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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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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08년 총선에서 광주 지역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을 때의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박 의원에게 당시 두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는 의정활동, 둘째는 지역구 관리였다. "과거에는 중앙정치와 지역구 관리 중 하나만 잘해도 재선됐지만, 이제는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두 가지를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박 의원에게 "'금귀월래'하라"고 당부했다. 평일동안 의정활동에 매진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지역구인 목포로 귀향해 월요일 새벽에 여의도로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첫 번째 부탁인 의정활동은 비교적 성과를 내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당내에서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손꼽힌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등 주요 정치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핵심 정보를 쥐고 정부·여당을 흔들었고, 인사청문회에서는 '저격수'로 등장해 지금까지 6명의 후보자를 낙마시켰다. 시민단체에서 수여하는 '국정감사 우수위원' 4관왕이기도 하다.

비상대책위원인 지금도 회의 때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관련 발언을 빼먹지 않으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앞두고 16일 방북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1년 52주 중 50주 이상... 딸 상견례 때도 목포행

박지원 의원이 2009년 8월 19일 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2009년 8월 19일 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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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탁인 '금귀월래'는 어떨까. 12일 국회에서 만난 박 의원은 처음 '금귀월래 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부터 털어놨다.

"그때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1년이 52주다. 김 전 대통령은 나보고 1년에 50번 이상 가라고 했다."

그래도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해부터 금귀월래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목포행 KTX(고속열차) 막차 시간인 오후 9시 40분이 지나면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오후 11시 목포행 막차에 몸을 실었다. 국회 일정 때문에 그것마저 안 되면 자정에 광주로 가서 묵고 토요일 새벽에 목포로 향했다.

박 의원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매주 목포에서 활동해왔다고 자부했다. 심지어 미국에 거주하는 딸의 결혼상견례 때도 금귀월래를 지켰다. 그가 보여준 수첩에는 주말 지역 일정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박 의원의 '금귀월래' 정치는 토요일 오전에 시작해 일요일 저녁에 끝났다. 재래시장 인사, 시·구의원 면담,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해 지역 민심을 살피는 식으로 일정이 진행됐다. 그는 "처음에는 시민들이 '매주 내려오겠다'는 말을 안 믿으셨는데, 7년째 계속 하니 지금은 못 내려 갔을 때도 왔다고 믿으신다"라며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요즘에는 가도 악수를 청하거나 같이 사진찍자고 안 해주신다, 좀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에 '금귀월래' 실시간 동선 올리는 이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귀월래'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귀월래'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
ⓒ 박지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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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는 트위터에 금귀월래 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에 목포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서울에 돌아오는 때까지의 동선이 그의 트위터 계정(@jyp615)에 기록돼 있다.

박 의원은 "스스로를 묶어버리기 위해 트위터에 일정을 올리기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파김치가 돼서 서울로 돌아와 평일 동안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또 목포에 가야 하는 날이 찾아온다. 난들 매주 가고 싶겠나. 하루 이틀은 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내 동선을 공개해서 스스로를 묶어버리는 거야. (김 전) 대통령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그래도 수 년 동안 금귀월래를 실천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다. 박 의원은 "제가 인사해도 아는 척 안하시던 한 재래시장 상인이 어느 날 먼저 '7번째 봤다'라고 인사하시더니 그동안 받은 명함을 꺼내 보이셨다"라며 "국민들이 말은 안 해도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하는지 안하는지 다 알고 계시다는 걸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72세의 노구를 이끌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 온 박 의원은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중 한 명이다. 오는 17일께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나며 당권 출마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15일·16일 국회 현안질의 끝나면 대표나 최고위원에 출마할 사람들이 바로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의 '금귀월래' 정치가 향후 당권 행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박지원, #김대중, #금귀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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