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르던 지난 15일 어느 날 경남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 중학교인 경남 꿈키움학교를 찾았습니다.
경남 꿈키움학교는 올 8월 교사의 폭행 문제로 교장이 직위 해제 되는 등 큰 홍역을 치뤘습니다. 당시 박종훈 경남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많은 부분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약속 사항으로는 경남 꿈키움학교와 경남 진산학생교육원 분리, 자율학교 지정과 교장 공모제 시행, 2015년 보건교사 배정 등이었습니다.
올해 개교...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경남 교육청과 꿈키움 학교는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일은 경남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전국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일련의 일들은 경남 꿈키움 학교에겐 성장통이 됐습니다. 많은 전문가도 개교부터 학생교육원(단위학교의 부적응 학생들을 모아 단기 치료하는 기숙형 위탁 기관)과 한 건물을 사용하는 등 대안학교에 관한 명확한 이해와 준비 없이 성급히 추진됐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두어 달이 지난 지금, 문제가 일단락된 이후 학교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경남 꿈키움학교의 교훈은 '신나고, 멋지고, 당당하게'입니다. 정문에 붙어 있는 글이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미리 허락을 얻고 수업 시간도 함께 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가 15명 내외라 학습 환경은 아주 쾌적했습니다. 올해 개교한 학교라 그런지 시설물이 좋아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자리 배치도 자유로웠습니다. 2학년, 3학년 교실로 준비된 빈 교실은 악기 연주를 위한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방과후 학교'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극반인 '고무 찰흙'은 상당히 인기있는 강의라고 합니다. 지도하시는 선생님도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오는 12월에 경남 진주에서 무대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 틈틈이 연극 소품을 직접 만들고 계신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급식 시간이 되자 수많은 아이들이 짧은 시간에 급식소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속도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자는 고3도 번쩍 깨운다는 '신의 시간', 바로 점심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 날의 메뉴는 친환경 비빔밥, 저도 한 그릇 얻어 먹었습니다. 호박찜과 배, 신선한 나물 등 반찬도 훌륭했고 아이들이 몇 번이고 자유로이 밥을 더 먹더군요. 급식소 아주머니께서도 아이들 이름을 부르시며 대화하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노작교육이라고 하죠. 이 교육은 이제 대안학교의 필수 교과가 된 느낌입니다. 경남 꿈키움학교에서도 텃밭 가꾸기 반이 있습니다. 운 좋게 제가 방문한 날 활동이 있더군요. 이날은 고구마를 수확하는 날이었습니다. 텃밭은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 곳에서 하고, 내년에는 학교 바로 뒤에 있는 텃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고 열심히 하지는 않더라구요.(웃음). 어쩔 수 있나요. 강제로 시킬 수 도 없고. 지금 온 아이들은 그래도 텃밭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오는 아이들이에요. 고구마 캐는 수준도 예사롭지 않죠? 오늘 저녁에 아이들이 직접 캔 이 고구마로 학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삶아 먹을 거예요"노작 교육을 담당하신 김정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눔을 함께 하려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학교 구성원을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가 봤습니다.
학생회실을 비롯해 도서관, 운동기구 등이 구비돼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가사실, E-도서관 등 시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소장도서가 비교적 적고, 거의 저학년용 책들이라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학교의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을 가 보라"는 말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도서관은 아이들만 애용하는 곳이 아닙니다. 선생님도 사용하셔야 하고, 지역민도 함께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부모님까지 함께 사용하시면 금상첨화지요.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책만 고집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경남 꿈키움학교는 체험교육을 중시하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체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찰하지 않는 체험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책을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 읽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데로, 2015년에 보건 교사가 배정될 예정이라 아직 보건실이 없었습니다.
경남 꿈키움학교는 논과 산으로 둘러쌓인 학교입니다. 외지에 있는 학교이고 근처에 응급실이 있는 병원까지는 차로 30분 정도를 가야 하더군요. 더군다나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보건 교사가 없다고 하니 학생들의 안전이 걱정됐습니다. 경남교육청에서 내년 신학기에 보건 교사를 발령내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얼른 보건 교사가 오시길 바랍니다.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아이들을 만나 학교 생활이 어떠한지 물어 봤습니다. "완전 신나요, 학교에 오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는 없었지만 반대로 "완전 싫어요, 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없었습니다. 사실 저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 했습니다. 대화는 저랑 했지만 눈은 노는 친구들을 향해 있더군요. 하필 점심시간에 질문을 한 것이 판단착오 였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잡기 놀이하고, 강당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자유롭게 놀았습니다. 선생님께 젖은 손으로 물을 튕기고 도망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전거를 먼저 타고 싶다며 선생님과 흥정하는 아이 등, 평범한 대한민국의 14세 중학생들이었습니다.
경남 꿈키움 학교는 현재 2015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11월 초에 2차 모집을 한다고 합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도 있는듯 합니다. 하지만 한 해만 보고 그 학교의 미래를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아기들도 몇 백번을 넘어지며 걸음마를 배웁니다. 경남에서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중학교 과정인 꿈키움 학교가 다시 일어선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또 하나의 희망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교사가 아닙니다. 학부모도 아닙니다.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통제의 대상, 감시의 대상, 미성숙한 대상으로 봐서는 참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과 함께 시도하며, 함께 실패하고 같이 협력할 때 그 학교는 성장할 것입니다.
이 학교에 아직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이상, 학교는 살아있습니다. 학교를 살리는 일은, 대안 교육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대안교육은 별 게 아닙니다.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며 존중하고 학교의 주인으로써 대등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경남 꿈키움학교의 미래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대 탑재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대해서는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