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에 열리는 제 41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CBS 라디오 <하근찬의 아침뉴스>를 진행하는 하근찬 앵커가 앵커상을 수상한다. 1995년 CBS춘천방송 기자로 입사한 하 앵커는 CBS춘천방송 보도제작국장을 역임한 뒤 서울 CBS로 자리를 옮겨 사회부 부장과 문화체육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뉴미디어부장 겸 노컷뉴스 팀장을 맡고 있다.
하 앵커는 "다매체 시대에서 라디오, 또 그 속에서 라디오 뉴스의 위상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어떻게 하면 청취자들과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인정해준 게 아닌가 싶다"면서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의 채찍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수상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지난 1일 CBS 목동 사옥에서 하근찬 앵커를 만나 앵커상을 수상하는 소감과 함께 한국 언론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하근찬 앵커와 나눈 일문 일답을 정리했다.
- 3일 한국방송대상 앵커상을 수상하시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다매체 시대에서 라디오, 또 그 속에서 라디오 뉴스의 위상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어떻게 하면 청취자들과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인정해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쁨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의 채찍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 앵커상이 TV와 라디오 모두를 통틀어 받는 상으로 아는데 심사위원들의 선정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말씀드렸듯이 TV, 라디오 관계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자꾸 위축돼 가는 뉴스에 대하 고민하는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에 인정해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어떤 변화를 하려고 했어요?"<하근찬의 아침뉴스>의 강점은 '모든 소리는 뉴스가 된다'는 겁니다. 이 원칙을 근간으로 뉴스 하나하나에 소리를 가미했죠. 리포트할 때도 기자만의 음성이 아닌, 매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뉴스 시작과 더불어 시그널부터 '소리'를 가미한 헤드라인 뉴스, 앵커멘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어간 '인서트 뉴스', 기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음향뉴스 등 뉴스에 다양한 음향효과를 가미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라디오 뉴스가 전날 벌어진 상황을 재종합하는 데 그치고 있는 반면, 매일 새로운 뉴스를 발빠르게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힘은 CBS 기자들만이 갖고 있는 파워풀한 응집력, 현장 기자들이 생산하는 좋은 콘텐츠에 있죠."
- 5월 개편으로 시간대가 30분 빨라졌는데."아침뉴스를 30분 앞당긴 이유는 <하근찬의 아침뉴스> 다음이 <김현정의 뉴스쇼>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먼저 뉴스로 핵심을 짚어주고 <김현정의 뉴스쇼>가 인터뷰도 하면서 상세히 다루는 포맷으로 가자는 거였어요. 아직 정착단계이긴 하지만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청취율도 크게 오를 것 같고요. 뉴스를 전달하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진 건데, 아침이라 조금 버겁긴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우리 CBS 보도국 전체가 30분 더 일찍 움직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오전 5시 정도 출근하는 것으로 아는데 출근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세요?"물론 아침뉴스의 콘텐츠는 개괄적으로 전날 데스크회의에서 결정됩니다. 아침엔 저와 숙직조가 모든 조간 신문들을 꼼꼼이 챙겨보고, 지상파 방송의 아침뉴스를 모니터 해 빠진 부분을 체크하죠. 그리고 나서야 전체 그림에 맞게 뉴스 전반을 조율합니다. 기사배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앵커멘트, 기자들의 리포트 리드문장 등을 손을 봅니다. 뉴스 시작까지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모자랍니다."
- 뉴스에서 기사 배열이 중요하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셨어요?"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이슈, 그중 민감하더라도 꼭 다뤄야 할 사안들은 반드시 전반에 배치합니다. 세월호 같은 사회적 아픔과 우리가 다함께 치유해야 할 문제를 매일 다루고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 보도국 기자들이 <하근찬의 아침뉴스>를 모니터 하고 익명으로 비판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들었는데."불편한 게 아니라 고맙고 감사한 거죠. 비판이 아니라 조언인 셈이죠. 앵커에 대한 조언과 비판뿐 아니라 그날 방송된 내용 전체에 대한 콘텐츠를 철저히 모니터해 뉴스의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입니다.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우리 보도국 전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자는 것이어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모니터 제도를 언제부터 시행했나요?"4~5명으로 구성된, X맨으로 명명되는 기자들의 모니터는 철저히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김준옥 보도국장이 아침뉴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뉴스 시작 후 한 달 정도 지난 7월쯤부터 비밀리에 진행을 해 왔습니다. 모니터 내용은 물론 공개가 되죠. 처음엔 시큰둥하던 기자들도 자기의 거울로 삼고 더 분발하려는 모습이 역력히 보입니다. 저도 모니터가 큰 힘이 되고요."
"취재도 중요하지만 아픔을 함께 하려고 했습니다"
-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5개월이 되가잖아요. 세월호 사고에서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수모까지 들었는데 뉴스를 진행하면서 어떠셨어요?
"솔직히 기레기란 말은 저희 CBS와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진도항에서 CBS 취재기자들은 유족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환대 아닌 환대를 받았습니다. 취재도 중요하지만 아픔을 함께 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한 후배기자의 경우 당시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불러놓고 유가족 입장에서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진행돼 유가족들로부터 진심어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역시 CBS'라는 걸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던 거죠. 대부분 타 매체가 '기레기'란 수모까지 받으며 취재에 애를 먹고 있을 때 말입니다.
CBS 아침뉴스도 이렇게 세월호 문제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5월 19일 30분 앞당겨 오전 7시로 전진배치했는데 개편 첫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자들의 반성과 사과로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 전체에 대한 참회를 한 겁니다.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언론의 다매체 환경도 좋지만 그런 기류 속에서 잘못된 취재관행과 경쟁이 난무하고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는, 그래서 기자 전체가 '기레기'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가급적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속상하고 참담하기만 합니다."
- 이명박 정부 이후 방송사 특히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이 언론장악으로 인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잖아요. 이런 문제에서 CBS는 자유로운 것 같은데."CBS 뉴스는 공정하고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인 보도를 모토로 하고 있어요. 사회의 낮은 곳과 아픈 곳, 소외된 곳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젊은 층의 새로운 감각까지 자유롭게 담으려고 하죠. 그런데 그걸 '진보', 그 이상의 굴레에 씌워 편가르기를 하려는 게 문젭니다.
CBS는 60년의 역사 속에 항상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으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정직하고 진실의 소리를 성역없이 자유롭게 말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자유의지를 끝까지 보장하는 참된 매체라고 자부합니다."
- 최근 KBS 이사장을 뉴라이트계 교수를 앉히려고 해서 문제인데 언론장악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언론장악이라는 것은 권력이 언론을 자신들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고 이를 고착시키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거 같아요. 정권은 늘 언론장악은 없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들어앉혀 여론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역사를 미화하려 하죠.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도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언론 공약 1호로 내걸었겠어요. 그런데 그런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고 공영방송에 낙하산 인사가 들어오고 비판적인 프로그램이나 언론매체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엄격한 잣대가 들이대지고 해직언론인들은 여전히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는 지난해 여섯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일곱 계단 하락한 57위를 기록했다는 '국경 없는 기자회'의 발표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언론 장악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데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어려운 문제예요. 정답이 있으면 좋은데 언론이야말로 복잡다단한 해결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요. 정치적 외압 외에도 우리 언론은 산업자본에 의한 언론자유 위협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게 또 문젭니다. 예를 들어 삼성 등 막강한 기업의 비자금 등 부조리를 파헤치려 하면 광고를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부끄러운 상황이 공공연히 빚어지고 있는 거죠.
다매체 시대에서 언론은 자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언론은 자연히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없는 거죠. 언론의 존재의의가 무엇인지, 결국 우리 언론현장의 기자들이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노력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오마이뉴스>는 제가 컴퓨터 모니터에 늘 띄워놓고 작업하는 많지 않은 매체 중의 하납니다. 그만큼 솔직하고 진솔한 매체인 거죠.
<오마이뉴스>독자여러분, CBS 하근찬의 아침뉴스(월~금 매일 오전 7시, 98.1Mhz)는 청취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는 뉴스를 전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변화의 과정에 있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서 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관성을 벗어나 수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형식을 적용해 보려고 발전을 꾀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들어주시고 아낌없는 성원,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