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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모두 29명의 소방관들이 순직했다. 안타까운 사고가 날때마다 정부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는 소방방재청 해체, 소방기구의 국가안전처 편입을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99%의 소방관을 지방직 공무원 신분으로 묶어둔 채 재난 컨트롤타워만을 바꾸겠다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이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말]
소설가 김훈은 질주하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정부와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에세이 <우리가 간다>)고 했다. 그는 또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설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고도 했다.

실제 국민안전의 최전선에 서있는 소방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지난 2009년 한 시사주간지의 전화 면접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이 바로 소방관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명 가운데 9명 이상(92.9%)이 소방관을 매우 신뢰하거나 대체로 신뢰한다고 답했던 것.

하지만 이처럼 신뢰받는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관련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 1인당 담당 인구수는 1341명으로, 일본 820명, 홍콩816명, 미국 1075명, 프랑스 1029명보다 더 많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주 56시간, 월 240시간 장시간 근무

 긴급 출동을 위해 누군가 소방차 앞에 벗어 둔 방수복과 방수화.
 긴급 출동을 위해 누군가 소방차 앞에 벗어 둔 방수복과 방수화.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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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은 지난 2010년까지는 2개조가 번갈아가면서 24시간을 근무하고 24시간을 쉬는 2교대 근무로 주 84시간, 월 평균 365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근무를 해야 했다. 3교대 근무가 도입되면서 근무시간은 주 56시간, 월 평균 240시간으로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반직 공무원의 근무시간(주 40시간, 월 평균 170여 시간)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긴 편이다.

충분히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3교대를 실시했던 것도 문제다. 예전 2교대 근무 때보다근무 인원은 오히려 줄어들어 근무강도는 더 세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임용 5년 내에 이직하는 소방공무원은 20.3%나 되고, 이는 다시 인력 부족 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 소방관들의 일상은 어떨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22일 오전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서울 관악소방서 현장대응단을 1박2일 밀착 취재했다. 다음은 그 24시간의 기록이다.

22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소방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를 맡은 1팀 소방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비췄다. 3개 팀으로 구성된 소방관들은 21일을 주기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 토·일 24시간 근무를 번갈아 서고 있다.

지휘팀, 진압대, 구조대, 구급대으로 구성된 관악소방서 1팀 근무자들의 숫자는 35명, 여기에 10여 명씩 근무하는 3개 119 안전센터의 근무자를 포함하면 이날 관악소방서 현장 근무자들은 모두 66명이다.

관악소방서는 254명의 소방관들이 51만 8023명(2013년 12월 기준)의 주민들을 담당하고 있다.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수는 2039명으로 우리나라 평균 1341명보다 많은 편이다. 관악소방서는 관내 어디든 신고접수 후 5분내 출동을 목표로 신림, 봉천, 난곡에 3개의 119안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조직에 비유하자면 119 안전센터는 파출소나 치안센터의 개념이다.

서울이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는 인력사정이 좋다고는 하지만, 형편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였다.  

"지난 1997년 IMF 이후에 장비는 그나마 유지되어 오는데, 인력은 구조조정이 되었다가 회복이 되지 못해 그 장비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면 펌프차에는 5명, 탱크차 2명, 고가 굴절차 2명 등 장비마다 필요한 인원이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현장 지휘 1팀장 오석필 소방경)

"펌프차 1대를 운용하려면 운전요원, 소대장, 관창수, 관창보조, 통신 이렇게 5명이 필요합니다. 우리 같은 직할대의 경우는 그래도 형편이 좀 나은데, 119센터 같은 경우는 4명이 타고 출동하고 있어요. 1명씩 부족한 실정입니다." (진압대장 최오선 소방위)

[22일 오전 10시 18분]

"화재 출동, 화재 출동"

스피커에서 출동 지시가 떨어지자 2층 휴게실에 앉아 있던 소방관들이 용수철 튀듯 달려 나갔다. 난곡동 남강고등학교 앞에서 신축건물 공사를 하던 콘크리트 타설 차량이 고압선을 건드려 전선이 끊기고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상황.

신고 내용만으로는 화재의 규모나 상황을 알 수 없기에, 일단 화재출동 지시가 발령되면 출동대기 중이던 1팀 전원이 출동한다. 기자가 동승한 지휘차 뒤로도 구조차, 펌프차, 탱크차, 구급차 등 10여대의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시간에 비례해 규모가 커지는 화재 특성상 초기진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지휘팀과 진압대, 구조대, 구급대 등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초기에 투입한다.

출동 후 3분이 지났을 무렵. 이미 현장에 도착한 난곡 119센터 출동팀으로부터 상황이 보고됐다. 고압선 하나가 끊어졌고,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 상황을 파악한 오 팀장은 뒤따라오는 구조차와 탱크차, 구급차 등에 복귀 명령을 내렸다. 소방서로 돌아간 이들은 또 다른 신고에 대비하게 된다.

오전 10시 24분 지휘1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먼저 도착한 난곡센터 소방관들이 끊긴 고압선 주변으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 이어 소방관들은 한국전력 긴급복구팀과 연락하고 정전된 세대수를 파악했다.

빨라도 전기 공급이 재개되려면 4~5시간은 걸리는 상황.

"음식점 하는데, 예약손님들이 밀려있어요. 전기를 써야 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상품들 다 녹으면 누가 책임지는 거에요?" 온갖 민원이 소방관들에게 쏟아졌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 법도 하련만, 소방관들은 주민들의 물음에 일일이 응대했다. 누군가 냉커피를 타 소방관들에게 한 잔씩 권했다.

[22일 오후 3시 53분]

길가에 40대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대의 구급차량 중 1대에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16년 경력의 이성우 주임에게는 이날 6번째 출동이다. 구급출동은 기본이고 화재출동, 구조출동에도 구급대는 반드시 현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구급대의 출동건수는 소방서에서 제일 많을 수밖에 없다. 구급차량 1대가 추가 배치되면서 그나마 상황이 나아진 편이다.

"전에는 구급차 한 대로 25~30회 출동했습니다. 그 때는 수시로 출동을 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구급차 1대에는 운전요원과 환자의 응급처치를 담당할 응급구조사 2명 등 3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이나 휴가 등으로 한 사람이 빠지면 2명이 타고 나가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때에 따라서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심정지 환자라든가 중증 외상환자는 혼자서는 손이 딸려서 제대로 처치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소한 응급구조사가 2명은 되어야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고 병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출동 5분후 현장 도착.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호흡은 있지만 의식은 없는 상황. 이 남성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신고한 대학생도 쓰러지던 상황을 지켜보진 못했다고 했다.

 22일 오후 도로상에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관악소방서 응급구조사들이 혈압과 심전도 등을 체크하고 있다.
 22일 오후 도로상에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관악소방서 응급구조사들이 혈압과 심전도 등을 체크하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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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눈 좀 떠보세요. 제 말이 들리세요?" 구급대원들은 남성을 들것에 싣고 인근 강남 고려병원으로 향했다. 심전도와 혈압, 산소포화도를 확인하느라 응급구조사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남성은 구급차 안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이름과 주소를 묻는 질문에 답하던 남성은 이 주임이 전화번호를 묻자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를 거지로 아는 거야. 내가 핸드폰도 없는 것 같아? 이 XX들이..." 만취자로 의심되는 상황.

강남 고려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의료진에게 남성을 인계하고도 구급대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남성의 인적사항까지 파악해서 병원 측에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 그렇다고 강제로 신원을 파악할 수단도 없어, 인근 치안센터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도 이런 절차 때문에 20여 분을 더 머물렀다. 인수인계 절차가 끝나고 소방서 귀대를 위해 막 구급차에 오르는 이 주임을 누군가 불렀다. 병원에 실려 온 그 남성이었다. 남성은 고맙다며 구급대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오후에 비 온다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남성에게 당부를 건넨 이 주임이 구급차에 올랐다. 아직 밤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 주임의 어깨가 지쳐보였다.

[22일 오후 7시 55분]

차에 치어 죽은 고양이 사체가 치워달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최오선 진압대장을 포함한 4명이 펌프차에 타고 출동. 긴급 상황이 아니면 사이렌도 켤 수 없다. 평일에도 밀리는 도로는 자동차로 꽉 막힌 상황이다.

"신고를 하셨는데,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것 같습니다."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벌집 퇴치, 유기동물 구조, 동물 사체 처리, 잠긴 문 개방 같은 생활민원 처리도 소방관들의 업무 중 하나다.

"원래 동물 사체를 치우는 것은 구청 청소과 소관이지만, 주말에는 근무를 하지 않고 평일에도 늦게 오니까, 119에 신고를 하시는 겁니다."

고양이 사체를 수거해 소방서로 귀대한 시간이 8시 40분. 아직도 근무 교대까지는 12시간이나 남았다.

[22일 오후 9시 28분]

"기타 출동, 기타 출동. 신림동 OOO번지"

지하실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 구조대장 김연환 소방위등 5명의 대원이 출동했다. 서울대 고개를 넘어 신고 장소까지 도착하기까지 2분이 걸렸다.

4층 건물 지하실에서 본드 냄새가 난다는 건물주는 "냄새 때문에 두통이 심하다"면서 이미 경찰에도 신고를 했던 상황. 소방관들이 휴대한 가스탐지기에는 아무 이상이 감지되지 않고, 기자도 아무 냄새를 맡을 수 없었지만 건물주는 막무가내. 지하에 세든 목공소 직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유독약품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이 건물주의 주장이지만,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유해독성 가스라면 가스탐지기에 감지가 되지만, 지금 아무 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강제로 문을 따고 확인 할 수도 없어요."

소방관들이 여러 차례 설명을 했지만, 건물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요구는 소방서에서 세입자에게 경고 전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냄새가 심하게 날 때 신고하면 다시 출동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9시 54분 상황은 정리될 수 있었다.

[23일 오전 0시 28분]

 23일 자정 관악소방서, 늘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소방서의 불은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23일 자정 관악소방서, 늘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소방서의 불은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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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출동 지시가 한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신림동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

관악소방서 직할대와 인근 119안전센터가 출동했다. 출동 중인 지휘차로 현장에서 "단순 오작동"이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래도 현장 확인은 반드시 해야한다.

4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건물 입주자 수 십 명이 불안한 듯 서성이고 있었다. 지휘팀이 건물 지하의 기계실 등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0시 40분 상황 종료.

한 소방관은 근무를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이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몸이 피곤한 것보다는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 더 몸을 망가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은 평생을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생활이 태반이에요. 어느 기사를 봤더니 야간 근무 자체가 대단히 높은 발암요인이라고 하던데, 어쩔 수 있습니까? 이게 우리가 할 일인데요."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58.8세, 인구 전체 평균보다 무려 18살이나 낮다는 통계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이후에도 오전 1시 4분,  오전 1시 20분, 오전 2시 24분, 오전 3시 5분...출동은 밤새 계속 이어졌다. 소방관들에게 주말 밤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질 듯 했다.

[23일 오전 7시 19분]

 23일 오전 신림4동 주택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23일 오전 신림4동 주택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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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출동, 화재출동, 신림4동 OOO번지 화재출동"

소방관들이 기나 긴 밤을 보내고 근무교대 한 시간여를 앞둔 시각, 화재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제차 정지, 제차 정지. 화재 출동 중입니다."
"소방차, 소방차 직진합니다, 앞에 정지해주세요, 정지"

지휘차안에선 임상수 소방위가 마이크를 쥐고 연신 소방차의 진로를 확보하기 위해 방송을 했다. 지휘차 뒤로는 10여대의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차량이 한산한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간혹 끼어드는 자동차들이 지휘차의 진로를 방해했다.

"저기 연기 보인다." "난곡 사거리 방향으로 검은 구름 관측"

출동 3분 뒤, 관악우체국 앞을 지날 무렵 멀리서 희미한 연기가 보였다. 소방관들의 얼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7시 24분 관악구 신림4동 신사시장 앞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먼저 출동한 소방차들이 이미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 안에는 관악소방서뿐 아니라 인근 소방서인 구로소방서와 동작소방서에서 출동한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안에 사람 없어요?" "안에 누가 계신가요?"

구조대원들은 화재가 난 건물 반지하층 문을 두드리며 혹시 남아있을 지도 모를 사람들을 확인했다.

2층짜리 단독주택의 위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70대 할아버지가 촛불을 켜놓고 외출한 사이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됐다. 다른 거주자들은 무사히 대피를 했지만, 2층에 있던 할머니는 뒤늦게 불을 발견하고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할머니는 먼저 도착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 인적이 뜸한 일요일 아침에 발생한 사고여서 신고가 늦어진 듯 했다.

7시 32분 화재는 완전 진화됐다. 신고 접수 후 13분 만이다. 불을 끈 후에도 소방관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추가 발화 가능성은 없는지 살폈다. 화재감식과 조사를 맡은 지휘팀도 바쁘게 움직였다.

8시 25분. 병원으로 이송됐던 할머니가 끝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관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도 말이 없었지만, 신고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9시 20분. 소방서로 돌아오는 지휘차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오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집 사람들 어디 갈 데는 있다고 하던가요?" "아니요. 갈 곳이 없답니다. 그래서 걱정이에요." 이래저래 소방관들의 걱정은 끝이 없는 듯 했다.

  23일 오전 관악구 신림4동 주택가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한 후, 한 소방관이 소방호스를 정리해서 철수하고 있다.
 23일 오전 관악구 신림4동 주택가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한 후, 한 소방관이 소방호스를 정리해서 철수하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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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관악소방서의 총출동 건수는 81회에 달했다. 문득 소설가 김훈이 이야기했던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는 국가와 정부의 기능'은 전적으로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119를 구하라#관악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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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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