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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슬산 정상부에 세워져 있는 '대견봉' 정상석. (산 정상에 세워진 표지석을 정상석이라 한다.) 이제 이 정상석은 뽑히게 되었다.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가 최근 비슬산 정상의 이름을 대견봉에서 천왕봉으로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 앞으로는 사진의 동그라미 부분을 "대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고찰 대견사의 터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로, 이 때문에 "대견사 바로 뒷봉우리가 대견봉이지 어째서 30분은 더 걸어가야 있는 천왕봉이 대견봉이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1) 비슬산 정상부에 세워져 있는 '대견봉' 정상석. (산 정상에 세워진 표지석을 정상석이라 한다.) 이제 이 정상석은 뽑히게 되었다.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가 최근 비슬산 정상의 이름을 대견봉에서 천왕봉으로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 앞으로는 사진의 동그라미 부분을 "대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고찰 대견사의 터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로, 이 때문에 "대견사 바로 뒷봉우리가 대견봉이지 어째서 30분은 더 걸어가야 있는 천왕봉이 대견봉이냐?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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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은 지난 10일, 민관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국가지명위원회가 비슬산 정상 봉우리와 정상부 소재 사찰의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비슬산 정상은 지금까지 불려온 "대견봉"에서 이름이 "천왕봉"으로 바뀌고, "대견사지"는 "대견사"로 변경된다.

비슬산 정상은 "대견봉" 아닌 "천왕봉"

비슬산 정상의 전래 명칭은 본래 천왕봉이었다. 이는 이미 <해동지도>, <여지도>, <조선지도> 등 18-19세기 고문헌과 고지도들에 의해 고증된 바 있고, 달성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들의 증언도 한결같았다. 하지만 일부 지역민들이 1997년 비슬산 정상부에 '대견봉' 정상 표지석을 세움으로써 전국 등산객들의 유포에 따라 어느샌가 "대견봉"으로 이름이 고착되고 말았다. 이제 17년만에 천왕봉은 본명을 되찾게 된 것이다.

 (1)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는 "대견사지"도 "대견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곳에 새로 절을 지었기 때문이다. (2) 사진은 말 그대로 "대견사지"이다. '대견사지'는 대견사가 있던 터라는 뜻이다. 이 터에 현대식 절을 새로 지어버렸으므로 이제는 사진과 같은 경치를 볼 수 없게 되었다. (3) 우리말 '터'를 한자 '지(址)'로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황룡사지가 옳은가, 황룡사 터가 옳은가?
 (1)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는 "대견사지"도 "대견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곳에 새로 절을 지었기 때문이다. (2) 사진은 말 그대로 "대견사지"이다. '대견사지'는 대견사가 있던 터라는 뜻이다. 이 터에 현대식 절을 새로 지어버렸으므로 이제는 사진과 같은 경치를 볼 수 없게 되었다. (3) 우리말 '터'를 한자 '지(址)'로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황룡사지가 옳은가, 황룡사 터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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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명위원회는 '대견사지'도 '대견사'로 바꾸었다. '대견사지(址)'는 대견사가 있던 자리라는 뜻인데 지금은 그 터에 새로 사찰을 지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의 일이다.

하지만 비슬산 정상이 '천왕봉'이라는 본명을 되찾았다고 해서, 천왕봉이 비슬산에만 있는 봉우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리산에도 천왕봉이 있고, 속리산에도 천왕봉이 있다.

천왕과 천왕봉

 대구시 민속자료 5호인 논공 천왕당
 대구시 민속자료 5호인 논공 천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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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해가던 1906년, 일제는 대구 달성에 천황 요배단을 설치했다. 천황에게 절을 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천황은 일본의 자칭 '살아 있는 신"이다.
천왕은 누구인가?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462번지 조그마한 동네 야산에 오르면 천왕당이 있다. 민속자료 5호인 이곳은 이름 그대로 천왕(天王)을 모시는 민속 신앙 유적이다.
천왕은 "하눌님"이다. 애국가의 '하느님'이 곧 그 하눌님이다. 기독교의 하느님과는 다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할 때의 그 천지신명이 바로 하눌이다. 하늘의 임금 천왕(옥황상제)는 북두칠성에 기거했다. 그러므로 "천지신명께 비나이다"와 "칠성님께 비나이다"는 동의어로 쓰였다.
땅과 하늘이 가장 가까운 곳은 높은 산 꼭대기이다. 하눌님께 가까이 가려면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 천왕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봉우리들이 존재한다.
뒷날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전통의 천왕봉은 더러 비로봉으로 불리게 된다. 외래 종교의 힘이 전통 민속 종교를 누른 결과이다. 팔공산의 천왕봉이 비로봉이 된 것도, 비슬산 천왕봉이 대견사라는 절 이름을 따서 대견봉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천왕봉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것은 일종의 '역사 되찾기'라 할 만하다.

 백두산 천지. 최남선은 <산해경>에 전하는 백두산의 이름 불함(不咸)도 천지신명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백두산 천지. 최남선은 <산해경>에 전하는 백두산의 이름 불함(不咸)도 천지신명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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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팔공산 최고봉 비로봉도 올해 들어 불교식(외래식) 이름을 버렸다. 국가지명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천왕봉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남 합천과 경북 성주의 경계인 가야산의 정상도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 역시 천왕봉이다.

곳곳의 최고봉에 천왕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전통 신앙을 속뜻에 담고자 한 우리 조상들의 의지의 소산이다. 2004년 7월 24일 달구벌얼찾는모임이 팔공산 최고봉에 제천단(祭天壇) 비석을 세우면서 '하늘과 땅이 맞닿은' 천왕봉을 두고 '옛날 조상들이 국태안민을 기원하며 하눌에 제사 지내던 성지'라고 새긴 것도 그 때문이다.

흔히 사용하는 일반 단어 '하늘'이 아니라 역사가 서린 듯한 '하눌'로 애써 표현한 데 주목하자는 말이다(오른쪽 박스 내용 참조).

비슬산 천왕봉에 한번 올라 보자

비슬산 정상이 본명 천왕봉을 되찾은 사실을 기념하여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현장을 찾아 발걸음을 하는 일이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과 팔공산 정상 천왕봉, 그리고 가야산 정상 천왕봉에 한번 올라보자.

가야산 정상에 오르는 일반적인 출발점은 두 곳이다. 해인사와 가야산야생화박물관이 바로 그  곳. 하지만 이 글은 '대구경북'을 답사하는 역사여행이므로 경상남도 소재 해인사에서 출발하는 가야산 등산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1282-16번지 소재 가야산야생화박물관에서 출발하는 길만 언급하기로 한다.

이 길의 첫 번째 장점은 2006년에 문을 연 가야산야생화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해인사 길이 절반 이상 오른 이후부터 줄곧 땡볕인 데 비해 숲길을 걷을 수 있고, 또 다른 정상인 칠불봉을 한꺼번에 답사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게다가 해인사 길로 오르면 천왕봉에 먼저 들렀다가 칠불봉으로 와서 다시 천왕봉으로 되돌아가 하산해야 하지만, 이 길은 칠불봉을 밟은 후 마지막으로 최종 목적지인 천왕봉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는 잠깐 쉬기도 해야 하는데, 칠불봉은 마냥 날카로운 바위들로 되어 있어 쉴 곳이 없고, 천왕봉은 수백 명이 동시에 휴식할 수 있는 평평한 거대 바위로 되어 있으니, 역시 마지막은 천왕봉이어야 한다.

 (왼쪽) 팔공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천제단' 비석 (오른쪽)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리기도 하는 가야산 정상 천왕봉
 (왼쪽) 팔공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천제단' 비석 (오른쪽)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리기도 하는 가야산 정상 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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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너무나 다양하다. 팔공산이 본래 100곳 이상의 등산로를 갖춘 명산인 까닭이다. 그래도 역사유적을 답사하며 걸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길은 아무래도 동화사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동화사 봉황문 마애여래좌상(보물 243호)- 대웅전(보물 1563호)- 비로암 3층 신라 석탑(보물 247호)- 염불암 청석탑(대구시 유형문화재 19호)- 마애여래좌상 및 보살좌상(유형문화재 14호)- 동봉 석조여래입상(유형문화재 20호)을 거쳐 이윽고 천제단! 이만 하면 팔공산을 "보물 창고"라 부르는 까닭이 짐작되리라.

비슬산 천왕봉으로 가는 대표 등산로를 한 길만 추천한다면? 비슬산자연휴양림- 빙하기 암괴류(천연기념물 435호)- 대견사터 3층석탑(유형문화재 42호)- 암괴류 중 토르(천연기념물 435호)- 참꽃 군락지- 천왕봉이 가장 좋다. 겨울이면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얼음조각축제를 볼 수 있고, 봄이면 30만 평의 광활한 참꽃군락지를 지날 수 있다.

 팔공산 동봉(사진의 불상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 석조마애여래입상(대구시 유형문화재 20호)
 팔공산 동봉(사진의 불상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 석조마애여래입상(대구시 유형문화재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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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대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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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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