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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아르푸'라고 불리던 까르푸를 용케 찾아 간 날
 '지아르푸'라고 불리던 까르푸를 용케 찾아 간 날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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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면 가장 곤욕스러운 게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라고 들었다. 특히나 중국음식은 기름진 게 많아 한국사람은 고생을 한다고 했다. 특히나 고수라는 풀은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야채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깻잎처럼 향이 진해 적응하기 힘들었다.

어떤 음식을 먹든지 간에 고수를 넣으면 특유의 향이 우러나와 속을 뒤집어 놓고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중국음식이 대체로 입에 잘 맞았다. 학교 앞 식당에서 중국친구들과 어울려 훈둔(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비슷한 음식)을 비롯해 면 요리도 먹고 야채볶음이나 수안라탕(신 맛이 나는 국)을 자주 사먹고는 했다.

무엇보다 중국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푸짐하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7위안(당시 한화로 약 910원)만 있으면 간단한 백반 같은 걸 먹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비싼 훠궈(샤브샤브)를 먹고 싶으면 친구들 몇 명을 모아 일인당 20위안을 내고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물가로는 꽤 비싼 한국음식점을 자주 찾지는 않게 되었다.

사실 밥보다는 후식 때문에 고생을 했다. 당시 중국사람들이 즐겨 마셨던 건 바로 '쩐주나이차珍珠奶茶'(버블티)로 쫄깃쫄깃한 타피오카를 넣어 마시는 단 음료였다. 지금은 공차를 비롯한 몇몇 브랜드 때문에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꽤 생소했다.

브랜드가 있는 건 3위안 개인이 파는 건 2위안 정도로 저렴해 친구들은 밥을 먹고 한 잔씩 마시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쩐주나이차를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별로 없었고 맛이 너무 달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친구들과 앉아서 수다도 떨고 싶고 쓴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2006년만 해도 북경이나 상해 같은 대도시가 아니었던 내가 살던 동네에는 카페가 흔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 한 끼 식사 값보다 비싼 커피숍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직원이 쟁반을 들고 다니면서 서빙도 하는 호텔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학생이 편하게 갈 만한 가격도 아니라서 늘 지나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먹던 중국음식이 느끼하게 느껴지면서 한국에서 먹던 커피생각이 간절했다.

"스타벅스가 있다던데?"

그래서 비싸기는 하지만 기분전화도 할 겸 시내에 딱 두 곳이 있다는 스타벅스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용감하게 집 근처 번화가로 가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워샹원니이샤.(말씀 좀 여쭐게요)"

하지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인상을 쓰고 지나갔다. 이 말을 정말 수십 번은 넘게 했는데도 스타벅스의 위치를 묻기만 하면 내가 외계어라도 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뭘 잘 못 말했나? 아니면 발음이 틀렸나?'

나중에는 종이에 'Starbucks'라고 써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렇게 포기하려고 할 때쯤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저들이라면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마지막으로 말을 걸었다. 그 둘에게 스타벅스라는 단어를 두 번 정도 들려줬을 무렵 남자가 입을 뗐다.

"혹시 씽바커? 여기 말고 버스타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그들이 적어준 것은 처음 보는 간체자였다. 알고 보니 중국에서는 스타벅스를 '씽바커星巴克'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니 알 리가 없지. 그 후에 알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래어를 주로 한자로 바꿔 부른다는 걸. 특정 상표나 브랜드도 어김없이 여기에 해당되었다. 대형할인마트인 까르푸는 '지아르푸家乐福'라고 해야 알아듣고 맥도날드는 '마이땅라오麦当劳'라고 했다.

 'Carrefour'라는 이름 바로 아래 오른쪽 맨 끝 세글자가 바로 까르푸의 중국식 이름이다.
 'Carrefour'라는 이름 바로 아래 오른쪽 맨 끝 세글자가 바로 까르푸의 중국식 이름이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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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부터는 어딜 가든지 중국식발음과 간체자를 먼저 확인하고 길을 나서는 습관이 생겼다. 다시 한 번 길 한복판에서 스타벅스를 몇 십번이나 외치는 촌극을 벌이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까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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