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현장마다 탈이 나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 합천창녕보(합천보)가 설계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합천보 좌안(상류에서 바라볼 때 왼쪽) 어도의 기울기와 유속(물 흐름), 비탈 경사도가 설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조사위원회,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23일 합천보 현장조사를 벌였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와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광파기 등 측량도구를 통해 조사를 벌였다.
합천보 좌안 어도(魚道)는 물이 세 갈래로 흐르는데, '아이스허버식'과 '계단식',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의도의 유인수로가 있다. 이날 측정한 결과 이곳 유속은 2.1m/s(초당 2.1m) 정도였다.
한국수자원학회가 2009년 펴낸 '국토해양부 승인 하천설계기준·해설'에 보면, 어도의 유속은 0.5~1.0m/s로 돼 있다. 박창근 교수는 "이곳 어도의 유속은 설계기준보다 훨씬 빠르다"며 "물 흐름이 빠르면 물고기가 제대로 오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도 경사도는 어떨까.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하천설계기준·해설'에 의하면, 모든 어도의 기울기는 1/20보다 완만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곳 어도 하부 18m 정도를 측량했더니 기울기는 1/14였다.
박재현 교수는 "어도의 기울기가 급경사로 되어 있다"며 "어도의 기울기가 설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수호안(비탈면)' 경사도도 설계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은 바깥 제방부터 안쪽으로 둔치(고수부지), 저수호안, 물의 순서로 되어 있다.
합천보 설계도에 따르면, 좌안 비탈경사도는 1:5다. 하지만 측량 결과, 비탈경사도는 1:3이었다. 박창근 교수는 "저수호안이 설계도보다 훨씬 급경사로 되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홍수 때 유실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박창근·박재현 두 교수는 "합천보 좌안 어도와 저수호안 경사도는 설계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어떻게 준공검사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어도의 유속을 계속 체크하고 있는데 설계기준을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며 "어도 기울기와 저수호안 경사도 등에 대해서는 측량기기를 통해 다시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합천보는 2012년 11월 준공 검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