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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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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기획재정부(장관 최경환)가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세법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은 없지만, 문제는 각론입니다.

세법개정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정책 방향을 구체화 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더욱이 2014년 세법개정안에는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안'(2014~2018, 5년간 316조 원 투입)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정부가 강조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과 복지'가 표류할까 걱정됩니다.

지금 한국이 처한 경제·사회적 여건은 매우 어렵습니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가계소득 위축과 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내수 부진과 그로 인한 경기침체, 날로 심각해지는 소득불평등, 취업자 증가세 둔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고령층의 빈곤율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 가계소득 증대 등을 통한 민생안정을 세제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며, 아울러 공평과세 실현 및 납세편의 제고 등 세제합리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방향은 분명히 옳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식 이상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저하되면서 지속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과 노동생산성은 증가하지만 실질 임금은 줄어드는 '임금 없는 성장'은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에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넘어가야 하는 절박하고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특히 실질임금의 감소는 노동 소득 분배율을 떨어트리고 가계소득을 위축 시키는 반면, 늘어난 기업소득은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내수위축·고용정체·근로소득 감소·소득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고용증대와 임금향상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기업 위주의 경기 활성화를 강조한 세제만 내놓음으로써 큰 틀에서 내세운 가계소득 증대와는 괴리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효과 없을 듯

몇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3년간 시행을 발표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보입니다.

특히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은 기업에 대해 법인세 외에 추가로 과세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 적용 대상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고 일정 비율의 당기 소득에서 제하는 배당과 투자에 대해서는 임금증가분과는 달리 지출 총액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과세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제대로 흐르게 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적용대상을 중소 하청기업까지 확대하고, 과세표준에서 제하는 배당과 투자 역시 임금증가분처럼 3~5년 기간의 증가분을 적용해야 합니다. 동시에 대·중소기업 협력 관련 지출(상생협력기금 출연금)보다는 하청업체가 직접 이익을 보는 이익공유제에 세제혜택을 주는 게 좋겠지요.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는 하지만 중소기업보다는 임금상승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래저래 가계로 소득이 흐를지는 불확실한 것입니다.

대주주·고액자산가에게 혜택 돌아가는 제도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제공되는 세제 혜택이 대주주를 비롯한 고액자산가로 귀결될 여지가 매우 크고, 그로 인해 우리사회의 소득불평등을 심화 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소액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5%포인트(14%에서 9%로) 낮춰서 세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방안의 경우, 실제로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한 고배당 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가진 서민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이자소득이 전무하고 배당 수익률이 1%라 가정하면, 세제혜택을 받는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액은 최대 20억 원에 달해 '개미투자자'로 대표되는 소액투자자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하는 대주주에게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배당수익이 높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세제혜택이 커진다는 점에서 가계소득 증대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또 다른 부자감세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마저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조치입니다. 또한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한다는 상속 및 증여세 본연의 기능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재산의 취득에 따른 세금 부담과 경영권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생산성의 측면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바람직하다면 반드시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이유도 없고, 기업경쟁력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상속·증여세 줄이는 추세?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계속 유지 및 성장을 통해 고용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업승계를 위한 세제 혜택의 필요성이 인정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가업용 자산유지 조건과 고용유지 조건마저 폐지됐습니다.

일각의 주장대로 많은 국가들이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는 하나, 동시에 이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상속 및 증여세의 부담은 단순히 명목 세율보다는 전반적인 세 부담 구조를 고려해 보는 게 옳습니다. 한국의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조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대단히 낮다는 점에서 가업 승계를 위한 세제완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욱이 가업 승계의 확대가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이상 가업 승계를 위한 세제 혜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확대·완화보다 '강화'되는 방향이 옳습니다.

임차인·임대인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 민간임대시장 양성화에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주택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다주택 소유자들을 매입 임대나 준공공 임대 사업자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게 중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 필요성에 따른 세제혜택과는 별도로 임대소득 과세를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탈세입니다. 임대소득이라고 해서 예외가 발생할 수는 없습니다. 그간 걷지 않아 생겨난 '임대소득은 불로소득'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고, 과세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합니다. 명분도 없는 분리과세는 빨리 폐지해야 합니다.

향후 5년간 18조 만드려면 지금이 중요한데...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53개로 약 7조8000억 원 규모입니다. 비과세·감면제도를 손질해 향후 5년간 18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에 비춰보면 지금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간 적극적인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를 약속했지만 중요한 정부 정책마다 각종 세금할인 혜택이 많이 추가됐습니다. 이번에도 줄이겠다는 약속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개선이나 중고차 부가가치세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 등 일부 줄어든 대목이 있긴 하지만,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대부분 그대로 가겠답니다. 가뜩이나 불안한 세수 여건과 급증하는 나랏빚으로 일본마냥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걱정되는 마당에 이 정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편,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정부가 추산한 전체 세수효과는 전년대비 기준으로 총 568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규모나 세부적인 구조 면에서도 문제가 보입니다.

먼저 새 경제팀의 경기확장 기조를 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가 너무 작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세법개정안에서 제시한 세수효과 2조4900억 원의 1/4수준이고, 공약가계부에서 2015년에 국세 수입으로만 약 11조1000억 원을 충당해 공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여기에 지난 5일 발표한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안'(2014~2018)에서 제시된 내년 사회보장 투자규모 60조3000억 원까지, 앞으로 돈 쓰겠다는 계획에 비하면 걱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목별로 세수효과 구성을 보면 걱정이 더해집니다. 2017년까지 중간 합계를 산출해 보면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전년대비 기준 총 215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중 1990억 원(92.6%)을 간접세인 부가가치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법인세는 겨우 120억 원(5.6%) 늘어납니다. 물론 법인세의 경우 전체 306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2019년 이후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실제로 걷힐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소득세 역시 760억 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하지만, 배당소득 증대세제처럼 서민·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재산과세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세금을 고르게 걷어야지, 쉽게 걷으려고만 해서 되겠습니까'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노동소득 분배율·실질임금 높이는 정책 필요

새 경제팀이 내세운 '소득주도형 성장', 여기에 따라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가계소득 증대를 세제개편의 큰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노동소득 분배율이 증가해야 성장률이 함께 오르는 전형적인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노동소득 분배율, 실질임금을 높이는 강력한 분배·재분배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의지와는 달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세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계소득 증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근로소득입니다. 근로소득을 반드시 높여야 합니다. 보다 세밀하게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다양한 고민을 담아야 합니다.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목표가 그럴싸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일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작성한 글입니다.



태그:#2014 세법개정안, #가계소득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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