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까? 이동통신업계가 기존 LTE보다 4배 빠르다는 '3밴드 LTE-A'를 놓고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평가용' 단말기를 앞세워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한 게 발단이었다. 이미 동일한 기술과 단말기를 확보했던 KT가 반발했다. SK텔레콤에서 한 술 더 떠 TV 광고까지 내보내자 이젠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기세다.
현재 '3밴드 LTE-A'가 가능한 단말기는 '삼성 갤럭시노트4 S-LTE'와 'LG G플렉스2' 2종류다. 이통사 공방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 시중에선 판매되지 않는 단말기다. SK텔레콤의 경우 삼성 단말기를 사전 평가단에서 '판매'한 상태고, KT와 LG유플러스는 일부 매장에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3밴드 LTE-A' 써보니... 단말기 시판 안되고 사용 지역도 제한
12일 낮 KT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선 두 제품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2015)에서 처음 선보인 LG G플렉스2는 도난 방지용인지 디자인 유출 방지용인지 모를 두툼한 케이스에 싸여 휘어진 화면만 볼 수 있었다. 일반 LTE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 상단 주파수 표시에 'LTE+'라고 돼 있어 3밴드 단말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삼성 갤럭시노트4 S-LTE 단말기 역시 'LTE+' 표시 말고는 기존 갤럭시노트4와 외형상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3밴드'에서 밴드는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10MHz폭 한 대역만 사용하는 기존 '1밴드' LTE는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75Mbps지만, 주파수 묶음(CA) 기술을 이용해 두 디역을 동시에 사용하는 2밴드 'LTE-A(LTE 어드밴스드)'는 최대 150Mbps에 이른다. 주파수 대역폭이 늘어나면 속도가 빨라지는 LTE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20MHz폭 광대역 주파수 1개와 10MHz폭 일반 주파수 1개를 묶은 '광대역 LTE-A' 최대 속도는 225Mbps로 3배 늘어나고, 광대역 1개와 일반 2개를 묶은 '3밴드 LTE-A'는 최대 300Mbps로 4배 빨라진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수치일 뿐, 주파수 상태에 따라 속도 변화가 크다.
실제 이날 직접 측정해본 두 단말기 다운로드 속도는 삼성 단말기가 237.7Mbps였고, LG 단말기가 219.33Mbps 정도로, 최대 속도의 2/3 정도에 그쳤다. 같은 장소에서 애플 아이폰6로 측정한 '광대역 LTE(최대 150Mbps)' 속도 역시 2/3 수준인 95Mbps 정도인 걸 감안하면 2배 이상 빨랐다. 다만 업로드 속도는 두 단말기 모두 17Mbps 안팎으로 광대역 LTE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렇듯 속도 측정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풀HD급 영화처럼 용량이 큰 파일을 다운로드 받지 않는 한 기존 단말기와 속도 차이를 실감하긴 쉽지 않았다. 또 3가지 주파수 대역이 모두 미치는 지역에서만 제 속도를 낼 수 있어 사용 지역도 아직 제한적이다. SK텔레콤도 현재 서울 강남, 명동, 종로, 용산, 부산 해운대 등 대도시 일부 도심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제품 시판 전에 '세계 최초 상용화'... 외국은 이미 '4배 빠른 LTE'
섣부른 '세계 최초 상용화' 논쟁도 서비스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 SK텔레콤은 11일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lobal mobile Suppliers Association, GSA)'에서 지난 7일 발간한 'LTE로의 진화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3밴드 LTE-A 서비스를 상용화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GSA 보고서에는 서비스 상용화 기준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소비자에게 판매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해당 단말기 가격과 지원금(보조금)까지 책정한 뒤 평가단에서 89만 원에 '판매'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KT는 '평가용 단말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건 불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시판용'이 아닌 '평가용'으로 제공했다"면서 "제품 출시 시점이나 가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원' 덕에 '3밴드 LTE-A 상용화'는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인 게 맞지만, '최대 300Mbps 속도'는 예외다. 이미 호주, 핀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영국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20MHz 광대역 주파수 2개를 합치는 방식으로 최대 300Mbp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6월 '3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 LTE-A' 제품 출시 시점에 맞췄다(관련기사:
SKT '광대역 LTE-A'로 유-무선 인터넷 속도 경쟁 본격화 ).