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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가게 몇 곳은 기본으로 돌아야 할 정도다. 그나마 담배가 있는 가게 역시 한 갑 이상은 팔지 않는다.

"담배를 갔다 줘야 팔죠. 주지를 않아요"

12일 아침, 담배를 사기위해 가게에 들렀다가 담배가게 주인에게 들은 소리다. 평소 자주 이용하는 가게인데다 내가 피우는 S담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담배가 아니어서 평소에는 도통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가게는 S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없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판매를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그 담배가 다 팔려서 없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가게를 찾았다.

"다 떨어졌네요."

초 간단한 답변만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손님이 찾는 담배가 없을 경우 '죄송하다', '언제 담배차가 온다' 등의 말이 뒤따랐지만, 그냥 없다는 말뿐이다. 또 다른 가게를 찾았다. 다행히 내가 찾는 담배가 보였다.

"한 갑만 드릴 수 있습니다. 담배가 두 갑 뿐이에요."

두 군데나 헛탕을 쳤던 나는 사는김에 두 갑을 달라고 했더니 한 갑 이상은 안 된다며 담배 한 갑을 건냈다. 왜 그렇게 담배가 부족하냐는 질문에  이 가게 주인 역시 다른 가게와 마찬가지로 '주지를 않는다'는 말의 반복뿐이었다.

담배 품귀현상이 소비자들의 사재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을 보름 이상 앞두고 담배 가게에 담배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보름 이상 앞두고 담배 가게에 담배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 이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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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을 앞두고 벌써부터 흡연가들만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담뱃값 인상안이 현실화되면서 일찌감치 '보루'로 담배를 산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그런데 인상을 보름도 더 남긴 벌써부터 담배 한 두 갑 사는 것마저 쉽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소매상(가게)은 한결같이 담배회사에서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련해서 전국담배판매인회 성남조합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비자가) 사재기하는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평소 구입량의 104% 이상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평상시에 구입량은 다 주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해서 (가게에) 담배가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담배 판매점 공급량을 평균 판매량의 104%로 제한했지만 지금 일고 있는 담배 품귀현상은 소비자(흡연가)들의 사재기 탓이라는 말이다.

조합관계자는 이어 "소매상(가게)에서 일부러 담배를 쌓아놓고 판매하지 않는 일은 없다"면서 "판매하는 분들도 하루에 일정량 이상은 못 판다고 해야 되는데 바로 앞에 매출만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담배 판매 수량을 제한하지 않고 판매한 소매상과 담뱃값 인상을 앞둔 소비자들의 대량구입이 원인이다는 결론이다.

이어 전화를 통해 들어본 KT&G 성남지점 관계자의 말 역시 담뱃값 인상을 대비한 소비자들의 사재기가 담배 품귀현상의 원인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도 소매상이 일부러 인상 후를 대비해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저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행위 역시 사재기에 해당하지만 자신들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단속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소매상이 올 해 팔지 않고 내년 인상 후에 팔게 되면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정부에서 합동단속반 형식으로 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단속관련 정보 역시 자신들도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알 수 없고 언론을 통해 전해듣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현재 담배 유통관련 품귀 현상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권한 밖의 일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이 그 절차상 헛점 투성이다. 정책만 있을 뿐 대책이 없다. 사재기에 대한 대책은 커녕 단속에 관한 매뉴얼도 없는 듯 보인다. 언제까지 생산된 담배를 인상분에 적용할 지, 어떻게 하면 올해 안 판 담배를 내년에 팔았을 때 부당이득이 생기지 않게 할 지, 또 어떡하면 인상되기 전까지 담배를 원할히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없어 보인다. 무조건 규제하고 적발되면 처벌한다면 끝이다.

이런 식의 안일한 국가 정책의 시행은 결국 가진자에게는 또 하나의 부당 이득을, 없는자에게는 강요에 의한 희생만 안길 뿐이다. 제대로 공급했는데 없어서 못 팔고, 산 사람은 없는데 없어서 못 산다.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 오르는 이유다.


태그:#담배, #담뱃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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