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정확히 넉 달 만에 고구마를 캤습니다. 크게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많이 수확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일찍 심었어야 했는데 올해도 감자를 캐고 고구마를 심느라 늦어졌습니다. 밭 넓이 3×5 미터 크기에 열 이랑을 만들어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마침 흰 고구마를 구해서 먼저 고구마를 잘 보관했다가 싹을 내 심었습니다. 수확이 많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 기뻤습니다. 보통 빨간색 고구마는 쪄서 먹을 때 약간 단단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흰 고구마는 속이 노랗고 찌면 물컹하고 부드럽습니다.
지난 8월 일본에서 고구마 산지로 유명한 시코쿠 도쿠시마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 고구마 밭을 보았습니다. 거의 모래사장에 가까운 모래 흙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흙은 모래가 거의 없는 논흙입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고구마를 캐기 전에 먼저 결명자를 뽑아서 결명자 꼬투리를 땄습니다. 비록 3×5 미터 넓이이지만 이틀이 걸렸습니다. 결명자는 마냥 놓아두면 꼬투리가 터져서 결명자 씨앗이 땅에 떨어져 버립니다. 결명자는 생명력이 강해서 작년 심었던 곳에서도 무성히 자랐습니다.
고구마를 캤으니 결명자 대를 모두 태우고 갓과 마을을 심으려 합니다. 이웃 밭에는 이미 양파나 배추, 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주말 농장으로 밭농사를 짓는 분들은 주로 정년퇴직한 어르신들입니다. 시간이 많으니 아침, 저녁으로 들려서 물을 주고, 밭을 가꿉니다.
이곳도 요즘 나이가 드신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주말 농장으로 나오는 땅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도시 마을에서 가깝고, 수도시설이나 물 빠짐이 좋은 곳은 비쌉니다. 제가 하는 곳은 형편이 좋지 않아서 땅 3×5 크기를 한 해 사용하는데 3천 엔(한화 약 3만 원) 내고 있습니다.
가꾸는 것들은 대부분 푸성귀입니다.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고추, 피망, 당근, 오크라, 근대, 부추, 땅콩, 바질, 모로헤이야,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무, 파, 양파, 시금치, 마늘들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먹는 아욱이나 들깨는 본 적이 없습니다.
주말 텃밭을 가꾸는 사람 가운데 우리처럼 50 대의 젊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바빠서 밭에 자주 올 수도 없습니다. 씨앗을 뿌려놓고 거들떠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것으로 결명자, 감자, 고구마, 갓들을 심습니다.
주말 텃밭은 가꾸는 것은 이곳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일이 많고 손질이 많이 갑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렇게 텃밭을 가꾸면 흙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씨나 모종이 자라는 것을 보고, 수확을 하면서 철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