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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로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넓은 대청호. 충북 문의면, 옥천군 동이면, 영동군과 보은군 뿐만 아니라 대전 대덕구와도 맞닿아 있는 대청호는 그야말로 금강을 일구어내는 뿌리이며 하늘이 내린 자연이다.
▲ 김대중 대통령길에서 바라본 대청호 사진기로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넓은 대청호. 충북 문의면, 옥천군 동이면, 영동군과 보은군 뿐만 아니라 대전 대덕구와도 맞닿아 있는 대청호는 그야말로 금강을 일구어내는 뿌리이며 하늘이 내린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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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청남대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대전에서 20년을 살면서도 대청호 너머에 있다는 청남대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건만, 충청도와 거리가 먼 외지인이 되어서야 이곳을 찾았다.

청남대는 대통령의 별장으로 대청호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바탕으로 1983년 12월에 완공됐다. 이후 전임 대통령들의 휴양지로서 유지되다가 김영삼 대통령 당시에 전국의 대통령 별장을 모두 철거하고 이 곳 청남대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2003년 8월 14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에서 충청북도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청남대는 이때 비로소 민간인에게 개방됐다.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많은 사람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대통령의 별장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타고난 절경의 청남대는 매일 분주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난 18일, 청남대를 두루 관람하며 나는 대청호의 경치에 매료됐다. 잘 조성된 나무와 산책로에는 할 말을 잃었다. 혼자 간직하기는 아까워 글과 사진을 공유해본다.

대통령 이름이 붙은 산책로... 백미는 '김대중 길'

대통령 역사 문화관에는 식당과 강의실,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을 기록한 기록물과 사진, 해외 순방시 받은 선물등이 전시되어 있다.
▲ 대통령 역사 문화관과 청남대 관람 안내도 대통령 역사 문화관에는 식당과 강의실, 역대 대통령들의 행적을 기록한 기록물과 사진, 해외 순방시 받은 선물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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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먹은 담쟁이가 참나무를 감고 올라가고 있다. 그 옆의 소나무도 이리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다.
▲ 청남대의 참나무와 소나무 가을을 먹은 담쟁이가 참나무를 감고 올라가고 있다. 그 옆의 소나무도 이리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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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손을 벌린 아름드리 나무와 그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 해질녘 풍경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린 아름드리 나무와 그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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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에는 각 대통령별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걸으며 쉴 수 있도록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이명박,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 길은 호숫가를 따라 골프장 및 정자, 선착장, 낚시터 등이 줄지어 있다. 어린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한적하게 거닐 수 있도록 평탄하게 이어졌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길은 김대중 대통령 길에서 초가정으로 내려가는 대신 계곡을 타고 내려오게 되어 있다.

이에 반해 김대중 대통령 길은 산행이나 다름없다. 약 30여 분간의 짧지만 강렬한 등반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올라서고 나면 청남대 및 대청호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오르다보면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연신 안경을 벗고 이마와 눈가를 닦아 낸다. 호흡이 가빠지고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점점 뭉친다. 마지막 한 걸음으로 '645 계단'을 드디어 올랐다.

대청댐이 생기기 전 높은 봉우리와 험준한 산세가 이어졌겠고, 저 호수 밑바닥은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국가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이들의 삶이 낯설지 않다. 나와 친한 친구도 여기서 살다가 대전으로 이주를 했다. 가끔씩 옛날 생각에 마음 아파하였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남대와 대청호 전경 대청댐이 생기기 전 높은 봉우리와 험준한 산세가 이어졌겠고, 저 호수 밑바닥은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국가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이들의 삶이 낯설지 않다. 나와 친한 친구도 여기서 살다가 대전으로 이주를 했다. 가끔씩 옛날 생각에 마음 아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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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의 가을! 누가 봐도 가을임을 알 수 있다. 혼자 간직하기 아까워 공유합니다.
▲ 청남대의 갖가지 풍경 청남대의 가을! 누가 봐도 가을임을 알 수 있다. 혼자 간직하기 아까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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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전망대에서 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하늘과 산과 물이 하나가 되어 나를 기다린 것이다. 가을 단풍이 무르익어 어미 고슴도치 같은 산자락 곳곳이 물 위에 떠 있다. 물은 이 산을 옆으로 돌아나간다. 잔잔히 파도가 일렁인다. 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삶의 터전을 잃고 외지로 떠난 토박이들의 눈물 또한 이 호수에 담겨 있겠지?

청남대의 전망대에서 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사방이 수묵으로 정성껏 찍어 획을 그어 내린 것 마냥 자연스럽다. 떠도는 바람에 몸을 싣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나 또한 바람이겠지.

'645 계단'

마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표현한 듯하다. 산 중반까지 완만한 산책로가 이어지다가 이내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행동하는 양심'을 놓지 않았던 그 분의 발자취가 이처럼 힘든 것이었을까.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푸른 잎을 잃지 않는 인동초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산사람이 되어 발걸음을 내딛었다.

전망대에서 초가정으로 가는 길에 한국형 소나무가 보인다. 참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도 얼룩이 져 단풍을 만들었다. 한가로이 지는 나무 의자에 앉아 호숫가를 바라보는 사람들. 하늘을 향해 활짝 손을 벌린 나무와 건너편의 산등성이, 그리고 잔잔한 물결이 너무 잘 어울린다.

호숫가에 비친 풍경과 대칭을 이루며 묘한 정취를 뿜는다. 이국적이고도 낭만적인 모습에 난 넋을 잃었다.
▲ 이국적인 풍경의 목조 건물 호숫가에 비친 풍경과 대칭을 이루며 묘한 정취를 뿜는다. 이국적이고도 낭만적인 모습에 난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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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분리대를 각종 꽃들로 장식했다.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 임에도 사진기는 멈출 줄 모른다.
▲ 청남대 안 도로의 중앙 분리대 중앙 분리대를 각종 꽃들로 장식했다. 차량이 지나다니는 길 임에도 사진기는 멈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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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자란 억새풀이며 버드나무, 각종 야생화 등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산책로에 서 있는 모과나무와 감나무의 열매가 탐스럽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골프장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충청북도에 청남대 관리권을 이양한 장소이다.

이국적인 모습의 목조 건물이 보인다. 호숫가에 비친 그림자와 대칭을 이루고 있다. 혹여나 호수 안에도 멋진 나무집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을까?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의 중앙분리대는 이처럼 각종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삭막한 시멘트나 구질구질한 플라스틱 통이 아닌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로 차와 사람의 통행을 지켜주고 있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이제는 헤어질 시간

오후 5시가 가까워 오자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정류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 청남대 정류장 오후 5시가 가까워 오자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정류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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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모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버스나 승용차로 미리 예약을 하고 오지만, 대전의 신탄진과 청주 방향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주말과 휴일에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된 관람이 힘들 수도 있으니 평일에 시간을 내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속도로는 경부선의 남이 분기점을 지나다가 대전 상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다보면 바로 문의 나들목이 보인다. 나들목에서 약 10여 분가량 운전하다보면 매표소가 보인다.

가급적이면 예약을 하는 것이 관람하기에 수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승한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office3000/220156439799)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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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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