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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한 호랑이 교장 체험은 늘 재미있어요.
 아이들과 함께한 호랑이 교장 체험은 늘 재미있어요.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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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랑이 교장 직업·진로 체험의 행선지는 국토 최서남단 목포시와 해남군에서는 서울보다도 거리가 먼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 일대다. 포항은 목포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에나 볼 수 있는 이국 아닌 이국이나 다름없다. 경주 또한 멀게 느껴지나 불국사와 석굴암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가보진 못하지만 빛나는 문화유산의 도시로 전라도 사람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예상한 대로 체험에 참여한 100여 명 중 포항과 경주를 다녀온 적이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인솔교사 10여 명도 과거 수학여행지로 인기 있었던 시절 경주를 다녀온 적이 있었을 뿐 개인적으로 다녀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목포사람들이 경북 일대를 방문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통 문제라고 인솔 교사 대부분이 동의하였다.

지난 6월 28일, 목포에서 경주를 가기 위해서는 광주를 지나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 들러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경주로 갔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88고속도로는 호남과 영남을 가깝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도로다. 그래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부산을 경유해서 가기도 하지만 순천으로 우회하여 가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번 체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라도 사투리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아이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에서나 보았던 첨성대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전 7시 반에 출발하였지만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여전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었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포스코였다. 인솔교사들에겐 포항제철이 더 익숙하겠지만 아이들은 포항제철이나 포스코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철의 도시 포항을 가다

 옛날 포항제철 초기 모습이래요.
 옛날 포항제철 초기 모습이래요.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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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카리스마를 내 뿜고 있는 고 박정희 대통령 밀랍 인형
 아직도 카리스마를 내 뿜고 있는 고 박정희 대통령 밀랍 인형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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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견학 시스템은 정말 훌륭했다. 포스코 박물관에선 안내요원들이 친절하게 포스코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이들 보다 인솔교사들이 더 신난 모양이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박태준 회장의 밀랍 인형이 꼭 살아있는 듯 아직도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박물과 견학 후 포스코 공장 일대는 버스를 타고 구경할 정도로 넓었다. 그런데 버스에 동승한 안내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이었다. 보안상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손에서 휴대전화를 잠시라도 놓을 수 없던 아이들에게 휴대전화 압수는 참을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온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공장 내부를 견학하고서야 사진촬영 금지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공장 내부는 세계 최고의 제철 기술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새빨간 쇳덩어리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누구나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코의 견학 시스템은 매우 훌륭했다.
 포스코의 견학 시스템은 매우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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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던 천년 고도 경주, 그런데 첨성대 높이가 달라요

이튿날은 기다리던 경주 방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첨성대는 단연 아이들에게 인기다. 우주를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는 21세기 이지만 하늘에 떠 있는 별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이런 별을 수백 년 전에 관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첨성대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첨성대에 들어가기 전 체험단은 의무적으로 안내표지판을 읽어야 했다. 호랑이 교장 선생님의 불호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체험단은 단순히 관광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사전에 방문할 행선지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공부할 내용을 요약한다. 또한 방문지에 대한 주요 사항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보고 적도록 되어 있다.

 첨성대 현장에서 배부된 팜플렛은 9.4m라고 표기 되어 있다.
 첨성대 현장에서 배부된 팜플렛은 9.4m라고 표기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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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박물관에는 9.17m 이다.
 경주박물관에는 9.17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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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앞에서 단체사진 한 컷!
 첨성대 앞에서 단체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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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내표지판을 본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책에 나온 첨성대의 높이와 안내표지판에 적혀있는 높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기자도 안내표지판을 읽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 아이들의 눈은 정확했다.

책에 나온 첨성대는 9.17m였고 안내표지판의 높이는 9.4m로 표시되어 있었다. "선생님 첨성대 높이가 높아졌어요! 어떤 게 맞나요?" 아이들의 질문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럴 땐 인터넷이 선생님이다. 누군가 재빠르게 검색해 보더니 9.17m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첨성대 입구 안내소에서 나누어준 팜플렛을 확인 했더니 역시 9.4m로 표기 되어 있었다. 일정상 첨성대를 떠나 경주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기자는 다른 것 보다는 우선 첨성대에 관한 자료를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경주박물관 내의 첨성대 사진과 안내에는 9.17m로 표기되어 있었다. 같은 경주시 내에 있는 기록물이 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관광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자다!"

 준비된 자료집과 현장을 꼼꼼히 검토한다.
 준비된 자료집과 현장을 꼼꼼히 검토한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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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교장 체험단은 매 행사 때마다 선서를 한다. 선서의 내용 중 "우리는 기자다"라는 문구가 있다. 기자 정신으로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의미에서다. 사실 첨성대 높이의 오류는 호랑이 교장 청소년들의 기자정신에서 발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사히 체험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는 경주 시청 문화재 관계자에게 정확한 사실을 물어 보았다. 사실 경주 같은 유적지에 수많은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발견한 오류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시청 담당자도 약간 당황스러워 했다. 그러나 자세하게 알아본 후에 이방인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사실 첨성대의 정확한 높이는 어디서 보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했다. 첨성대가 피사의 사탑처럼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9.4m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였다. 문헌에 따르면 8.99m부터 9.07m사이란다. 9.17m와는 10cm차이가 나지만 9.4m와는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안내표지판을 약 9m로 수정 표기할 것이라고 하였다.

학생들에게 첨성대의 정확한 높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대상에 대한 자료가 여기 저기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번 체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발견한 오류가 수정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 달 체험 때는 여러분의 특종 덕택에 첨성대의 높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목포 호랑이교장#첨성대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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