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큰빗이끼벌레와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4대강.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채, 환경오염,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4대강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봅니다. [편집자말] |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 저격수 역할을 자청한 학자가 있다. 지난 2011년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자신의 연구용역을 뒷조사하고,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하던 2008년 5월쯤엔 권도엽 1차관(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 1급 고위 공무원 자리를 제안하는 등 회유와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폭로한 바 있다.
그러다 결국 '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그의 주장이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며 수자원공사와 국토부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관동대 토목학과 박창근 교수(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이야기다.
토목학자로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이후 4대강 가시밭 길을 걸어온 박 교수를 지난 1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은 박 교수가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떠나 환경운동연합 물환경특위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날이기도 했다. 산더미 같은 4대강 자료를 옮기느라 분주한 박 교수로부터 4대강 현장에서 겪었던 일과 시민진영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창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4대강 반대, 학자적 양심에 따라 배운 대로 했을 뿐"
- 시민환경연구소를 떠나는데, 마음이 어떤가? "만 6년을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보냈으니 시원섭섭하다. 시민사회에 꼭 필요한 연구소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지난 6년간 4대강 사업의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4대강 저격수'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4대강 사업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학자적인 입장에서 용기가 없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던지 해야하는데, 상당수의 학자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현실에 적용하지 않고 정부에 맞장구를 치면서 찬성 논리를 폈다.
통상적으로 용역을 주고받는 관계인 토목학자들은 국토부나 수자원공사가 얘기하면 대부분은 그냥 따라간다. 그런데 나는 배운 대로 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4대강 저격수란 별명도 얻은 것같다. 그런데 좀… 허허. 정부나 수자원공사가 매우 껄끄러웠을 것이다."
- 4대강 사업 추진이 결정난 이후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겪었던 일 중에 기억나는 게 있다면? "4대강 사업 전까지만 해도 하천에 대해 건전한 생각을 가졌던 분들이 하루아침에 생각을 바꾸고 4대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을 때, 가슴이 참 아팠다. 당시 조사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현장조사를 나가면 조사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접근을 차단하는 건 예사였다.
수심 측정을 하고 있으면,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배를 이용해 방해하고, 크레인까지 동원하여 조사를 막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렵고 힘들었다. 또 한 번은 4대강 관련 토론회에 나갔는데, 대부분 4대강 찬성 학자들로 꾸려서 10대 1로 싸워야 했던 기억까지…. 너무 많아서 다 얘기를 하려면 날밤을 새워도 모자란다. 지난 2013년 1월 (검찰에서)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자원공사와 국토부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을 때 받았던 상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최근 큰빗이끼벌레, 심화된 녹조 등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예상한 결과인가. "예상하지 못했던 큰빗이끼벌레를 제외한 녹조, 부영양화, 세굴, 측방침식, 역행침식, 농경지침수, 홍수문제, 가뭄 문제까지 등 사전에 주장했던 많은 부작용들이 대부분 현실에서 나타났다. 특히 속도전으로 만들어진 4대강은 세굴과 재퇴적이 심한 만큼 박근혜 정부가 이대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다가는 더 큰 재앙에 부딪힐 것이다."
"예상했던 4대강 사업 부작용 속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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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 충남 부여군 백제보 상류 금강의 물고기 집단 폐사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환경부, 결국 원인을 못 밝혔는데...
"당시 현장(조사를)을 주도했던 시민단체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다고 추정했다. 물고기 집단 폐사는 죽어서 떠오르는 것보다 가라앉은 것들이 3~4배 더 많다는 게 어류학자들의 설명이다.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집단 폐사 가능성을 주장하자, 정부가 2012년 말부터 정밀조사에 나섰다.
결국 1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물고기가 죽은 것은 맞지만, 원인은 미스터리다'라는 황당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관련기사 :
녹조는 폭염 탓, 물고기 떼죽음은 미스터리?). 대부분의 물고기 폐사는 독극물과 용존산소 부족 두 가지 원인으로 나뉘는데, 독극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산소 부족으로 어렵지 않게 원인을 찾을 수 있음에도 밝히지 못했다. 이건 환경부가 국토부의 눈치만 보는 한심한 부서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자연 훼손을 뻔히 눈앞에서 보면서도 우리는 22조 원의 수업료를 납부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교과서에도 없는 사실을 왜곡해 4대강 찬성 논리를 전파하고 예찬했던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제2~3의 4대강 사업은 또 일어날 것이다."
- 4대강 사업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한 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다. 지난 2013년 7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화를 염두에 두고 한 사업이다'라고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청와대에 있던 이정현 의원이 '만약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이 말처럼 4대강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 춘천도심침수 등 최근 집중 호우로 인한 부산 사태 등의 사고가 4대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보나? "홍수가 자주 나는 곳은 지방하천과 소하천으로, 홍수를 막으려면 이곳에 투자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이미 홍수에 안전한 본류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결국 일부 구간에만 저감 효과가 나타났을 뿐 오히려 지천의 피해는 증가시켜 버렸다. 결국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한 것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운 꼴이다."
"강을 강답게 하는 재자연화에 박근혜 정부 나서야"
- 정부가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소하천과 지방하천 살리기를 한다고 하는데...
"하천정비 예산을 한꺼번에 모아 4대강 사업을 함으로써 홍수나 가뭄 문제를 일소에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논리였는데, 4대강 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하천정비 예산은 전혀 줄지 않고 그대로다. '4대강 사업이 허구'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정부 주도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중립적인 평가를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어떻게 보나? "국무총리실에서 하는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조사권한이 없어 총리실을 통해 수자원이나 국토부에 요청해서 자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4대강에 앞장 선 옛날 직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문제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정확한 자료를 받지 못한 조사평가위원회는 허당일 뿐이다. 정확한 평가는 3~4년 후 새로운 정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 결국 4대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에게 해답을 줘야 한다. 강을 강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재자연화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유속이 초당 10cm 정도로 보 상류에 오염토가 쌓이고 호수화되면서 강이 아닌 금강·낙동호로 바뀌었다. 강을 인위적으로 호수로 만들었다면 최종적으로 보 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보 철거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경제성, 환경성, 공학적, 사회적 평가를 통해 적합한 안을 찾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 이를 위해 앞으로 시민사회단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학계의 움직임은 4대강 사업은 잘못되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가자고 한다. 재자연화를 위해 움직이는 학자는 크게 많지 않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국민들도 재자연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하천과 수자원 부분은 상생의 길이 있다"
- 토목학자가 4대강 사업 이전부터 환경운동에 적극 뛰어든 것도 아니러니다. 4대강 반대 등을 하고 나설 때 분위기가 좋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 "학계에서는 (나를)한 마리 미꾸라지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정부 논리가 허구로 드러나고 우리의 주장이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여전히 4대강은 숨을 쉬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토목이란 학문 자체가 환경과 대치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이긴 하지만, 하천과 수자원 부분은 상생의 길이 있다.
이 사회가 환경 파괴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늘어나면서 하천을 바라보는 눈들이 달라졌다. 미국이나 유럽은 댐 철거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노무현 정부 말기에 환경부와 한국건설연구원은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위한 수질개선과 생태통로 확보'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4대강 사업이 옳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천에 대한 인식이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 최근에는 싱크홀 문제 조사로 언론에도 자주 나오는 것 같다. 4대강도, 싱크홀 문제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는 난제로 보이는데..."사회가 불안해지고 예산 낭비성 환경 파괴 사업을 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가 투명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도 수자원공사나 국토부가 부작용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개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싱크홀도 처음 발견 당시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을 안심시켰어야 하는데, 적당히 원인만 밝히고 복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불신을 키웠다. 면죄부 형태의 분석은 문제 해결도 안 될 뿐더러 국민의 불안감만 조성시킨다."
- 환경운동연합 물특위 위원장을 새로 맡으셨는데, 어떤 일을 하는 건가. "하천 등 물과 관련해서 현안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꺼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