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저녁 오도야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일본 간사이 지역도 아침 저녁 쌀쌀해졌습니다. 낮에도 반팔 옷을 입은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 음식점에서도 가을 먹거리를 준비합니다.
가을이 되면 바다 생선이 살이 오르고 맛있어집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잡히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요즘 생선을 거의 대부분 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한 해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을 제철 먹거리만한 것도 없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먹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굴'입니다. 일본에서도 여러 가지 굴 요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굴 요리는 굴에 빵가루로 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는 것입니다. 비록 속살은 부드럽지만 튀김옷을 입혀 튀겼기 때문에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추워지면서 먹기 시작하는 먹거리는 어묵(오뎅)을 비롯한 찌개요리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어묵 국물은 몸을 데우는 데 제격입니다. 어묵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전갱이 살을 갈아서 둥글게 만들어 찌개에 넣어서 먹기도 합니다.
가을에 잡히는 생선으로는 연어를 들 수 있습니다. 연어는 바다에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처음 알을 낳았던 장소로 돌아와서 다시 알을 낳습니다. 이 때 바다에서 돌아온 연어를 잡아서 먹기도 합니다. 연어는 그냥 구워서 먹기도 하지만 연어 살을 갈아서 크림에 섞어서 크로켓을 만들기도 합니다.
크로켓(croquette)은 원래 서양요리입니다. 쪄서 으깬 감자와 다져서 기름에 볶은 고기를 섞어서 둥글게 만들어 빵가루에 묻혀서 튀긴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고로케'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주로 감자 고로케를 좋아합니다.
연어크림크로켓에는 양배추와 물냉이가 곁들여서 나옵니다. 물냉이는 크레손(cresson, 오란다가라시)이라고 하는데 일본에는 1870년 무렵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서 전해졌습니다. 평소 일본 사람들은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물냉이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냉이는 요즘 일본에서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한 해 내내 자라는 푸성귀가 되었습니다.
물냉이는 유럽 사람들이 많이 먹는데 중앙아시아 원산이라고 합니다. 물냉이 잎이나 줄기를 날로 먹으면 약간 신맛이 납니다. 물냉이에는 겨자기름 배당체(配糖体)인 시니그린(sinigrin) 성분이 들어있어서 혈액산화방지 효과와 항균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냉이는 영양가도 많고 칼슘, 인, 철분을 비롯한 무기질이나 비타민, 카로틴들도 많습니다.
한해 내내 먹을 수 있는 생선으로 농어목 바리과 홍바리를 들 수 있습니다. 홍바리는 일본에서 아카우오(赤魚, Banded reef-cod)라고 하는데 많이 잡히기도 하고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생선입니다. 주로 배를 갈라 구워서 생선 구이로 먹습니다.
먹거리는 주위 환경이나 기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것을 먹고 마시며 삽니다. 그리고 철에 따라서 그 철에 나거나 잡히는 것을 먹고 삽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지배와 변화를 따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참고누리집> 오오토야,
http://www.ootoya.com/, 2014.10.2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