50~60Mbps 정도 나왔기 때문에 '광대역LTE-A'도 70~80Mbps 정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평균 속도로 따지면 여전히 유선 인터넷에 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광대역LTE-A 업링크 표준화가 안 돼 업로드 속도가 LTE와 동일한 최대 37.5Mbps에 머물고 있는 것도 숙제다.
일단 요금제는 동일하지만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LTE를 도입한지 3년 만에 데이터 트래픽이 6배 늘었고, LTE 고객 한 달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GB라고 밝혔다. 광대역 LTE-A에선 1분 정도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SKT는 기존 'LTE 무제한' 요금제 외에 지하철 같은 특정 장소나 출퇴근 시간대에 데이터를 무제할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함께 선보였지만 하루 사용량이 2GB로 제한된다.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무선으로 빠른 속도를 즐기려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최신 단말기로 바꿔야 한다. 당장 2개월 전에 출시된 갤럭시S5나 LG G3 같은 최신 스마트폰조차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5 광대역 LTE-A도 '3밴드 LTE-A'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과연 이렇듯 빠른 속도를 활용할 콘텐츠나 서비스가 있는지도 문제다. SKT는 이날 최대 4명이 촬영한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클라우드에서 하나의 영상으로 자동 편집하는 '앵글스' 서비스와 콘솔용 클라우드게임, Btv 모바일 UHD 등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앞세웠다. 기존 풀HD보다 2배 선명한 UHD급 동영상을 보려면 그만큼 데이터 속도가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갤럭시S5 광대역 LTE-A' 화면 해상도를 풀HD에서 QHD로 한 단계 높인 것도 그만큼 속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에선 풀HD와 UHD급 화질을 구분하긴 쉽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내려 받은 UHD 영상을 대형 TV로 옮겨 볼 수밖에 없는데 업로드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