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또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오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령(소득의 4%)으로 추진하려던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종교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수정안 역시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관련기사 : 종교세 납부엔 긍정적인 종교인들, 그 이유는...). 종교인 과세는 이번 정부에서 시행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 종교인 과세 시행령 적용 2년 유예 요청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가 포함된 소득세법 시행령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기재부의 한 관계자도 "국회에 계류 중인 수정안과의 충돌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여당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이면 종교인 과세는 2017년 1월로 연기된다.
새누리당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법 작업을 시행령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야당 반대 등으로 개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소득세법 시행령 적용 시기를 2년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세법 시행시기를 2년 유예시켜 오는 2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면서 그게 안 될 때 "정부가 시행령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시행령 연기는 정부의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안은 두 가지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 시기까지 못 박은 시행령과, 이후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세법 개정안(수정안)이 그것이다. 시행령은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법상의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분류해 원천 징수하는 방안이다.
시행령은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 개신교 일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정부는 지난 2월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세'를 신설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시행령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신고·납부하는 형태다. 두 방안 모두 세수가 100억~200억 원 안팎이어서 세수 기여도(0.005~0.01%)에는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지난 2일 정기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됐다. 정부는 "시행령도 종교인 과세 근거를 담고 있는 만큼 과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시행령은 종교인들의 반발로 '무늬만 과세'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새누리당의 이번 유예 요청으로 정부는 종교인 과세 시행 연기를 대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로 보건대 임시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시행령이 됐든, 개정안이 됐든 이번 정부에서는 물 건너간 모양새다.
선거 표심 의식한 결과이를 두고 다수의 여론은 선거를 의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시행령 연기 시점(2017년)은 다음 총선(2016년 4월)과 대선(2017년 12월) 중간에 놓여 있다.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종교인들은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근로소득장려 세제 등 관련 지원을 은근히 기대했다.
어차피 정부는 종교인에게 과세를 하더라도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종교인들의 반대를 이유로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은 차라리 표를 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